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나는 내 이름이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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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는 내 이름이 싫다. 거창하고 철학적인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문장 그대로 내 이름(가명이나 별명이 아닌 본명)을 싫어한다. 그래서인지 예전부터 아이디를 만들 때 고민을 많이 한다.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이름을 갖고 싶기 때문일까.

#2

내 이름을 싫어하는 첫 번째 이유는 발음이 어렵다는 점이다. 이름 세 글자 전부 받침이 있고, 자음동화 현상까지 겹쳐져서 듣는이가 한 번에 알아듣기 힘들다. 여태껏 내 이름을 물어본 사람에게 대답을 해주면 한 번에 정확한 이름을 인식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어느 순간부터는 돌림노래와 같은 상황을 막고 싶어서 스타카토 방식(음을 하나하나 짧게 끊어서)으로 "제 이름은 @! @! @! 입니다."라고 말하게 되었다.

#3

두 번째 이유는 이름에서 건조함이 느껴진다는 점이다. 한자로 만들어진 이름이니 당연히 그 의미는 좋겠지만, 한글로 쓰여진 이름 세 글자만 봤을 때는 그 의미가 짐작되지도 않고 따분함이 느껴진다. 순우리말로 지어진 이름과는 대조적으로 생동감이 없어보이는 점도 아쉽다.

#4

세 번째 이유는 한자로 적었을 때 획수가 많다는 점이다. 내 이름의 마지막 글자는 (조화하다 섭)이다. 가끔씩 시험 답안지에 한자로 이름을 적어야 할 경우가 있는데, 컴퓨터용 사인펜으로 한자를 쓰다보면 지정된 칸을 벗어날까봐 조심해야 한다. 아무래도 시험시간에는 사소한 것에도 신경이 쓰이고 짜증이 나는 법이다.

#5

내가 대학교를 다닐 때 학과 동기 중에서 이름을 바꾸는 경우가 꽤 있었다. 그 때마다 '나도 바꿔볼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가 문득 깨달은 것이 있는데, 성인이 될 수록 내 이름이 불려질 일이 드물어 진다는 것이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모든 사람의 이름을 기억하는 것은 힘든 일이다. 대신에 그 사람의 역할, 직함, 상대적인 관계 등에 따라서 자연스럽게 새로운 호칭이 생긴다.

#6

나는 어렸을 때부터 예술작품을 만들어내는 재능을 타고난 사람들을 동경하고 있다. 그리고 나도 그들처럼 되고 싶다는 욕심에 스팀잇 블로그에 나를 소개하는 문구로 '금손이 되고 싶은 한손'을 사용하고 있다. 특히 손을 사용해서 묘기에 가까운 능력을 보여주는 분을 닮고 싶어한다.

#7

내 이름을 바꾸기 보다는 나에게 따라오는 수식어 혹은 호칭을 만들어가는 방향으로 생각을 바꾸었다. 태어나면서 부여받은 이름은 내가 지어낸 것이 아니지만, 사회생활을 하면서 나를 따라오는 수식어는 내가 노력해서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본명은 나의 본질이 아니다. 누군가의 소망이 담긴 글자의 조합일 뿐이다. 다른 것에 신경쓰지 않고, 내가 바라는 나의 모습을 만들어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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