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족에게는 사치스러운 식재료로, 출정하는 군인에게는 힘을 북돋는 힘과 용기의 상징으로, 또 서민에게는 풍성한 식탁의 상징이 되기도 했던 닭. 이렇게 지위의 높고 낮은 곳을 가리지 않고 두루 사랑받는 가축이 또 있을까?
고대 이집트에서 신분 높은 새, 바빌론에서는 ‘왕들의 새’로 통했다. 닭은 미래를 점치는 고귀한 새이자 새벽을 알리는 파수꾼으로 대접을 받았다. 페르시아와 조로아스터교에서는 ‘악마와 마법사에 저항하기 위해 닭이 창조되었다’고 믿었고 일본 아마테라 신화에서 닭은 어둠에 빠진 세상에서 태양신을 불러낸 존재였다. 중국 한나라 때 기록을 보면 ‘하늘의 닭, 즉 천계가 해 뜰 때에 울면 천하의 닭들이 모두 따라서 운다’라는 구절이 나오는데 닭을 개벽을 예고하는 영물로 묘사하고 있다. 기독교에서는 닭은 그리스도를 통해 용서받은 죄인을 상징하기도 한다. 성서에서 예수를 세 번이나 부정한 베드로를 깨우친 것도 닭 울음소리였다. 유럽의 종탑 위 닭 장식은 그냥 풍향계의 용도만이 아니라 이런 깨우침을 잊지 말라는 표지라고도 할 수 있다.
이욱정, 《치킨인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