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oscarpark 입니다.
가족 모임에서 아이들이 스마트폰 보는 것에 대한 걱정이 나와 제 생각을 나열해 봅니다. 이 글에서는 기계, 컴퓨터, TV 그리고 스마트폰 모두 동의어 입니다.
가끔 가족 모임에서 '아이들이 동영상 자꾸 보는 것 괜찮을까'라며 우려를 내비칩니다. 아이 있는 집은 다 그런 고민에 빠지는 듯 합니다.
가족이라해도 아이에 대한 이야기는 조심스러워, "밥 먹을땐 안보는게 좋겠죠?"라며 웃어넘기곤 합니다. 그리고는 어린 시절 아버지와 실갱이하던 모습이 떠오르곤 합니다.
88년 처음으로 삼성 SPC-3000S이라는 16비트 컴퓨터를 가졌던 덕에 북한이 우리나라에 못 쳐들어오게 하는 강력크한 비밀병기인 초딩시절부터 밤 늦도록 컴퓨터 화면에서 눈을 떼질 못했고, 뭐 다들 그렇듯 저녁되면 컴퓨터 그만하란 호통과 반항이 반복되던 시간을 보냈습니다.
시간은 엄청나게 흘렀고 갈등의 원인이 컴퓨터에서 스마트폰으로 옮겨 그 갈등은 반복되는 것 같습니다. 부모님은 컴퓨터로 노닥거리느라 밤새는 걸보니 앞으로 뭘하고 먹고살 작정인지 심각하게 걱정했을 겁니다.
아직 유아/아동인 처제네 아이들은 전화기 화면 속에서 움직이는 것들을 탐닉합니다. 초등학교 고학년인 동생네 딸 아이들은 마인크래프트라는 게임으로 열심히 파고 쌓고하는데 '모든 공학의 아버지인 토목공학 전공해서 엔지니어만 가득한 이 집안에 방점을 찍으려나' 싶기도 합니다.
그래도 밤을 지새우며 모니터에서 벗어나질 못하던 어린 시절을 보내며 컴퓨터와 어떻게 상호작용하며 공존 할 것인지 체득해나간 우리 세대를 돌이켜보면 걱정할 노릇은 아니지 않을까요? 오히려 나날이 발달하는 이 기계로 아이들의 사고능력이 얼마나 발전해나갈지 사뭇 궁금해지곤 하기도하고, 아주 오랫동안 안물러나고 버팅기고자 단단히 맘 먹은 저로서는 언젠가 신진이란 타이틀을 달고 나타날 저 또래들이 겁납니다. 경쟁은 꿈도 못 꾸겠지요.
아이들이 보는 동영상은 기계의 발전으로 더욱 자연스러워지고 마치 현실에 존재하는 것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TV를 많이 보면 바보가 된다.'라는 말을 귀가 따갑도록 들었습니다. 예전에 본 어느 B급 영화에선 인류가 전체 지능이 낮아진 세상을 그렸는데 거기서도 TV는 매우 나쁜 것이었습니다.
조금은 피곤할지도 모를 일이나, 중고등학교 시절 배우던 생물 교재를 떠올려보면 아래 그림들로 세포구조를 배우곤 했던것 같습니다. 세포막, 세포핵, 미트콘드리아, ER과 Golgi체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며 열심히 외우곤했죠.
그리고 세포들이 서로 이웃한 모습이라며 이런 그림도 이어서 나오곤 합니다. 세포들이 서로를 침범하지 않고 이쁘게 자리잡고 있습니다.
from Wiki commons.
