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녀왔습니다."
오랜만에 집을 찾아온 현수를 맞아주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현수는 무언가 알 수 없는 낯설음을 느끼며 집 안으로 들어갔다. 날씨가 제법 쌀쌀해진 탓에 거실바닥이 차갑게 식어있었다. 현수는 너무 조용한 것이 어색해서 TV 리모컨을 찾는다. TV를 켜니 마침 예능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가 방송 중이다. 어느 인기 개그맨이 집 안에 BAR를 만들어서 'OO BAR'라고 이름 붙이고, 무지개 회원들(해당 프로그램 출연진들)을 초대한다는 내용이다.
'돈이 많으면 뭔들 못 하겠어? 정말 멋지게 사는 구나! 나도 나만의 작업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네.'
TV에 나온 그녀의 집은 혼자 살기에는 아주 넓은 공간이었다. 평소 흥이 많은 그녀는 빈 공간을 용납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렇게 자신의 공간에 주인이 누구인지를 드러내는 소품과 인테리어로 가득 채워넣었을 것이다.
'그런데 저렇게 공간을 채우면 끝인가?'
분명히 누가 보아도 화려하게 꾸며진 공간이 맞다. 그렇지만 현수는 동시에 외로움이 느껴진다고 생각했다. 왜 그럴까. 그 공간에는 사람이 주인공 하나뿐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 공간을 찾아와주는 사람이 없다면 아무리 화려하게 꾸며놓은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현수는 여기까지 생각하고 TV를 껐다. 다시 집 안은 소리가 사라진 세상처럼 조용해졌다. 이내 현수는 자신의 숨소리와 심장박동을 느꼈다. 그는 온 몸에 닭살이 돋는 것을 느꼈다. 그와 동시에 속이 메스꺼움을 느끼고 화장실로 달려갔다. 금방이라도 오늘 먹은 음식들을 다시 마주할 것 같았지만, 화장실 변기에 얼굴을 들이밀자 거짓말 같이 메스꺼움은 멈추었다.
현수는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러다가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일명 다크서클이라 불리는 것이 당당하게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최근 불면증에 시달린 탓에 어둠이 눈밑에 자리를 잡은 것이다. 그는 기분전환이 될까 싶어서 양치를 하려고 했다. 그런데 4인용 칫솔걸이에는 칫솔이 하나밖에 없었다. 나머지 3개의 칫솔은 어디로 갔을까? 사실 그는 알고 있었다. 그것들은 드래곤볼처럼 각자 다른 곳으로 흩어진 것이다.
양치질을 마치고 나온 현수는 허기짐을 느꼈다. 그는 배고픔을 잠재울 것을 찾기위해 냉장고를 살펴보았다. 마침 200 ml 우유팩이 몇 개 보였기에 아무런 생각없이 집어들었다. 우웩! 그는 한 모금을 삼키지도 못하고, 싱크대에 우유를 뱉어버렸다. 우유의 유통기한을 확인해보니 9월 1일까지였던 것이다. 유통기한이 3주 이상 지나버린 우유는 왜 냉장고에 그대로 있었던 것일까. 정답은 정말 간단하다. 그동안 우유를 관리할 사람이 없었던 것이다.
현수는 나머지 우유팩의 유통기한도 확인하고, 모두 싱크대로 흘려보냈다. 그는 피곤함을 느끼고 잠시 누워있기로 했다. 배게와 이불을 찾기 위해 각각의 방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그는 확실하게 느꼈다. '이 곳은 사람이 살았었던 공간이다.' 한때는 '가족'의 보금자리였던 이곳은 이제 버려진 공간이 되어 있었다. 현수는 집에 들어가면서 느꼈던 낯설음의 이유를 깨닳았다. 그는 자신이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이 아님을 깨닫자 황급히 짐을 챙기고 신발을 신었다.
"다녀오겠습니다. 그리고 다음 생에는 만나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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