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나무 꽃잎이 바람에 날리네
이웃집 백 살이 된 목씨 할머니네 마당에도
열여덟 꽃나이에 첩이 되어 홀로 된 지 사십 년
돈 많은 영감 지갑에서 뿌려지던 꽃잎들이
무수한 여자들의 치맛자락에 떨어지던 때
이까짓 것쯤이야 하던 그까짓 인생 앞에
눈물만 흘리며 왜소한 시간 뒤에 숨어 살았네
"꽃비다 꽃비여"
문을 열고 나와 손바닥에 꽃잎을 받아내며 웃네
틀니 없는 오목한 입술이 꽃잎이 되네
눈가에 주홍빛 꽃망울이 달렸네
젊어서는 꽃잎에 울더니 늙어서야 꽃잎에 웃네
벚나무 꽃잎이 날리네 팔라당팔라당 날리네
이제 주워 담아 뿌릴 이도 없네
화려한 조명도 하객도 없이 면사포를 썼네
백 년만에 홀로 부끄러운 신부가 되었네
애어린 벚나무가 되었네
《작가노트》
장대비가 내리는 밤, 밤새도록 고열을 앓다가 아침녘 유리창이 부서지도록 쏟아지는 햇살에 눈을 뜬 것처럼, 눈동자에 비친 세상은 붉다. 노년은 그런 것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