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개>(감독 곽경택, 2003)의 정우성
삐쭉 흘러내린 콧물, 사나흘은 안 감은 듯한 머리카락, 늘어난 추리닝, 부릅뜬 눈 등 <똥개>에서 정우성이 연기한 철민은 밀양 토박이, ‘촌놈’이다. <똥개> 이전에 정우성이 한번도 보여주지 않은 모습으로, 특히 스크린에서 억센 경상도 사투리를 구사한 건 처음이었다. 당시 언론이나 팬들은 “정우성이 제대로 망가졌다”고 평가했지만, 그는 “망가지려 한 적 없다. 오히려 진지해지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철민은 경찰인 아버지(김갑수)와 밀양에서 단둘이 사는 백수 청년이다. 늘 아버지와 티격태격하고, 스스로 정의라고 믿는 일에 대해선 물불을 안 가리고 덤벼들어 늘 사고를 자초한다. 하는 일 없이 집에서 살림만 살다가 그 마저도 아버지가 임시로 보호하기 위해 집에 데려온 여자 정애(엄지원)에게 빼앗긴다. 철민과 정애는 서로 가까워진다.
이 영화에서 정우성은 허세를 부리거나 일부러 폼을 잡거나 계산을 하고 행동하지 않는다. 눈에 힘을 뺀 만큼이나 순수한 남자다. 상대방이 “똥개야” 부르면 “와?”하고 대답하고, “그라모”를 연신 남발하는 그의 모습이 코믹한 동시에 불의를 못 참고 달려드는 모습은 징글징글하다. 특히, 유치장에서 팬티 한장만 달랑 걸치고 진묵(김정태)와 ‘개싸움’을 벌이는 마지막 액션 시퀀스는 땀냄새와 열기가 화면 밖까지 나오는 듯하다. 이 영화는 <친구>(2001)와 <챔피언>(2002)을 연달아 내놓으며 상종가를 친 대형 감독 곽경택과 대형 배우의 만남으로 제작 발표 전부터 충무로에서 큰 화제를 모았었다. 개인적으로 <극비수사>와 함께 곽경택 감독의 필모그래피 중에서 가장 작품성이 뛰어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김성훈
*<똥개> : https://www.themoviedb.org/movie/265777-ddong-gae?language=en-US
*평점 : AA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