수업 시간에 세포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역할을 하는 미트콘드리아 (위 그림에서 연한 라임색)에 대해 설명하다 가끔 물어보곤 합니다. '미토콘드리아는 한 세포에 몇 개정도 있을까요?', 눈치는 저 위 그림을 자기도 모르게 떠올리는 것 같은데 도통 말들을 안합니다. '한, 두개라면 안묻겠지'라며 눈치 보는 것 같아요. 사람의 경우 평균 300 ~ 400개이고, 신경세포나 근육세포 등과 같이 활동이 왕성한 세포는 1,000 ~ 3,000개의 미트콘드리아를 가지고 있다고 말해주면, 늘 분위기는 얼어붙곤 합니다. '그게 뭐시 중한디?'라는 듯...
간략화된 구조를 보여주는 그림에 다 그려넣다보면 다른 구조를 그릴 수 없으니 글로 혹은 입으로 배워야 하는 것들인데 왠지 미안해집니다.
저런 그림으로는 우리는 세포 속 실제 구성이나 그 구성품들이 어떻게 동작하는지 등을 단 하나도 볼 수가 없습니다. 저 그림과 빼곡한 글을 모아 머리 속에 그려보는 수 밖에요.
세포 움직임 하니 떠오르는 것이 하나 또 있습니다. 세포내 단백질 중, Actin filament라는게 있습니다. '세포 이동에 관여하는 것으로 가장 잘 알려진 단백질이고, 이 단백질을 이어나가면서 몸통을 앞으로 쭉 뻗쳐서는 몸 전체를 끌고 나갑니다.'라고 말하면 머리 속에 잘 떠오르지 않습니다.
적절한 도구로 잘 보이게끔 처리한 후, 현미경을 통해 보면 이렇게 움직이곤 합니다.
몸통 중 일부를 앞으로 쭈욱 뻗어다가 단단히 붙잡고는 나머지 몸통을 쭉하고 당겨 이동을 하죠.
판타지 게임에 나오는 슬라임이 움직이는 것과 유사하달까요? 녹색 젤리처럼 생긴 괴물이죠. (때려도 아이템 안 떨굽니다.)
from Wiki commons.
위에 저 두 양반들은 아래 그림을 보고 두 페이지가 안되는 분량으로 '저거쓴 꼬인 이중 나선이여라~'라고 쎄웠는데 그게 어째 맞아 떨어져서 노벨상로또, 평생연금티켓 받은 일을 생각해보면,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는 것은 어렵기도 하거니와 우리는 보이게 하는 것이 너무도 중요한 세상에서 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기계의 발달로 우리는 너무 작거나 커서, 또는 너무 적거나 많아서 보이지 않던 것들을 볼 수 있는 시대에 돌입하였고 이제는 세포 속에서 일어나는 일을 하나 둘 눈 앞에 드러내는 시대에 살아갑니다.
눈에 잘 보이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지금까지 최대한 대상을 단순화하여 한 장의 그림으로 표현했고 그것이 무척이나 당연한 세상을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앞서 말해온 것과 같이 이는 실체의 일부만 보여주는 것으로 항상 머리 속에서 관련된 이미지를 하나로 묶어내는 구성 능력을 요구합니다. '큰 그림을 봐!', '왜 그리 단편적이야?' 그렇게 보여줘놓고 잔소리는
기계가 발달하며, 몸 속에 박테리아 (세균류)가 들어오면 백혈구 종류 중 하나인 호중구 (neutrophil)이 잡으러 댕기는 모습도 딱 걸렸구요.
https://embryology.med.unsw.edu.au/embryology/images/3/36/Neutrophil_chasing_bacteria_movie.mp4
쟤 (호중구)가 상처를 발견하면 야비하게 지 친구 대식이 (대식세포; macrophase)를 불러와 염증이 안생기게 합니다.
서면 카페에서 밀린 정국(정우)가 행님들을 부르는게 사람 세상에서만 일어나는건 아닌가 봅니다?
