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를 자책하고 내일을 걱정하며
정작 오늘을 잊고 있지는 않나요?
내가 중난히 살아내는 오늘을 칭찬해주세요
이 글을 읽는 순간을 즐거이 느껴주세요
이 순간의 보배로움은 완벽한 사실이니까요
이 순간 내가
별들을 쳐다본다는 것은
그 얼마나 화려한 사실인가
오래지 않아
내 귀가 흙이 된다 하더라도
이 순간 내가
제9교향곡은 듣는다는 것은
그 얼마나 찬란한 사실인가
그들이 나를 잊고
내 기억 속에서 그들이 없어진다 하더라도
이 순간 내가
친구들과 웃고 이야기한다는 것은
그 얼마나 즐거운 사실인가
두뇌가 기능을 멈추고
내 손이 썩어 가는 때가 오더라도
이 순간 내가
마음내키는 대로 글을 쓰고 있다는 것은
허무도 어찌하지 못할 사실이다
피천득 <이 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