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치는 늘 보수와 진보로 나뉘어 시끄럽게 다툰다. 서구의 보수가 내세우는 가치는 비교적 뚜렷하다. 전통과 옛것의 존중, 현상의 유지와 점진적인 변화 등이 그것이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보수주의자는 전통과 관습을 지키고 보호하는 사람들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보수주의자들은 무엇을 지키고 보호하려 할까? 충과 효, 정절 같은 전통적인 가치만은 아닌 듯 싶다. 보수주의자로 꼽히는 복거일은 우리 사회의 근본 가치로 '자유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를 꼽는다. 우리의 보수주의자들은 자유 민주주의와 자유 경쟁을 나라의 근본으로 여긴다.
문제는 자유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는 우리의 '전통'이 아니라는데 있다. 이 모든 것은 해방 이후 수입된 것에 지나지 않는다. 물론, 대한민국에서는 자유 민주주의를 기초로 정치가, 자본주의의틀 속에서 경제가 굴러가고 있다. 하지만 시민들 사이에 제대로 된 자유 민주주의와 자본주의가 무엇인지에 대한 합의가 있었던가?
현실에서 보수주의는 무척 다양한 의미로 쓰인다. 우리가 일상에서 쓰는 '보수주의자'의 의미는 '수구'나 '기득권자'들의 주장에 가깝다. 남북이 갈라진 상황에서, 보수는 곧 '반공'과 같은 의미로 쓰일 때도 있다.
이런 현실에서 보수의 진정한 가치를 따지는 일은 무척 중요하다. 지켜야 할 전통이 없다면 보수주의는 별 의미가 없다. 또한 극복하고 넘어서야 할 것이 분명하지 않을 때 진보의 의미는 희미해져 버린다.
우리 사회는 늘 변화를 앞세운다. 무엇을 위해 변화해야 하는지도 모른 채, 변화를 위한 변화에 사로잡혀 있는 셈이다. 대한민국을 굳건하게 하고 싶다면, 조급하게 변화를 좇기보다 무엇이 진정한 보수의 가치인지부터 다잡을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