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빠이에 가고 싶어졌다.
‘치앙마이에 오면 빠이는 한 번쯤 가볼만해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좋은 여행을 할 수 있는 곳이거든요.’
빠이(Pai)에 간다는 여행자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이야기였다. 들었을 때만 해도 별 감흥이 없었는데 문득 그곳이 어떤 곳인지 알고 싶어졌다.
아침에 일어나서 한 일은 전날 예약해둔 AYA service*에서 메일이 왔는지 확인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메일은 오지 않았고 지체 없이 미소네(한인숙박 겸 여행사)에 연락해서 오늘 빠이로 떠날 벤을 예약할 수 있냐고 물어봤다. 다행히도 예약이 가능했고 출발 시간은 오전 11시 30분이었다. 익숙하게 짐을 싸고는 머물었던 방은 깨끗이 정리되었다.
눈을 뜨자마자 짐을 싸기 시작했다.
말로만 들었던 빠이의 느낌은 ‘치앙마이 보다 작고, 자연적이고 미니멀한 도시’라는 이미지였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출발했지만 모든 상황이 이유 없이 흥미롭고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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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를 정리하고 나와 백팩과 작은 가방을 들고 미소네까지 30여분을 걸었다.
갑작스러운 이동은 나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걸으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일주일 전만 해도 안정을 찾기 위해 집을 구했던 나였는데 왜 다시 떠나려는 생각을 하게 된 걸까? 내가 있던 공간이 지루했던 것일까, 여행을 하고 싶었던 것일까. 안정을 원하면서도 변화를 원하는 것. 굉장히 모순적인 것 같지만 모든 일들이 사실은 지독히도 모순적인 것들 투성이다. 정해져 있지 않은 것들에 나를 내던지는 것이 조금씩 안정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 같다.
빠이에서의 출발은 조금 더 꾸며지지 않은 자연으로의 이동이었고, 내 안의 안정을 꿰하는 나로부터의 도망인셈이다.
아침에 예약을 하고 짐을 꾸린 것이 다였기에 긴 여정을 준비할 멀미약은 없었다. 멀미가 없는 체질이라 뭔 일이 있겠냐 하면서도 약간의 긴장을 가지고 차에 탔다.
여행객들의 짐은 쿨하게 차 위에 얹혀졌다.
벤은 생각보다 노후되었고 작았다.
차가 출발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잠이 들었는데 눈을 뜨고 나니 정말로 굽이굽이 달리고 있었다. 중간에 휴게소가 있었지만 음식들의 위생 상태가 좋아 보이지 않았다.
다시 출발한 후에는 창밖을 멍하니 쳐다봤다.
긴 시간을 달렸지만 창밖만을 바라보는 이 시간이 지루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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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작은 마을 빠이에 도착했다.
머무를 숙소는 ‘심향’이라는 곳이었다. 유일하게 사전에 조사를 하고 온 장소였는데 스님이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였다. 매일 한식이 나오고 가성비가 좋다 하여 문자만 주고받았었다.
‘사람을 보낼 테니 같이 오세요.’
어디인지도 모를 이 곳을 이상하게도 좋아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초연스님의 짤막한 내용을 받고는 두리번거리며 기다리는데 한국인으로 보이는 사람이 오토바이를 가지고 왔다.
‘이걸 타고 가는건가…?’
적잖이 당황을 하면서도 아무렇지 않은 척 인사를 나누고는 오토바이를 타고 심향까지 이동했다. 알고 보니 그는 직원이 아니라 나와 같은 여행자였다.
(다음편에 이어서...)
일하러 치앙마이 #15

디지털 노마드, 한달살기 여행가 에세이
2016년 11월 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