하버드대 의과대학에서는 많은 돈을 들여라고 쓰고 3D 디자이너들과 프로그래머를 갉아넣었 평면 속 그림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쓸데없는 고퀄 세포의 일상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한 십여년 전에 누군가 칼라 초음파가 있던데 어떻게 된거냐며 물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초음파란건 소리를 쏘아서 되돌아오는 속도로 가까운 것과 먼 것을 구분하고 그 반사된 크기로 물체의 밝기로 표시해 그림으로 만들어내는 기법을 쓰는데 칼라 초음파란게 있을 수가 없지요. 그런데 아래 그림처럼 태아와 배경이 확연히 구분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저 칼라 초음파란 것은 기계 (컴퓨터)에 대상을 인식하는 기계학습 기법을 통해 사물을 구분하고 그에 맞는 색상을 입히는 원리입니다. 하드웨어 (초음파 기기)와 초음파 영상을 구성하는 소프트웨어 위에 다시 소프트웨어를 개입시켜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것을 달성한 것이죠. 이런 것을 가상화 (virtualization)이라 합니다.
작년 연말 가상화폐 열풍으로 가상 (virtual)이란 단어가 널리 알려졌습니다만, 여전히 가상을 '모양이 유사하지만 가짜의' (pseudo)나 허깨비 (false image)로 와전되어 있는 것 같지만, virtual이란 '물리적으로 존재하지 않지만 현실 세계와 상호작용하고 영향을 끼치는 것'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평소 가상이란 단어를 설명할 때, 좌측통행에서 우측통행으로 바꾼 후 우리가 일상에서 겪는 혼란에 대해 말하곤 하는데요. 꼭 이런 혼란만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예전 편지가 이메일로 대체되고, 그리고 또 메신저가 각광받으면서 세계 어디를 가더라도 즉시 연락을 주고 받을 수 있게된 것도 가상화의 혜택 중 하나겠죠.
요즘 스포츠 경기나 광고를 보다보면, 컴퓨터 그래픽의 발달로 물리적인 실체인지 기계가 덧씌운 것인지 구분하기 모호할 정도로 화면은 구성되고, 컴퓨터를 내장한 TV는 눈치와 지능을 갖춘 SMART한 기계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TV와 스마트폰은 구분이 모호하게 서로가 서로를 삼키며 여러부면에서 유사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기계들은 우리가 인식하지 못한 상태로 자신과 상호작용하도록 유도하며 나를 도와 거르고 선정한 것들을 소비하케해 지적 활동을 적은 노력으로 고도화할 수 있게 돕고 있습니다. 첨언하자면, 그래서 인공지능이 우리 삶을 파탄낼 수 없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 기계의 도움으로 진일보 할 것입니다.
김용옥 선생은 '대상을 깊이 있게 알지 못하고 미디어가 보여준 수준에서만 이해한다'라는 비판으로 지식대중이란 말을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미디어 컨텐츠의 발전으로 과거 세대와 비교해 지구 상 곳곳에 대한 이해의 폭은 더 넓고 깊은 것이 사실입니다. 기계를 통해 우리는 세상과 더욱 밀접해졌고 전달되는 정보는 활자에 비해 더욱 쉽게 흡수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기계와 아이들 사이에 자리잡은, 아이들이 너무도 열광하는, 스마트폰 속 동영상이란게 우리에게 그랬듯 아이들에겐 유희의 수단일 뿐 아니라 우리는 그 시절 경험하지 못했던, 배우고 익히는 도구 입니다. 그러니 그걸 못하게 막는다해도, 막을 수 없는 시대적 조류이고 또한 필수 도구가 아닐까 생각하기 때문에, 가족 모임에서의 그런 걱정도 그다지 심각하게 받질 않습니다.
친구가 좋아하는 것 존중해줘야만 어린 시절 골목 함께 누비던 음낭친구놈이 사십먹고 오십먹어도 곁에 있듯, 아이들도 마찬가지겠지요. 그리고 아이들은 자신이 마주한 세상에 가장 효율적인 도구를 합리적으로 판단 할 겁니다. 우리가 대체로 그랬고, 또 우리 몸 속 세포가 대체로 그렇게 해가듯이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