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스팀잇을 시작했을 땐 100 팔로워를 달성하려면 한 달은 족히 걸릴 줄 알았다. 그런데 내 생각보다 훨씬 빨리, 약 2주만에 100 팔로워를 넘어섰다. 지금 이 순간 정확히 130명께서 내 비루한 블로그를 구독해주고 계신다.
물론 이건 내가 잘나서도 아니고 글을 잘 써서도 아니다. 남들보다 운이 좋았기 때문이다. 물가에 내놓은 어린 자식 같은 뉴비를 이끌어주고 싶어 하는 좋은 분들을 일찍 만난 덕분이다. 늘 나는 운이 지독하게 없는 인간이라고 한탄했는데 그동안의 불운을 스팀잇에서 전부 보상받은 기분이다.
100 팔로워를 달성하면 나도 이벤트를 해보고 싶었다. 이웃분들께서 차례차례 100 팔로워 이벤트 글을 쓰시는 모습을 부러운 눈으로 지켜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드디어 내 차례가 왔다. 1월 22일 월요일, 마침내 나도 딱 100명의 팔로워가 생긴 것이다.
나는 무슨 이벤트를 하는 게 좋을까? 상품은 뭘 걸어야 할까? 치킨? 피자? 아니면 좀 특별한 물품? 겨울이니까 목도리나 장갑을 걸어도 괜찮지 않을까? 그렇지만 서로 주소를 주고 받고 택배를 부치러 가려니 번거로울 것 같았다. 그래서 가급적 인터넷으로 주고 받을 수 있는 종류의 상품을 걸기로 마음을 정했다.
그렇게 이벤트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지 궁리하는 동안 팔로워가 더 늘었다. 더 늦어지면 100 팔로워 이벤트는 건너뛰고 200 팔로워 이벤트를 해야 할 것 같았다. 사실 그렇게 빠른 시기에 그날이 오진 않겠지만, 어쨌든 마음이 급해졌다. 한편으로는 남다른 특별한 이벤트로 100 팔로워를 기념하고 싶기도 했다.
나는 원래 기념일을 거의 챙기지 않는다. 내 생일도 잘 안 챙기고 남 생일도 잘 안 챙긴다. 겨우 둘뿐인 친구의 생일을 까먹는 것은 물론이고 가족들의 생일마저 잊고 산다(가족들도 내 생일을 잊고 사니 쌤쌤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스팀잇에서는 자꾸 특별한 기념일을 보내고 싶어진다. 그래서 다른 분들께서 하시는 이벤트를 따라 하지 않고 나만의 특별한 이벤트를 열기로 결심했다. 한편으로는 kr-event 태그를 걸고 이벤트 글을 썼다가 본의 아니게 마음이 상하는 일이 또 생길까봐 꺼려졌다.
블로그에 댓글이 달리면 기분이 굉장히 좋다. 대단치도 않은 내 글을 읽느라 소중한 시간을 써서 달아주신 그 고마운 댓글에 답댓글을 달며 기쁨을 느낀다. 그래서 확인한 댓글엔 전부 답댓글을 달았다. 혹시라도 내가 답댓글을 달지 않은 분이 계시다면 내가 못 봐서 못 단 거다.
이런 내가 딱 두 번, 댓글을 확인하고서도 일부러 답댓글을 달지 않은 적이 있다. 하나는 내가 최소 3분은 읽어야 하는 긴 분량의 글을 올린 지 1분만에 달린 댓글이다. 또 하나는 내 글에 대한 언급은 일절없이 본인과 본인의 블로그를 홍보하는 내용의 댓글이다. 신기하게도 둘 다 복사 붙여넣기한 댓글이기도 하다.
그분들의 블로그를 가서 작성한 댓글을 눌러봤더니 수많은 블로그에 똑같은 내용의 댓글을 단 게 보였다. 쓴웃음이 나왔다. 그런 댓글은 차라리 안 다는 게 낫지 않을까 싶었다. 내 글을 읽긴 하셨냐고 답댓글을 달 생각을 잠깐 했지만, 그러지 않기로 했다. 그런 일에 괜히 마음 낭비하기 싫었다.
이벤트 태그를 달고 글을 쓰면 물론 이웃분들도 읽으겠지만 처음 뵙는 분들도 많이 읽으실 것이다. 팔로워를 더 늘릴 수 있는 좋은 기회이면서, 또 마음 상하는 일이 생길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내 글을 정말로 읽어주는 분들과 100 팔로워 달성의 기쁨을 나누고 싶었다.
그럼 어떤 이벤트를 해야 할까. 고민이 깊어지던 나에게 해답을 준 건 @dakfn 님이었다.
나는 다크핑거 작가님의 글을 무척 좋아한다. 스팀잇에 가입하기 전, 구글에서 스팀잇을 검색하다가 링크를 타고 타고 우연히 작가님의 스팀잇 블로그에 들어갔다. 작가님의 글을 읽으면서 그 시원시원하고 대담한 필력에 반했다. 작가님의 글 덕분에 스팀잇에 대한 희망을 갖고 가입할 마음을 먹었다. 작가님 블로그에 댓글을 달고 싶기도 했다.
그래서 가입 승인이 되자마자 작가님의 블로그를 팔로우하고 댓글도 달았다. 그러는 동안 작가님께서 나처럼 장르 소설을 쓰는 선배 작가님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작가님께서도 내가 장르 소설을 쓴다는 걸 알고 스팀잇 활동뿐만 아니라 소설 쓰기에 대한 조언도 많이 해주셨다. 정말로 피와 살이 되는 이야기였고 존경심이 커졌다. 마치 갓 태어난 오리 새끼가 처음 본 생명체를 어미로 믿고 따르듯 작가님을 따르게 되었다.
