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날, 하지만 그리 먼 옛날은 아닌 옛날에 어느 젊은 아버지가 살결이 아주 보드랗고 예쁜 인형을 그의 소중한 딸에게 선물했답니다.
인형은 무척 좋은 재질로 만들어져 정말 사람처럼 목욕을 시킬수도, 화장을 시킬수도 있었어요. 그래도 전혀 화장품에 물이 들거나 물기가 스며들어 망가지지 않았답니다.
정말 완벽한 장난감이었지요.
딸은 모든 친구들에게 자랑했고 소녀들은 그녀의 다정한 아버지를 부러워했습니다.
열렬한 사랑속에서 인형은 황홀해했습니다.
모두들 자신에게 열광했기 때문에 결코 버림받지 않으리라 믿었죠. 그러나 모든 인형이 그렇듯이 시간이 얼마 지나자 소녀의 선반을 장식할 뿐인 소품이 되어버렸습니다.
가끔씩 생각났다는 듯 화장만 바꿔줄 뿐 다신 열렬히 애정을 쏟으며 갖고 놀지 않았어요. 인형은 자신이 버림받았다고 느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어요.
"야아! 저 인형 예쁘다!"
소녀의 집에 놀러온 그녀의 사촌동생이 인형을 보며 탄성을 내질렀습니다.
소녀는 오랜 추억이 깃든 물건이었지만 동생에게 순순히 양보했습니다.
"난 더 이상 인형을 갖고 놀 나이가 아니니깐!"
그 순간, 인형은 깨달았습니다. 인간과 오래토록 함께 하려면 자신도 함께 성장하고, 함께 늙어가지 않으면 안된다는 사실을요.
'살아있는 것들은 성장하고 변하지만, 나는 100년이 지나도 낡기만 할 뿐 성장할수 없을거야!'
인형의 새 주인은 매일 속상한 일이 있을때마다 홀로 인형에게 속삭이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네가 최고야!"
때론 이렇게도 말했죠.
"우리 엄마는 예쁘지도 않고 화만 잘내고 잔소리나 하는데 인형은 항상 예쁜모습 그대로인 채 모든 말을 다 들어주는구나."
그때마다 인형은 마음 속으로 이렇게 외쳤답니다.
'아니야! 난 화내지도 누군가를 미워하거나 짜증내지도 않지만 심장은 차가워!'
소녀가 야단맞고 눈물을 흘리는 날에는 이렇게 소리쳤어요.
'눈물을 흘리지 않는 존재는 네 눈물을 닦아 줄수도 없는 거란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어요.
소녀가 마당에서 인형을 갖고 놀다가 그만 집 앞의 호수에 인형을 빠트렸습니다.
소녀는 발을 구르며 앙앙 때를 썼지만 이미 인형은 어른의 팔에도 닿지 않을 만큼 멀리 흘러가버렸어요.
인형은 곧 물살에 치이다가 밑으로 가라앉았고 조금씩 썩어갔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강바닥의 흙이 되어있는 자신을 발견했어요.
그녀는 물풀을 돌봤고 호수에 사는 작은 벌레들을 가슴으로 품었습니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호수가 된 인형은 기뻐하며 신에게 감사했어요.
'인간들은 울고 웃으며 체험하고, 성장하지만 이 땅과 자연은 슬픔도 분노도 기쁨도 없으매 언제나 한결같고 평화롭나이다.'
인형은 자신의 지난 날의 오해를 반성했어요.
'내겐 인간같은 따스한 마음은 없었지만 대신 무엇이든 조건없이 품는 대지가 되었어.'
인형은 그 후로 영원히 사람들을 질투하지 않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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