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잇을 시작한 이후로 블로그에 이틀 연속 글을 올리지 않은 적은 처음이다. 아니 이 인간이 대체 어디로 갔나, 스팀 시세가 떨어져도 굴하지 않고 스팀잇 활동을 열심히 하겠다다더니 그 말은 빈말이었나, 하고 황당해하실 분들이 계실 것 같다. 그래서 변명을 할 겸 오늘은 기필코 블로그에 글을 올리겠다는 마음으로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다.
짜잔!(이것도 자꾸 쓰니 중독이 되는 것 같다) 사실 나는 감기에 걸렸다! 원래는 굉장히 건강해서 감기에 잘 걸리지도 않고 아픈 적도 거의 없었는데, 언제부터인가 겨울만 되면 감기 때문에 골골거리게 됐다. 아마도 한 해 한 해 나이를 먹어가다 보니 면역력이 자꾸 떨어지는 것 같다. 운동을 하지 않는 것도 문제고.
작년엔 그래서 운동을 하려고 매일 30분씩 집 근처를 걸어다녔다. 아파트에서 조금만 내려가면 논밭이 펼쳐진 호젓한 동네가 나와서 거길 어슬렁거리곤 했다.
그러나 날이 추워지니 밖에 나가기가 힘들어져서 다시 집에 틀어박히게 됐다. 그래도 뭐라도 운동을 하려고 국민체조도 해보고 108배도 해봤는데 어쩔 수 없는 게으름뱅이라 결국 다 때려치우고 말았다.
아무튼 감기에 걸리긴 했지만 그렇게 증상이 심한 편은 아니었다. 그냥 콧물이 줄줄 났고 열이 조금 오른 정도였다. 즉 글을 쓰려고만 했다면 얼마든지 쓸 수 있었다는 거다.
나는 비록 돈은 못 벌지만 글쓰기가 직업이라서, 정말 아파서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상황에서도 5천자는 뽑아낼 수 있다. 매일 일정한 분량을 쓰는 훈련을 꾸준히 해왔기 때문이다. 대신 내용이 엉망진창이고 오타가 넘쳐나지만. 아마 이 글에도 오타가 많을 것 같다.
그러니까 내가 이틀 동안 글을 쓰지 못했던 진짜 이유는 따로 있는 것이다. 이 블로그에 온갖 흑역사를 공개하는 나로서도 차마 밝히기 힘들어서 먼저 감기 이야기도 하고, 마음이 평온해지는 사진들도 넣었는데 이제는 밝혀야 할 시간이 오고 말았다(깊은 한숨) 사실 나는... 나는... 그동안 업비트에서 코인으로 단타를 쳤다...
(스스로가 너무나도 한심스러워 눈물이 흐르는 한편으로 죄를 고백해서 마음이 후련해짐)
하늘에 맹세코 처음부터 단타를 칠 생각은 없었다. 불과 며칠 전만 해도 나는 단타가 뭔지도 몰랐다. 야구 용어인 줄 알았다(엇 근데 검색해보니까 야구 용어가 맞긴 하다) 남자친구에게 단타에 대한 설명을 들었을 때만 해도 음, 그렇구나, 내가 할 일은 절대로 없겠네, 하고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다.
그런 내가 어쩌다 단타를 치게 되었냐면 그놈의 건망증 때문이다. 2월 5일 새벽, 스팀달러를 현금으로 인출할 생각으로 블록트레이드에서 이더리움으로 바꿔 업비트로 보냈다. 며칠 전, 수통 아닌 스달 릴레이로 받은 스달과 @hoopy님께서 주신 스달을 현금으로 인출해서 블로그에 인증을 하려고 했다. 보내주신 스달을 감사히 잘 썼다는 인사와 함께.
그런데 업비트는 이더리움 전송이 상당히 느렸다. 보낸 지 꽤 됐음에도 불구하고 입금이 완료되지 않았다. 기다리다 지친 나는 나중에 확인하기로 하고 업비트 창을 내려놓았다. 그러고는 밥을 먹고 다른 일을 하느라 그 사실을 까먹어버린 것이다.
