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aa 인터뷰]김형구 촬영감독이 말하는 정일성 촬영감독

pepsi81(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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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구 촬영감독이 말하는 <화녀82>와 <안개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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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녀82>)

정일성 촬영감독의 필모그래피를 보니 1980년대 초반에는 한해 서너 작품을 찍었더라. 임권택 감독과 함께 영화를 쭉 만들어온 건 알고 있지만, 김기영 감독과 많은 영화를 협업한 건 뒤늦게 알았다. <화녀82>(1982, 감독 김기영)와 <안개마을>(1982, 감독 임권택), 두 편은 그가 가장 활발하게 촬영했던 시기에 내놓은 작품이라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김기영 감독의 세계는 괴기하고 컬러풀하며 표현적이지 않나. <화녀82>에서 유독 괴이했는 건, 영화의 주요 공간인 이층집 세트에 창문을 찾아볼 수 없다는 사실이다. 보통 촬영감독들에게 시간적 배경에 따라 빛을 설계하는 작업은 매우 중요하다. 집 세트를 촬영할 경우, 낮에는 창을 통해 들어오는 광원을, 밤에는 집안 곳곳에 달린 형광등, 조명등 등 주요 광원으로 활용한다. 빛이 들어오는 통로인 창문이 중요한 것도 그래서다. 하지만 이 영화는 창문이 어디에 있는지 잘 보이지 않아 창을 통해 들어오는 빛이 거의 없고, 그래서 사건이 벌어지는 시간이 낮인지 밤인지 도통 분간하기가 쉽지 않다. 시간 구분을 무시하고 각각 신의 상황에 맞는 분위기를 표현하려고 한 것 같다. 또, 형형색색의 조명이나 스테인드글라스를 활용하고, 그렇게 카메라에 담은 빛이 화면 절반 넘게 차지하는 장면도 더러 있어 무척 강렬하다.
정 촬영감독의 카메라는 이야기 후반부로 전개될수록 과감하고 불안정한 앵글들이 많이 시도된다는 점에서 특징적이다. <하녀>(1960) <화녀>(1971) <화녀82> 등 ‘하녀 시리즈’의 주요 공간인 이층집은 극단적인 앙각을 포함한 과감한 시도를 하기 적합한 공간이다. 계단은 식모의 신분 상승을 대변하는 공간이다. 식모 명자(나영희)가 동식(전무송)과 정순(김지미), 주인집 부부의 아기를 던지려는 장면, 정순(김지미)의 아들이 쥐약 먹은 줄 알고 계단에서 굴러 떨어져 죽는 장면, 명자의 애인인 형철이 명자를 데리고 가려는 장면 등 영화 속 주요 사건은 모두 계단에서 벌어진다. 특히, 동식이 쥐약을 먹고 거의 죽어가는 상황에서 명자를 끈 채 계단을 내려가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배우도, 카메라도 촬영하기 매우 어려워보이는데도 세련되게 설계돼 아주 재미있다. 어떤 면에서 말이 안 되는 상황이 꽤 있는데도 그게 오히려 김기영 감독의 세계에 더욱 몰입하게 해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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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마을>)

<안개마을>은 <화장>(2014)을 촬영하면서 임권택 감독님으로부터 얘기를 많이 들었던 작품이다. 자연을 카메라에 담는 건 눈으로 직접 보고 감흥을 느끼는 것과 다른 차원의 행위다. 막상 ‘프레이밍’(framing)을 하면 원하는 공간을 온전히 담는 게 만만치 않다. 더군다가 이 영화은 화면 가로가 더 넓은 시네마스코프 화면 비율로 찍지 않았나. 그의 카메라는 고립된 두메 산골 마을에 발령 받아 내려온 선생님 수옥(정윤희)이라는 제3자의 눈이 되어 마을에서 벌어지는 일을 바라보는 관찰자다. 관찰자 시점으로 영화 속 사건을 바라보다보니 와이드숏이 유독 많이 구사됐다.
이 영화 속 등장인물 누구도 화면 중앙을 차지하지 않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인물 배치나 카메라와 피사체(인물)의 거리에 따라 관객이 인물에 집중하는 정도가 다른 법이다. 이야기 내내 카메라가 관찰자 시점을 유지하는 까닭인지, 아니면 시네마스코프 화면비율이라 인물을 화면 가운데에 두면 어색해보이기 때문인지, 외부인인 수옥도, 마을 사람들도, 마을에서 이방인이나 다름없는 존재인 깨칠(안성기)도 화면 중앙이 아닌 주변에 배치됐다.
제목대로 이른 아침 안개가 자욱한 마을 풍경은 영화 전체에서 서너 장면 밖에 등장하지 않는데도 이야기 내내 안개 풍경이 눈앞을 아른거린다. 새벽에 안개가 많이 끼고, 나무의 앙상한 가지를 보니 일부러 늦가을에서 겨울까지 찍은 것으로 보인다. 영화 속 안개는 진짜 안개이지만 경우에 따라서 인공 스모그도 뿌린 것 같다. 영화는 마을의 여러 공간들을 보여주는데 그중에서 서너 차례 등장하는 메인 공간이라 할만한 방앗간은 해의 방향으로 보나 위치로 보나 정말 잘 고른 것 같다. 뒤로는 산이 보이고, 주변에는 넓은 논이 퍼져있는 곳에 위치했는데 세트로 짐작된다. 진짜 존재하는 방앗간이라면 최적의 로케이션이고. 세트든, 로케이션이든 정일성 촬영감독이 선택한 공간일 것이다. 나 또한 제주도에서 찍은 <이재수의 난>(1998, 감독 박광수), 한국 최초의 시네마스코프 촬영이고, 중국 로케이션이었던 <무사>(2000) 등 자연을 배경으로 한 작품을 많이 촬영했는데, <안개마을>이나 <만다라>(1981) 같은 정일성 촬영감독님이 찍은 자연을 미리 보았더라면 많은 도움이 됐을텐데….(웃음)
김성훈

*<화녀82> : https://www.themoviedb.org/movie/120629-the-woman-of-fire-82?language=en-US
*평점 : AAA

*<안개마을> : https://www.themoviedb.org/movie/303700-angae-maeul?language=en-US
*평점 : AA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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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부산국제영화제 정일성 촬영감독 회고전 기념 책 '격조의 예술가 파격의 모험가 정일성'에 쓴 글입니다. 김형구 촬영감독을 만나 나눈 대화를 그의 1인칭 시점으로 정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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