작가님이 만약 지금 당장 전 재산을 팔아 스팀 파워에 올인해야 한다고 말씀하시면 당장 재산을 찾으러 갈 것이다(내 전 재산이 2만 6천원밖에 없어 파워 충전을 얼마 하지도 못하겠지만)
아무튼 이벤트에 대한 고민으로 괴로하다가 작가님이 올리신 글, [뉴비가이드] 뉴비도 퍼 줄 수 있다!를 읽었다. 혹시라도 이 글을 읽지 않은 뉴비분이 계시다면 무조건 읽어야 하는 글이다.
작가님의 글을 읽고 나는 그동안 생각지도 못한 특별한 이벤트를 떠올릴 수 있었다. 바로 댓글 달기 이벤트였다. 내 글에 다른 분들이 댓글을 달아 참가하는 이벤트가 아니라, 반대로 내가 다른 분들을 찾아다니며 댓글을 다는 것이다.
지난 주만 해도 나는 마이 피드에 올라오는 글을 거의 다 읽었다. 내가 읽은 글들 중에서 절반 정도엔 댓글과 보팅을 했다.
하지만 팔로우한 분들이 늘면서 마이 피드의 글을 반도 읽을 수 없었다. 내 블로그를 찾아주시는 분들이 많아지자 그분들의 댓글에 답댓글을 다느라 마이 피드는 거의 못 보게 됐다. 팔로우만 해놓고선 블로그에 찾아가 인사를 드리지 못한 분도 있었다. 언젠가 시간이 나면 방문해야지, 꼭 인사드려야지, 하면서 미루기만 했다.
나는 이번 100 팔로워 달성을 기념해 그동안 인사를 드리지 못했던 이웃분들을 찾아뵙기로 다짐했다. 뿐만 아니라 내가 지금껏 팔로우한 90분의 블로그를 전부 방문해 댓글과 보팅을 할 계획을 세웠다. 그러고는 이 마음이 변하기 전에, 즉 1월 24일부터 댓글 달기 이벤트를 시작했다.
처음엔 90개의 블로그를 전부 도는 데 시간이 그리 많이 걸리지 않을 거라고 예상했다. 아무리 오래 걸려도 6시간이면 충분할 줄 알았다.
그러나 내 생각보다 이 이벤트는 쉽지 않았다. 14개의 블로그를 도는 데 두 시간이 넘게 걸렸다. 최근 7일 이내에 새 글을 쓰지 않은 한 분을 제외하고 댓글과 보팅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결국 도저히 하루만에 끝낼 수 없는 이벤트라는 걸 깨닫고 내일을 기약하기로 했다. 보팅 파워가 50%로 떨어져서 충전하려는 마음도 있었다.
다음 날엔 어제보다 일찍, 점심을 먹자마자 시작했지만 역시나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다. 거의 9시간은 걸린 것 같다. 이것도 어제처럼 최근 7일 이내에 새 글을 쓰지 않은 분, 또 내가 모르는 전문적인 분야에 대한 글을 쓰셔서 댓글을 못 달고 읽기만 한 분들을 뺀 결과다.
비록 시간이 너무 걸려 미리 써뒀던 글을 블로그에 올릴 틈도 없었지만, 보팅 파워가 무려 27%까지 떨어져서 당분간 보팅을 못 하게 됐지만, 그래도 이벤트를 종료하고 나니 마음이 무척 뿌듯했다. 이렇게 블로그에 쓸 이야기가 생긴 것도 좋다(또 너무 길게 써버리고 있는 건 좀 싫다ㅜㅜ)
나의 기나긴 이벤트 이야기, 나 혼자만 한 이벤트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실은 이벤트를 하나 더 했다.
며칠 전에 @kmlee님의 이틀 간의 호흡을 읽고 정말 멋지다, 언젠가 나도 꼭 저렇게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다만 나는 모아둔 스팀 달러가 적어서ㅜㅜ 저렇게 많이는 못 드리고 1스팀 달러로 생색만 내야지, 하고 좋은 기회가 오길 기다렸다. 마침 100 팔로워를 달성한 이번이 그 좋은 기회가 아닌가 싶었다.
마음 같아서는 이 블로그에 방문해 댓글을 다시느라 소중한 시간을 나에게 쓰신 분 모두에게 스팀 달러를 보내드리고 싶다. 하지만 아직은 그 정도로 스팀 달러를 많이 갖지 못해서 어쩔 수 없이 두 분께만, 그것도 나와 같은 뉴비께 드리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래서 내 글에 댓글을 자주 남겨주시는 분들 중, 나와 같은 2018년 1월 가입자이시면서 나보다 명성도와 스팀 파워가 적은 @applepost
@yellocat 님께 1스팀 달러를 보내드렸다. 정말 적은 금액이라 멋쩍지만, 옐로캣님께는 길고양이 사료를 사는 데 보탬이 되시길, 애플님께는 작가의 길을 걸어가시는 데에 힘이 되시길 바란다.
와, 드디어 이 지긋지긋하게 긴, 이틀간 혼자만의 이벤트를 열었던 이야기가 끝났다. 만세! 나는 자유다! 이제 행운의 여신 이오스를 만나러 꿈나라로 갈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