다음날 2월 6일이 되어서야 아 맞다 업비트! 하고 그 사실이 떠올랐다. 나는 이제라도 돈을 인출할 마음으로 업비트에 접속했다. 다행히 이더리움이 잘 들어와 있었다. 팔아서 원화로 인출하기만 하면 됐다. 나는 기업은행 계좌가 없어서 원화 입금은 할 수 없지만, 출금은 언제든지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하루 사이에 내가 가진 0.03814914이더리움 가격이 삼만오천원에서 이만구천원이 되어버렸다는 점이다. 아니 겨우 하루 그냥 놔뒀을 뿐인데 육천원이나 까이다니? 나는 황당하기도 하고 억울하기도 했다.
모니터를 보고 있는 그 잠깐 사이에도 이더리움 가격이 쉴 새 없이 떨어졌다. 나는 일단 이더리움을 팔았다. 수수료를 빼고 총 29,047원이 생겼다. 당장 한두 푼이 아쉬운 나에겐 물론 큰 돈이다. 하지만 어제 입금하자마자 팔았더라면 35,399원이었을 거라는 생각 때문에 전혀 큰 돈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이런 멍청한 인간! 왜 어제 바로 팔지 않아서 피 같은 육천원을 날렸어! 하고 스스로를 탓하다가 문득 단타가 떠올랐다. 이 돈으로 다시 코인을 사서 시세가 오를 때까지 조금만 기다렸다가 팔면 삼만오천원을 되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물론 단타는 어렵고, 대부분 돈을 잃으며, 주식은커녕 아직 코인도 잘 모르는 내가 단타로 돈을 벌기는 하늘의 별따기라는 사실은 알았다. 그치만 딱 천원이라도 더 벌고 싶었다. 그럼 삼만원을 채워 돈을 뽑을 수 있으니까(그때는 출금 수수료의 존재를 몰랐다. 실제로는 삼만천원을 벌어야 삼만원을 뽑을 수 있다)
나는 스스로가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 새벽이라서, 감성이 충만해서, 어쩌면 조금 전에 마신 커피로 신경이 흥분된 탓에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마침 비트코인이 조금 오르고 있었다. 나는 얼른 이만구천원치, 0.00356795비트코인을 샀다. 이것이 악몽의 시작이었음을 그땐 미처 알지 못했다ㅜㅜ
시작은 꽤 괜찮았다. 약 8분을 기다려서 비트코인이 조금 더 올랐을 때 팔아 수수료 빼고도 약 백원의 이익을 봤다.
우와, 나의 첫 단타가 성공하다니! 나는 잔뜩 신이 났다. 두 번째 단타도 성공해서 총 이백오십원을 벌었다. 앞으로 이런 식으로 몇 번만 더 하면 무난하게 천원을 벌 수 있을 듯했다.
그러나 단타의 세계는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몇 번의 단타로 이삼십원씩 찔끔찔끔 벌던 나는 초조해진 나머지 큰 걸 노릴 맘을 먹었다. 그래서 수익률이 1.2%를 넘어감에도 불구하고 비트코인을 팔지 않다가 그만 물리고 말았다ㅜㅜ 시세가 한없이 떨어져서 팔 수 없게 된 것이다.
괜찮아. 어차피 또 오르게 돼 있어. 이젠 기다리기만 하면 돼, 하고 나는 스스로를 격려했다. 그러나 1시간을 기다려도 2시간을 기다려도 시세는 계속 떨어지기만 했다. 가끔씩 나를 약올리듯 빨간색으로 슬쩍 올라가나 싶다가도 어김없이 파란색으로 떨어졌다.
아무래도 더 기다려봤자 안될 것 같아 포기하고 자고 일어났더니 비트코인 시세가 더 떨어졌다. 계속 가지고 있으면 손해를 훨씬 많이 볼 것 같아 팔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한때는 이만구천오백원까지 올라갔던 보유 자산이 이만칠천원까지 떨어졌다. 천원을 벌려다가 이천오백원을 잃은 것이다. 나에게 초심자의 행운은 따르지 않았다...
여기서 정신을 차리면 얼마나 좋으련만, 나는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이제는 삼만원이 아니라 기존의 이만구천원, 즉 본전을 벌기 위해 다시 단타에 도전했다.
