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때와 같이 일을 하고 있었어요.
한국에 들어오면 저의 워킹 스페이스는 부모님 집에 꾸며둔 서재, 동생네 집에 있는 제부 책상이랍니다.
저는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오래하다가 가족이 있는 지방으로 이사를 왔는데요. 따로 혼자 살기도 뭐하고 집이 굳이 있어야 하나 싶기도 하고 아버지도 제가 옆에 있길 바래서 집을 합친거죠. 그래서 해외에서 생활하다가 한국으로 돌아오면 가족의 곁으로 돌아옵니다. 뭐, 거의 빈대 수준이에욬ㅋㅋㅋㅋㅋ
집이 문을 다 열어놓고 살아서 주방쪽에서 통화하는 아빠의 목소리가 들리더라구요. 최근 개명을 할 계획을 하고 계시는데 친구분이 주변 지인들에게 명함을 뿌리고 다니라고 했나봐요. 이리저리 직장 옮겨가면서 일을 하기에 아빠는 이날 이때껏 명함을 가진적이 없었어요.
통화가 끝나길래 얼른 가서
‘아빠, 내가 명함 만들어줄까?’
‘네가? 어떻게?’
‘아니, 아빠는 디자이너 딸 뒀다 뭐해. 내가 만들어서 온라인으로 주문해줄게. 빠르면 금요일에 올 것 같고 늦으면 월요일에 올 것 같은데 괜찮아?’
‘시장 가서 하면 하루만에 만들어주지 않을까? 그리고 너 일하고 있는데 뭐하러 시간들여.’
‘금방 돼. 아빠가 쓰고 싶은 문장 있으면 하나 만들어줘봐. 이름만 넣지말고 하고 싶은 말도 넣어보자.’
미션을 드렸더니 끙끙대면서도 뭔가를 쓰시긴 쓰시더라구요. (웃음)
그리고서는 작업하고 있는데 옆에 와서 메모지를 건네길래 봤더니 역시나 아빠다 싶더라구요. 딸 내용이 꼭 들어갘ㅋㅋㅋㅋ 문장 조금만 고쳐드리고 바로 눈앞에서 만들어드렸죠.
‘아빠, 뒷면에는 그림 넣으면 좋을 것 같은데 어때?’
‘어, 좋긴한데 더 비싼거 아냐?’
‘어차피 뭐가 들어가든 가격은 다 똑같아~ 내가 젤루 싸면서 고급진걸로 골라줄테니까 걱정마. 주문하는데 만원 밖에 안한다?’
‘그렇게 싸?’
‘에이~ 이런일 한두번 하나 ㅎㅎㅎ’
그리고서는 한시간도 채 되지 않았는데도 아빠가 옆에서 왜이렇게 오래 걸리냐몈ㅋㅋㅋㅋㅋ (클라이언트보다 더하넼ㅋㅋㅋ) 조급하게 후다다닥 만들었어요.
대화를 나누면서 만들었던 아빠의 명함.
어른들이 보기에 좋게 디자인을 하기로 했다.
‘좀 더 미소를 짓는걸로 그려볼까?’
‘머리색은 칠할까 말까, 이 색은 어때?’
아빠랑 대화하면서 이렇게 디자인을 한게 처음이었어요. 대충 하라고는 했지만 생애 처음 명함을 만드는 거라는데 꼭 제 손으로 만들어주고 싶기도 하고 하나하나 신경쓰이더라구요.
엄청 멋진 퀄리티는 아니지만 함께 만드는 것이 즐거웠어요.
얼른 명함이 와서 실물 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