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관타나모에 있는 미국 해군기지에서 산티아고(마이클 디로렌조)라는 사병 한 명이 죽은 채로 발견된다. 이 사건은 곧바로 워싱턴에 보고된다. 죽은 사병과 같은 소대에서 근무하는 해병 두 명이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되어 구속, 수감된다. 미군 내부에서 법정까지 가지 않고 합의만으로도 사건을 잘 해결하기로 명성이 자자한 캐피 중위(톰 크루즈)가 동료 샘(케빈 폴락), 갤로웨이 소령(데미 무어)와 함께 한 팀을 이뤄 이 사건을 맡게 된다. 사건을 파헤치는 과정에서 갤로웨이 소령은 사병의 죽음에 석연치 않은 구석을 발견한다. 캐피와 갤로웨이, 두 사람은 서로 충돌을 하면서 사건 이면에 감춰져있던 죽음의 진실에 가까이 다가간다. 부대 생활이나 훈련 능력이 형편 없는 산티아고를 '집중 관리'하고, 그로 인한 폭행을 은폐하라는 관타나모 기지 사령관인 네이단 제셉 대령(잭 니콜슨)의 '코드 레드' 명령이 내려졌던 것이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캐피는 제셉 대령을 법정으로 불러들여 사건의 진실을 추궁하기로 결심한다.
“엎어지면 적(쿠바)이 코 닿을 거리에 있다”는 극중 제셉 장군의 말처럼 쿠바 관타나모 기지는 지정학적으로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감도는 곳이다. 작은 실수가 곧바로 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는 화약고인 셈이다. 어떤 부대보다 더욱 흐트러짐 없이 기강을 확립하고 질서를 유지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같은 안보를 명분으로 한 폭력과 따돌림이 해군 기지 안에서 공공연히 행해지는 게 화약고의 또 다른 이면이다. <어 퓨 굿 맨>은 보이지 않는 부대 내에서의 폭력을 수면 위에 올려놓고 이야기를 출발한다.
용의자로 지목된 해병 두 명의 변호를 맡게된 주인공 캐피는 야구에 빠져있을 뿐, 사건에 큰 흥미를 보이지 않는다. 살인할 의도가 전혀 없었다고 하더라도 두 해병의 폭력 때문에 산티아고가 죽임을 당한 게 분명한 사건이기 때문이다. 변호인으로서 죄목이 분명한 두 명의 해병에게 할 수 있는 최선은 형량을 줄이는 것뿐이다. 늘 법정 공방까지 가지 않고 적당한 합의를 이끌어내며‘승수’를 쌓아온 캐피는 이 사건 역시 형량을 징역 12년형으로 줄이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누가 봐도 해병 두 명이 이기기 힘든 싸움이니까. 하지만 사건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던 갤로웨이 소령은 두 해병의 폭력이 기지 상부의 명령에 의한 것임을 알아낸다. 야구장에서 야구를 하고 있는 캐피를 찾아가 법정에서 진실을 가려야 한다고 설득한다. 군대는 상명하복의 조직이라 해병 두 명이 어쩔 수 없이 명령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두 사람은 무죄다. 이 논리를 꽤 집요하게 공을 들인 이 시퀀스 덕분에 캐피는 합의 대신 법정에 나서기로 선택하고, 관객은 캐피와 두 해병에 감정이입할 수 있게 된다. 이길 수 없거나 이기기 힘든 싸움을 벌이는 약자가 상대의 허점을 찾아내 판세를 뒤집을 때 발생하는 쾌감이 법정드라마 장르의 매력이라면, 법정신만큼이나 관객을 약자의 편에 설 수 있게 하는 게 중요하다. 싸우지 않고도 이기는 싸움을 해온 캐피를 법대 졸업한 뒤 처음으로 법정에 세운 게 이 영화의 쾌감이자 매력일 것이다.
영화의 전반부가 갤로웨이가 캐피를 법정으로 끌어들이는 내용이라면 후반부는 캐피, 갤로웨이, 샘 세 명의 변호인이 미군을 상대로 해병 두 명의 무죄를 이끌어내려는 법정신이다. 변호인단이 꺼낼 수 있는 카드는 거의 없다. 해군 기지의 결백을 반박할 만한 자료는 조작됐고, 산티아고의 사인을 증명해줄 군의관은 끝내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 유일하게 진실을 얘기하겠다고 변호인단을 찾아온 부사령관 마킨슨 중령(J.T. 월시)마저 증언을 앞두고 어떤 이유로 여관방에서 권총으로 자살했다. 재판이 진행되면서 쓸 수 있는 카드 모두 써버린 캐피는 결국 제셉 대령을 법정에 내세워 정면 대결을 하려고 한다. 법보다 위에 있는 계급과의 버거운 싸움을 통해 영화는 개인의 삶과 선택 그리고 가치가 국가(군대)에 의해 얼마든지 조작되고, 유린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대령의 권위에 주눅들지 않고 변론을 차근차근, 힘 있게 이어가는 톰 크루즈와 군의 명예와 권위를 강조하며 카리스마를 보여준 잭 니콜슨의 공방신은 이 영화의 백미다. 수차례 무대에 올린 작품을 영화화한만큼 무대 특유의 카타르시스를 영화에서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줄거리만 놓고 보면 캐피가 이끄는 변호인단이 ’몇 명의 좋은 사람들(A Few Good Men)’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각기 다른 이해관계를 가진 인물들의 갈등과 관계, 어쩔 수없이 개인의 가치가 희생될 수밖에 없는 군대라는 조직의 딜레마 등 영화가 그리는 현실은 단순하지 않다(판사가 두 명의 해병에게도 어떤 판결을 내린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봐도 그렇다).
롭 라이너 '이것이 스파이널 탭이다'(1984, This is Spinal Tap)로 할리우드 데뷔한 롭 라이너는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만든 감독이다. 두번째 영화 '확실한 것'(1985, The Sure Thing)은 모범생 십대 아이들이 캘리포니아로 떠나는 성장담이었고, '스탠 바이 미'(1986)는 스티븐 킹의 원작 소설을 각색한 작품으로, 역시 소년들이 사라진 시체를 찾으러 떠나는 성장담이었다. 하지만 출세작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1989)는 이후 할리우드 로맨틱코미디의 교과서가 될만큼 위트 넘치는 유머와 순발력 있는 이야기 전개를 선보였고(특히, 이 작품은 그의 반자전적인 이야기로, 노라 에프런이 쓴 시나리오를 가지고 찍은 작품이다), 역시 스티븐 킹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미저리'(1990)는 인기 추리 작가가 자신의 열성팬에 의해 감금당하는 끔찍한 스릴러였다. 어쨌거나 롭 라이너는 스튜디오 안에서 코미디와 성장담으로 쌓은 기본기를 바탕으로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잘 만든 감독이다. 1950, 60년대 미국 코미디 배우이자 감독으로 유명했던 칼 라이너의 아들로 유명하다. 아버지의 영향을 많은 까닭에 UCLA에서 드라마를 전공했고, 영화계에 입문하기 전에 TV 코미디 대본을 쓰기도 했다.
*<어 퓨 굿 맨> : https://www.themoviedb.org/movie/881-a-few-good-men?language=en-US
*평점 : AA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