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중국인들이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전지현처럼 ‘치맥’(치킨과 맥주)을 먹는다. 전지현처럼 순백의 얼굴이 되기 위해 전지현이 모델로 활동하고 있는 화장품을 구매해 얼굴에 바른다. 전지현이 입은 옷을 쇼핑 장바구니에 넣는다. 전지현이 먹고, 바르고, 입는 것을 그대로 따라할만큼 지금 대륙에서 전지현의 인기는 알아준다.
15년 전에도 그랬다. 영화면 영화, CF면 CF, 밀레니엄의 대중문화를 주도했던 그녀다. 특히. 영화 <엽기적인 그녀>(2001, 감독 곽재용)는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전역에 전지현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다. 당시 홍콩, 대만, 일본에서 많은 관객을 동원했다. 당당하고, 세고, 예쁘기까지한 ‘그녀’(전지현)는 아시아 여배우들에게 많은 영향을 끼쳤다. 일본의 아오이 유우는 십여년 전 부산영화제에서 와서 “한국영화 중에서 <엽기적인 그녀>를 가장 좋아한다”고 밝혔다. 중국의 ‘첫사랑’ 바이바이허 또한 “<엽기적인 그녀>를 좋아한다. 전지현처럼 견우(차태현)의 볼을 꼬집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또, <엽기적인 그녀>는 <소피의 연애 매뉴얼>(2009, 감독 에바 진), <꺼져버려 종양군>(2015, 감독 한연) 등 2000년대 중반부터 최근까지 제작된 중국 로맨틱 코미디 영화에 많은 영감을 주었다.
전지현 신드롬은 전지현을 해외 시장으로 견인했다. 홍콩의 큰 손 빌 콩은 전지현의 스타성을 눈여겨보고 그녀의 차기작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2003)에 전액 투자했다. 빌 콩은 <와호장룡> <영웅>을 제작한 아시아 최고의 프로듀서였다. 빌 콩과의 인연으로 전지현은 <블러드>(2007) <설화와 비밀의 부채>(2010) 등 해외 프로젝트를 찍었다. 이 영화들을 통해 글로벌 스타로 발돋움하겠다는 시도는 좋았으나 아쉽게도 결과는 썩 좋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녀는 자신의 작품을 알리는데 성실했던 기억이 난다. 고급 카페나 소속사 사무실에서 프로모션 관련 미팅을 하는 다른 여배우와 달리 전지현은 작은 수입사의 사무실을 직접 찾을만큼 적극적이었다. 그래서 그 수입사 대표가 전지현 때문에 사무실을 좋은 건물로 이사했다는 재미있는 일화도 있다. 지금도 그녀는 자신의 작품에 애착이 많다.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방영 시간에 어떤 약속도 잡지 않고 집에서 ‘본방사수’하며 모니터링을 했을 정도다.
해외 시장을 노크한 뒤 <도둑들>(2012, 감독 최동훈)로 5년 만에 충무로에 복귀하기까지 국내 영화 팬들에게 전지현은 잠시 잊혀졌던 게 사실이다. 전 소속사 IHQ로부터 생활, 작품 등 모든 것을 관리 받다가 홀로서기한 뒤 혼자의 힘으로 고른 첫 작품이 <도둑들>이었다. 돌아온 그녀는 청춘영화의 아이콘에서 벗어나 연기 스펙트럼이 더욱 넓어졌다. <도둑들>에서 전지현이 연기한 예니콜은 줄타기 전문 도둑이었다. 고층 건물, 아파트, 엘리베이터가 오르내리는 비좁은 통로 등 줄을 매달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그의 무대고, 그때마다 그는 “예~!”하며 공중곡예를 종으로, 횡으로 펼쳐 보였다. <베를린>(2013, 감독 류승완)의 북한 여자 련정희는 또 어땠나. 영화 내내 방방 뛰었던 예니콜과 달리 련정희는 감정을 밖으로 드러내지 않고 무언가를 항상 숨기고 있는, 비밀 많은 여자였는데, 언제나 감정을 밖으로 드러냈던 청춘 스타 전지현을 떠올려보면 꽤 신비로웠다. <암살>(2015, 감독 최동훈)에서 전지현이 맡았던 독립군 안옥윤은 생사의 갈림길에서 한치의 망설임 없이 임무를 수행한 비극적인 여성이었다. 저격수라는 설정 때문에 5kg이 넘는 장총을 어깨에 맨 채 지붕 위를 뛰어넘는 모습은 또 새로웠다. 작품과 작품 사이에 휴식기가 길었던 과거와 달리 전지현은 <도둑들>부터 <베를린>,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암살>까지 매년 한 작품씩 쉴 새 없이 찍었다. 그녀는 “이제는 전지현이 슬슬 지겹지 않을까? (웃음) 매년 한편씩 하니까 연기하는 게 몸에 익숙해져 좋고, 캐릭터에 몰입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말할만큼 여유가 넘친다.
현재 그녀는 출산을 하자마자 SBS 드라마 <푸른 바다의 전설>에 합류했다. 이 드라마는 인어 이야기를 모티브로 한 판타지 로맨스물이다. 전지현은 서울에 온 인어이면서 생활고에 시달리는 심청 역할을, 한류스타 이민호는 인어인 그녀와 사랑에 빠지는 역할을 맡았다. 제주도 로케이션 촬영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곧 제주도의 푸른 바다를 헤엄치는 인어 전지현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김성훈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 https://www.themoviedb.org/tv/60957?language=en-US
*평점 : AA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