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지어는 자신조차 읽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써야 일기가 된다. 일기를 쓰는 가장 중요한 목적은 쓰는 행위 그 자체에 있기 때문이다. 백 년 뒤에 누군가 읽는다고 생각했다면 카프카도 이처럼 두꺼운 일기를 쓰지 않았을 것이다.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카프카 역시 자신의 일기를 지우곤 했는데 그건 일기의 목적이 쓰는 행위에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김연수, 《시절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