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논현역에서 자막없이 영화보기 컨설팅이 있었던 날이다.
반포에 거주하시는 모든 것을 소비를 통해 해결하려고 하시는 50대 여성의 고민을 들었다.
외국계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어 직급이 올라감에 따라 영어를 쓸 일이 많아지는데, 어떻게 하나?
일은 그렇다쳐도 해외 연수에 가도, 회의가 가도 가만히 아무 말을 못하는 게 싫다고 하셨다.
지난 십 수년 간은 그럭저럭 일 하는 데에 무리가 없었지만,
앞으로의 십 수년은 어떻게 버텨야 하나?라는 고민을 안고 계셨다.
시원스쿨도 책을 사놓고 하지 않으셨다 하시고, 외국인 학생을 홈스테이로 받을까도 고민하신다.
자막없이 영화보기 밴드에 가입하고 1년이 지났는데, 이제껏 딱 2편의 영화를 보셨다고 하셨다.
나는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여행시 사용할 수 있는 24만원짜리 동시통역기를 추천해 드렸다.
스마트 TV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넷플릭스 어플을 까는 법을 모르신다고 한다.
그리고 넷플릭스가 되는 Dlive라는 유선방송을 설치하시기를 추천해 드렸다.
영화보기의 노하우 보다는 새롭게 구매해야 할 것들에 대해서 열심히 적으셨다.
무언가 소비를 통해 바꾸려는 것을 좋아하시는 것 같다.
돈을 투자한 만큼 무언가 바뀐다고 믿으시는 것 같기도 하고...
음음...
원래 2시간 상담인데, 1시간도 안되어 끝나버렸고,
일단 해 봐야 질문이 생길 것 같다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한 달 뒤에 다시 전화를 주신단다.
그러더니 몇 살이냐고 하셔서 28살이라고 하니, 이제 결혼해야겠네? 엄마같은 마음에 갑자기 연애와 결혼에 대한 조언과 썰을 풀기 시작하셨다...
역시 강남아주머니들은 달라...
그 시간들이 엄청 싫었던 건 아니고, 재미있었다.
나도 나이가 들면 그렇게 얘기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그냥 웃으며 들었다.
내가 괜한 얘기들을 했다며 또 급하게 자리에서 일어나셨다.
카페를 나와 오던 길에 봤던 이상한 정체불명의 식당에서 혼자 까르보나라를 먹었다.
이 곳이 인도인지 태국인지 이태리인지 헷갈린다.
먹고 있는데 갑자기 흰 벤틀리를 탄 아저씨가 다리를 절뚝거리며 들어온다.
원래는 혼자 밤도깨비 야시장을 구경하려고 했는데
급하게 남자친구를 만나게 되었다.
기승전야식이지만....
막차를 타고 집에 돌아온 것만으로도 큰 후회를 남기진 않았다.
작년에 동성친구랑 석촌호수를 걷다가 '아 이런 데는 남자친구랑 걸어야 되는데..' 했었는데
막상 남자친구랑 걸었는데 죄다 이상한 불빛들만 사진을 찍어놨다.
오늘은 꽃과 그림들을 많이 봐서 만족한다.
1여 년만에 페이스북 프로필 사진을 바꿨다.
아까 카페에서 찍은 사진을 살짝 환하게 보정한 뒤 말이다.
아침에 눈을 떠서 나를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누른 좋아요를 확인한 후 일어났다.
이제야 연휴를 마무리한다.
곧 출근을 하겠지?..
아니, 그 전에 영화 한 편을 볼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