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슈넛 나무
꽃
열매
뒷 문을 열면 이쁜 캐슈넛 나무가 한그루 있다.
둥그렇게 그늘을 만들어 줄 만큼 충분히 크고 잎은 부드럽고 넓다.
평상 놓고 쉬기 딱 좋은 자리로 보였다.
나무 아래로 가서 서보니 그늘도 훌륭하고 내 키로 서있기에 적당했다.
서 있기 딱좋은 자리의 나뭇가지에는 낡은 마대자루를 묶어 놓은 철사가 가지를 감싸고 있었다. 아마도 샌드백을 만들어 놓고 주먹질을 했을 법하여 물어보니 예전에 경비원이 매달아 놓고 운동을 했단다. 지금은 그 철사가 녹슬어 나무를 조이고 있었다. 손으로 풀기 어려웠다....일단 느슨하게는 만들어 놨다.
이렇게 나무를 묶어 놓고 그냥 가버리는 일이 얼마나 나무에게 괴로운 일인지...
아무리 약한 줄이라도 나무는 압박을 느낀다. 줄기가 굵어지면 이 줄을 밀어내어 끊는 것이 아니라 그만큼 움푹패여서 자란다. 생각 같아서는 나무가 줄을 끊을것 같은데 아주 약한 실도 못 끊어낸다. 불끈 힘주는 근육과 달리 아주 천천히 자라는 나무를 생각하면 조금은 이해가 간다.
사람도 손가락에 실을 묶어 놓은면 그렇게 될듯하다. 눌림이라는 것은 그 부드러운 솜위에 앉아 있어도 시간이 지나면 엉덩이에 그 솜이 베겨서 아픈것과 같지 않을까.
시간과 지속적인 압박은 아무리 가볍고 약한 것이라도 가끔 미치게 하는 힘이 있다. 사람관계도 지속적인 말은 그 사람을 만들기도 하고 변하게도 한다. 그래서 사랑을 부수는 악마의 최고의 무기는 바로 '잔소리'라고 하지 않는가. 처음 이 문장을 봤을 때 얼마나 박장대소를 했는지...ㅋㅋ 결혼은 못해봤지만 갈굼을 당해본 입장에서 작은 잔소리의 쌓임은 나무가 저 줄을 끊어내지 못하고 움푹패이도록 자라는 것과 같다. 그러다 강한 바람이 불면 바로 그자리가 부러진다.
어려서는 술마시는 아버지가 다 잘못했는 줄 알았다. 마흔이 되면서는 어쩌면 어머니의 잔소리와 구박과 거시기?..보다는, 이제야 아버지가 이해되고 생각나는 것 가운데 하나, 혹시 어머니는 생활고 속에 힘듬을 아버지를 향한 그 '잔소리'로 풀려고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이제야 들었다. 으하하....... 을마나 힘드셨을까..ㅋ 그러니 술이라도 마셔야지..ㅋㅋ 그건 이해하겠는데 왜 나한테 술 심부름을 시키셨어요. 정말 싫었는데...뭐 덕분에 일찍부터 막걸리 주전자 입구를 입에 물고 잘~ 마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쩝! 국민학교때부터 잘 마셨는데... 가족과엄마의잔소리철사줄에꽁꽁묶인아부지같다. ㅎ이야기가우짜다여까지왔을까...
암튼
며칠전 저 나무 아래에 놀러 갔다가 가시나무에 찔려다. 그냥 초록색 나무인줄 알았는데 가시나무 였다. 너무 많아서 일하시는 분하고 둘이 함께 캐내었다. 나무를 자르는데 낫은 안가져오고 괭이하고 음...잊었네 이름..쩝. 여기 사람들이 사용하는 밀림칼하고 칼 끝을 꺽어놓은 것 비슷하게 생긴것을 가져왔다. 그걸로 툭툭쳐서 풀을 베어낸단다. 참 쉬운듯 간단했다. 깔끔하게 일하기는 어렵게 생겼지만 서서 대충 베어내기엔 낫보다 훨씬 편하게 생겼다. 오늘 가져온 것은 녹슬고 무딘 날이라 이걸로 도대체 뭘하자는 걸까 싶은 것을 가져왔다.
몇번 휘두르다가 괭이로 땅을 파고 뿌리를 찍어 잘라 냈다. 이 뿌리가 얼마나 넓게 펼쳐 졌는지 잡고 뽑으니 이미터는 넘게 뻗었다. 모래땅이라 파기도 쉽고 뿌리를 당기면 쫙~ 올라오기도 했다. 대부분 그냥 찍어냈다. 힘드니까...
모래에 괭이질 하는 기분 이게 참 묘하다. 헛질하는 기분들게 푹푹들어간다. 괭이가 무거워서 들어 올리는게 더 힘들다. 햇볕은 또 왜이리 따가운지 일 할 때도 썬글라스 쓰고 해야겠다능...
사실 얼마 안했는데 손바닥은 어느새 물집이 터져있고 날은 너무 뜨거워졌다.
일단은 나무 주변만 정리하고 나중에 더 뽑자고 했다.
가만히 앉아서 땀나는 것 보다 기분이 참 좋다.
정리된 나무 아래를 바라보니 뿌듯하다.
깨끗해 보이는 바닥도 비질한번 더 하면 표시가 나는데 역시 사람손길이 지난 곳이라 멀리서 봐도 이쁜 티가 난다.
오늘은 바닥 물청소도 했고 뭔가 하루를 일하면서 보낸것 같다.
돌 없는 모래땅. 쩡말 모래뿐인 이곳에도 살아가는 나무가 있다는게 대단하게 느껴진다. 지금은 가뭄철이라 풀들도 바싹 말라있다. 그래도 뿌리는 살아있다. 언제든지 비만 내리면 쑥쑥자랄 준비를 하며 비운의 내공을 키우고 있는것 같다.
이곳에서는 이 모래에 시멘트 가루만 섞어서 바로 벽돌을 만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