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볼라고 상추를 심었다.
몇 주전에 청소를 하다가 2013년 포장된 상추씨를 찾았다.
그렇지 않아도 야채를 재배할 생각을 하고 있던 차에 나온 상추씨앗이라 너무나 반가웠다. 이곳에서(탄자니아) 먹는 음식엔 채소가 별로 들어있지 않았다. 그냥 푹 삶아 흐느적하게 수프를 만들어 밥에 올려 먹는다. 그렇게 올려서 손으로 메마른 밥과 함께 쪼물쪼물딱 해서 한덩어리 만들어 입안으로 던지듯이 넣는다. 난 아직 그렇게 해보지 않았다. 그냥 숫가락으로 이리저리 뒤집고 누르며 양념을 묻혀서 먹는다. 언젠가는 손으로 쪼물딱거려서 먹어보고 싶은 생각은 있다. 그래서 식당에 가면 손씻을 물을 들고 오는 곳도 있다. 첨엔 깜놀...왜~~?ㅎ
암튼 이곳에선 야채가 귀했다. 양배추를 채썰어 조린것과 음...무슨 이름인진 ㅎㅎ생각안나지만 산나물 비슷하다고 해야하나...쫑쫑썰어서 푹~익혀서 쪼물딱해서 간맞춰 만든 음식이 주로 나온다. 간이 맞을 땐 맛있다.
밥은 주로 바람에 날리는 쌀밥에 짭짤한 수프를 섞어 먹고, 야채를 별로 안먹으니 큰일을 보는 곳에 자주 가지 않는다.
그래서 내 정원을 만들었다.
안전교육 받을겸 다르에스람에 나가 사일간 보내고 돌아왔다.
나가기 전에 작은 통에 기르던 상추를 야외에 나무판으로 만든 정원에 나름 이쁘게 정성껏 상추간 간격 뛰어 심어놓고 물을 주고 떠났다. 일요일 아침 일찍 나오니라 누구에게 부탁도 못하고 그냥 나왔다.
혹시나 했는데 그동안 큰 비도 왔던데... 몽땅 말라 죽었다.
시상에...
옮겨심지 않았더라면 죽진 안았을것 같다.
원래 씨앗을 심었던 곳에 있는 상추는 더 건강해져 있었다. 잎도 하나 더 생겼다.
아... 아무래도 닭똥을 너무 많이 넣어서 죽었나보다...ㅠ
희망은 이렇게 닭똥에 말라 문드러졌다.
빨리 키워서 된장 듬뿍 올려서 짭짜름하게 쌈싸먹고 싶다.
삼겹살은 없어도 된다. 그냥 상추와 된장이면, 내 영혼은 행복에 겨워 온 몸의 된장맛 세포를 깨울것았는데... 그런데 그 상추가 말랐다.
그래도 아직 더욱 튼튼한 몇포기의 상추가 남아있다.
5년지난 씨앗이지만 두 봉투나 더있다.
담엔 실수하지 말아야지... 살짝 긴장된다. 조금 더 소중해졌다. 소중한만큼 관심이 갔다. 씨앗 봉투를 이리저리 돌려보며 설명서도 읽어본다.
'여름뚝섬' '고향담배상추'
살아오는 동안 이름모를 상추를 먹고 있었나보다. 상추에 이런 괴상한 이름도 있는 줄 몰랐다. 여름뚝섬에 고향담배라니...ㅠㅠ 우쨌든 상추에게도 이름이 있다. 앞전에 상추는 무슨 치마였던것 같은데...방심하고 심은 티가 이럴때 난다. 이름도 모르고...이제 상추에 이름을 불러줘야하나....담배상추야~.
하긴 염소는 담배를 사람이 상추씹어 먹듯이 잘 먹는다.
앞에 두 봉지를 세번에 걸쳐 심었는데 두 번은 싹이 났다. 밖에 직접 뿌린 씨는 하나도 싹이 안났다. 씨앗을 물에 담아 냉장고에 이틀간 넣었다가 하면 잘 난다하여 그렇게 했다. 그냥도 뿌려봤다.
아무리 생각해도 닭똥이 너무 독해서 다 죽은것 같다. 닭똥닭똥...눈물...똥...거름...염소똥...소똥은 훨씬 싸다. 비싼 닭똥이었다...한자루 5천실링.
모종삽이 다 들어가도록 파서 뒤집고 일주넘게 숙성도 시켰는데.....ㅠ
그래도 몇 포기 남은것을 잘 키워야겠다.
저 모래밭에 수박을 파먹고 던저 놓았는데 그곳에서 수박싹이 났다. 물도 안줬는데...
저기 모래는 그냥 시멘트를 섞어서 벽돌을 만드는 모래와 같은 완전한 모래다.
그런곳에서도 저렇게 잘 자라는데 멀리서 좋은 흙을 퍼왔고 닭똥거름까지 넣은곳에 곱게 뛰어서 심은 상추는 죽었다. 속상타...ㅋㅋ
뭐...너무 어린싹을 심었나ㅎㅎ아마도....
아쉬긴한데 뭔가 배운듯 잼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