3년 전 제13회 오세아니아 다큐멘터리 영화제(이하 피포(FIFO), Festival International Du Film Documentaire Oceanien)를 취재하러 타히티에 갔을 때 본 축구영화 이야기다. 피포는 오세아니아 지역에서 난다 긴다 하는 다큐멘터리들이 매년 타히티에 모이는, 오세아니아 대표 다큐멘터리 영화제다.
<[UNE EQUIPE DE REVE>(영문 제목-Next Goal Wins. 감독 마이크 브렛, 스티브 자미슨)는 미국령 사모아 축구대표팀의 월드컵 지역 예선 1승 도전기를 그린 다큐멘터리다.
0-31. 믿기진 않겠지만 이 숫자는 축구 스코어다. 지난 2001년, 미국령 사모아는 호주와의 2002년 한·일 월드컵 오세아니아 지역 1차 예선전에서 대패한 바 있다. 축구를 얼마나 못하기에 그런 결과가 나올 수 있냐고 궁금해 할 수 있겠지만, 사정을 알고 나면 그들에게 축구는 도전 그 자체다.
선수들은 고가의 축구화는커녕 미국령 사모아 축구협회로부터 어렵게 지원 받은 축구화를 매일 훈련이 끝나면 깨끗이 닦아야 한다. 체계적인 선수 육성 시스템이 갖춰져 있는 보통 국가들과 달리 공을 좀 찬다는 선수를 어렵게 수소문해야 팀을 유지할 수 있다. '2014 브라질월드컵'을 앞두고 토마스 론겐 감독은 선수부터 수급해야 했다. 론겐 감독은 20세 이하 미국 대표팀 사령탑을 맡은 바 있다. 그는 미국령 사모아에서 태어나 6살 때 미국으로 건너가 미국에서 축구를 하고 있는 센터백과 축구를 그만둔 뒤 미군에 입대한 공격수를 겨우 찾아내 대표팀에 합류시켰다. 트랜스젠더 수술을 받아 여자가 된 자이야 사엘루아도 대표팀에서 계속 뛰기로 했다.
론겐은 때로는 엄격하게, 때로는 자상하게 선수들을 훈련시켰다. 선수들은 2:1 패스부터 구역질을 유발하는 힘든 체력 훈련까지 이전에는 받아보지 못한 체계적인 훈련 프로그램을 수행해야 했다. 체계적인 훈련이 낯선 선수들이 좌충우돌하는 모습이 꽤나 우스꽝스러웠지만, 축구를 하는 모습이 매우 진지해 어느새 그들을 응원하고 싶어진다.
월드컵 지역 예선 1차전 상대는 통가였다. 통가는 미국령 사모아보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이 약간 더 높은 팀이었다. 론겐의 지옥 훈련 덕분인지 미국령 사모아는 더 이상 쉽게 나가떨어지지 않았다. 그들은 누구보다 먼저 공을 받으려고 했고, 누구보다 높이 뛰어올라 공중 볼을 따내려고 했다. 누구보다 더 많이 달리고, 또 달렸다.
승리를 향한 강한 집념 덕분에 미국령 사모아는 드디어 국제대회 첫 승을 거둘 수 있었다. 1994년 국제대회에 출전한 이후 17년 동안 30연패를 당한 뒤 거둔 승리였다. 시합 종료 휘슬이 울리자 경기를 뛰고 있던 선수들도, 벤치에 앉아있던 선수들도 너나할 것 없이 전부 그라운드 위에 올라와 부둥켜안고 울었다. 론겐 감독과 축구협회장도 서로 얼싸안았다. 론겐 감독은 시합이 끝난 뒤 가진 인터뷰에서 “우리가 호주에게 0-31으로 졌을 때처럼 오늘 승리도 이 나라의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쉽게도 미국령 사모아는 이후 가진 두 경기에서 1무 1패를 기록하는데 그쳐 2차 예선에 올라가지 못했다.
역사는 언제나 승자의 기록이다. 축구 역시 마찬가지다. 바르셀로나가 트레블에 성공했고, 맨체스터유나이티드가 천문학적인 이적료를 투자해도 성적이 그 모양이라는 소식을 우리는 매일 접하고 있다. 하지만 1승이 절실한 미국령 사모아의 사연은 그저 해외토픽으로 다뤄질 뿐이다. 이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울컥했던 것도 그래서다.
김성훈
*<넥스트 골 윈스> : https://www.themoviedb.org/movie/256836-next-goal-wins?language=en-US
*평점 : A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