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aa 인터뷰]박정훈 촬영감독이 말하는 정일성 촬영감독의 <취화선> <하류인생> <천년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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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국제영화제 정일성 촬영감독 회고전
박정훈 촬영감독이 말하는 정일성 촬영감독의 <취화선> <하류인생> <천년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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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화선>)

정일성 촬영감독의 조수로서 <취화선>(2002) <하류인생>(2004) <천년학>(2006) 등 세 편에 참여했다. 촬영 미학보다는 가까이서 지켜본 그에 관한 얘기를 하고 싶다. 정일성 촬영감독은 자신의 조수들에게 말수가 많지 않은 사람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내가 참여한 세 편은 그가 나이가 들었을 때 찍은 작품이라 운이 좋게도 촬영이 끝난 뒤 숙소에서 그와 많은 대화를 나누었고, 그러면서 많이 배웠다.

정일성 촬영감독님이 <취화선> 현장에 도착하면 임권택 감독님과 믹스커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던 모습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촬영부 막내로서 믹스커피를 매일 20잔씩 마시던 정 촬영감독님를 포함해 키 스탭들을 위한 커피를 매일 200잔 넘게 탔다. (웃음) 새벽6시에 현장에 집합하면 임권택 감독과 정일성 촬영감독이 촬영할 공간을 둘러보고, 임 감독님이 현장 상황을 대본과 콘티를 수정·반영한 뒤, 오전 10시쯤 촬영이 시작된다.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촬영하기 바쁜 지금은 상상도 못할 풍경이다. 느긋했던 시절이라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그럼에도 시간 낭비 없이 하루에 20컷 넘게 찍었던 적도 많다. <취화선>의 여러 장면 중에서 동학혁명 시퀀스가 유독 기억에 남는다. 농민들이 한 손에 높이 치켜 든 횃불, 기와집 방안에서 각각 나오는 조명들, 하늘에서 은은하게 떨어지는 달빛 등 모두 합쳐 20K도 되지 않는 조명을 가지고 하루 반나절만에 찍는 건 정 촬영감독님과 임 감독님이 매일 아침 걸으며 논의한 결과가 아닌가 싶다. 좋은 장비가 많은 지금도 그 중요한 장면을 짧은 시간 안에 소화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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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류인생>)

임권택 감독이 <장군의 아들3>(1992) 이후 12년 만에 내놓은 액션영화 <하류인생>(2004)은 내 데뷔작이자 액션영화인 <악녀>(2017, 감독 정병길)를 찍는데 많은 영향을 끼쳤다. 특히 조승우씨가 연기한 주인공 태웅이 명동 한복판에서 싸우는 다찌마리신은 아직도 액션영화를 촬영하기 전에 꼭 참고해야 할만큼 정교하게 계산된 장면이다. 모니터가 없던 그때 그 시절, 정 촬영감독의 카메라는 액션신조차도 컷을 잘게 분할하지 않고 한 호흡으로 밀고 간다. 스테디캠을 이용해 물 흐르듯이 공간과 인물을 한데 담아내고, 한 컷 안에서 주연배우(조승우)와 그의 스턴트 대역 배우가 관객이 알아차리지 못하는 타이밍에서 절묘하게 교차하며, 실제로 배우가 지쳐 내뱉는 호흡까지 고스란히 담아냈다. 무엇보다 정 촬영감독님과 임권택 감독님, 두 사람이 액션신을 찍을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공간이다. 골목, 시장 등 공간마다 가지고 있는 특징들을 인물과 카메라의 동선에 적극 반영한다. <장군의 아들> 시리즈도, <하류인생>도 액션신이 종종 180도 법칙(인물들의 시선을 일치시키는 방식으로 영화 편집의 기본 규칙이다. 대화하거나 마주 보는 장면에서 배우들의 좌우 위치가 언제나 같아야 인물들이 주고받는 시선이 튀지 않고 연결된다. 보통 대화 신을 찍을 때 ‘숏/리버스 숏’ 구도로 찍는 것도 그래서다-편집자)을 무시한다. 그들은 180도 법칙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을 알면서도 때때로 인물의 상황이나 감정을 고려해 깬다. 어쨌거나 액션신을 찍을 때만큼은 임권택 감독이 촬영 전 두 사람이 상의한 연출의 전권을 그에게 맡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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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학>)

<천년학>(2007)은 정 촬영감독님이 연세가 들어 많이 지친 시기에 찍은 작품이다. 그럼에도 촬영에 대한 열정이나 욕심은 전성기못지 않았다. 매화꽃잎이 흩날리는 넓디 넓은 매화밭 한가운데서 송화가 창을 하는 장면은 해의 움직임, 풍경, 인물, 카메라 동선 등 모든 미장센 요소들이 한데 담긴, 마스터숏의 교과서다. 이 영화를 찍을 때 겪은 재미있는 일화도 있다. 동호(조재현)가 송화(오정해)를 만나러 제주도로 가는 장면을 찍기 위해 제작진과 배우 모두 제주도로 갔다. 도착한 다음날 촬영하는 일정인데, 숙소에 짐을 풀자마자 갑자기 정일성 촬영감독님으로부터 “구름이 멋지니 장백폭로로 오라”는 전화를 받고 서둘러 그곳으로 갔다. 장백폭포로 올라가는 사이 그가 담기 원하는 구름이 사라지는 바람에 욕을 먹었다. (웃음) 70, 80대에도 좋은 그림을 찍겠다는 욕심이나 에너지가 무척 컸었다.

가끔 그라면 이 상황을 어떻게 접근해 찍었을까 상상하곤 한다. 앵글을 잡았을 때 화면의 바닥 부분이 어두워야 무게가 생긴다, 좋은 구도가 꼭 좋은 앵글만은 아니니 앵글을 안정적으로 잡고 난 뒤 한번씩 비틀어보라 등 평소 툭툭 던져준 조언들이 영화를 찍을 때마다 생각난다.
김성훈

*<취화선> : https://www.themoviedb.org/movie/18302-chihwaseon?language=en-US
*평점 : AAA

*<하류인생> : https://www.themoviedb.org/movie/177152-haryu-insaeng?language=en-US
*평점 : AAA

*<천년학> : https://www.themoviedb.org/movie/155049-chun-nyun-hack?language=en-US
*평점 : AA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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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부산국제영화제 정일성 촬영감독 회고전 기념 책 '격조의 예술가 파격의 모험가 정일성'에 쓴 글입니다. 김우형 촬영감독을 만나 나눈 대화를 그의 1인칭 시점으로 정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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