물론 잘 될 리가 없었다. 고작 몇 시간 사이에 단타 초보자가 단타의 신이 될 수는 없으니까. 테페리 신이시여(판타지소설 드래곤 라자에 나오는 신) 제발 본전만 건지게 해주세요ㅜㅜ 나는 마음속으로 열심히 빌었으나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나중에 보니 이게 바로 기도매매법이었다.
어째서 내가 가지고 있을 때는 떨어지다가 내가 팔기만 하면 오르는지, 왜 늘 그런 현상이 반복되는지, 나는 왜 이렇게 멍청해서 계속 잃기만 하는지 세상이 원망스럽고 코인이 원망스럽고 무엇보다 단타를 시작한 나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그러나 도저히 그만둘 수가 없었다. 자꾸 본전 생각이 났기 때문이다. 그 와중에 또 비트코인에게 물려서 시세가 올라가기만을 기다리다 문득, 돈을 더 투자해서 해보면 어떨까 싶었다.
앞서 말했듯 나는 기업은행 계좌가 없어 원화 입금을 할 순 없다. 하지만 가지고 있는 스팀달러를 이더리움으로 보내 입금을 해서 팔면 결과적으로는 돈을 더 투자하는 것과 같다. 나는 순간 혹했으나 천만다행으로 금방 정신을 차렸다.
이런 미친 인간! 대체 얼마를 더 잃어야 만족할래! 하고 나를 욕하는 한편으로 가진 스달을 모조리 스팀파워로 바꿔 13주 동안 묻어두기로 결심했다. 왜냐하면 나는 나를 너무 잘 알기 때문이다. 나중에 또 틀림없이 스달에 손을 댈 생각을 할 테니 스달을 뺄 수 없도록 조치를 취해야 했다.
나는 얼른 후피님께 4스팀달러를 갚은 뒤 스팀잇 내부 거래소로 들어갔다. 지금도 스팀이 스팀달러보다 비싸서 불리한 비율이었지만, 더 이상 망설일 시간이 없었다.
나는 가지고 있던 38스팀달러를 전부 스팀으로 판다고 주문을 걸어놓았다. 그러고는 다리를 떨며 초조하게 기다렸다. 또다시 내 안의 악마가 깨어나기 전에, 스달을 팔아 그걸로 단타를 치고 싶은 마음이 들기 전에 빨리 스팀파워업을 해야 했다.
그런데 내부 거래소는 영 느렸다. 스팀달러가 한번에 팔리지 않고 3분의 1씩 팔렸다. 게다가 마지막 8스팀달러는 아무리 기다려도 팔리지 않았다.
나는 일단 가진 스팀을 전부 스팀파워로 업했다. 그러고는 마지막 8스팀달러가 팔리기를 손톱을 물어뜯으면서 기다리고 또 기다리다가 결국... 결국 이더리움으로 바꿔 업비트로 보내고 말았다... 내 안의 악마가 이긴 것이다...
그뒤로는 아까랑 똑같다. 어설픈 단타 몇 번 해서 몇백원 벌었다가 역시나 정해진 순서처럼 물리고 말았다. 아무리 기다려도 답이 없는 상황이다.
담담하게 쓰고 있지만 실은 눈물이 나고 내가 너무 한심스럽고 이걸 대체 왜 블로그에 적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다른 분들께 욕을 먹고 정신을 차리고 싶어서일까? 다시는 단타를 치지 않겠다며 지키지도 못할 맹세를 하고 싶어서일까?
아니면 이것도 글감은 글감이라고 기뻐하며 적는 걸수도 있겠다. 일기란 그런 거니까. 내가 멍청한 짓을 한 게 부끄러워서 그걸 안 멍청한 짓으로 바꿔 적을 순 없다. 그럴 바엔 차라리 안 적고 말지.
한숨만 계속 나오는 상황이지만 어쨌든 기분이 아까보다는 나아진 것 같다. 이제 냉수로 세수해서 정신차리고 그동안 업비트에 빠져 있느라ㅜㅜ 확인하지 못했던 마이 피드를 보러 가야겠다. 재미있는 글이 많이 쌓여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