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에 @oldstone 님이 올린 토론 주제를 읽다보니 저도 이런저런 생각이 교차하고... 함께 토론하기 좋은 주제다 생각되어 제 생각을 몇자 적어보고자 합니다.
제가 SNS를 처음 접한것은 십여년 전 네X버 블로그를 통해서 였습니다. 당시에도 제 블로그 포스팅은 전문적인 내용이라기보단 신변잡기의 관한 내용이 대부분이었지요. 오며가며 만나는 익명의 이웃들이 하나하나 늘어나고 댓글 달아주는 재미에 포스팅을 하고 있었는데 그때는 저희 부부가 장기로 인도네시아에 거주하고 있던터라 자연스럽게 그 지역의 특이하거나 재미있는 생활 풍습 등을 올리고 있었답니다.
그러던 어느날 옆 공장 사장님이 사석에서 저에게 한마디 하시더군요. 가뜩이나 한국인 파견 직원 구하기 어려운데 왜 인터넷에 쓸데없는 내용들은 자꾸 올려서 여기가 살기 열악한 곳인것 마냥 표현하느냐는 겁니다. 허허... 전 제 블로그가 그렇게 파급력이 있다고는 생각해 보지 못했는데... 게다가 그런 의도가 전혀 없었기에 어이가 없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하더군요.
여하간 이 일을 개기로 블로그를 접어버렸습니다. 솔직히 겁이나더군요. 지금 생각해보면 익명성이라는 안전망이 무너져버리고 현실 세계에서의 누군가가 나를 알아보는 순간 아차하는 생각이 든것 같습니다.
그 이후로 쭉 SNS라는 것을 생각해 보지 않다가 접한것이 카카오 스토리 입니다. 한참을 빠져 글과 사진을 올렸는데 시간이 지나다 보니 모든 방문자가 지인인지라, 올릴 수 있는 글과 사진에 여러가지 제약이 생기더군요.
이후론 서로이웃 공개로 네X버 블로그에 가족 일상을 육아 일기식으로 쭉올리고 있습니다.
이런면에서 보면 제가 생각하는 SNS에서의 익명성의 범위는 @kmlee 님이 토론글로 올려주신 내용과 일맥상통하네요. 즉, '어차피 일상 생활에서 관계하지 않을 이들이 대상이라면 신상을 일부 공개하는 것도 익명성의 연속에 지나지 않는다.'는 겁니다.
저와 같이 일상의 이야기나 여행, 취미, 생각 등을 올리는 스티미언들이라면, 그 글을 통해 본인의 신상이 어느 정도 노출되는 것울 파할 수 없습니다. 글만 읽어도 이 사람의 나이, 성별, 거주지, 직업, 가족 관계 나아가서는 정치적 성향이나 종교까지도 자연스럽게 밝혀지니까요.
제 기준으론 여기까지를 익명성의 보장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그런데 실제 나와 사회적 이해관계에 있는 누군가(ex. 직상 상사, 동료, 거래처 지인 etc...)가 제 글을 보고 제가 누군지 알게 된다면 제 익명성은 깨지는거지요. 실제 사회 생활에서의 지인이 내 생각과 고민과 처한 상황을 속속들이 알고 있다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스팀잇을 시작하면서는 앞서 언급한 과거의 경험 때문에 개인 신상과 관련된 글을 올려도 될지 많이 고민을 했습니다만... 현재는 제 스스로의 익명성의 기준을 잡고 글을 올리는 중입니다. 향후 여타의 과정을 거치면서 익명성의 기준이 더 느슨해 질 수도 있고 반대로 더 타이트해 질 수도 있겠지요.
짧은 기간의 경험이었지만 그래도 KR 커뮤니티에선 서로가 서로의 익명성에 대해 존중해 주고, 성숙된 모습으로 상대를 대하는, 여타 다른 SNS와는 조금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었기 때문에 현재로썬 만족하며 글을 올리고 있습니다.(누군가 말씀하신것처럼 블럭체인 특성상 영원히 남는 데이터라는 부분이 자체적인 정화, 자중을 유도한다고도 봅니다.)
익명성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익명성이 보장안된다면, 이런 인터넷 커뮤니티가 유지될 수 있는 한계가 있을 것이고, 익명성만 강조된다면 책임감 없는 막말만 오고가는 저렴한 모임으로 전락하지 않을까 싶네요.
두서 없는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P.S : 이 글을 읽고 제가 누군지 알겠는, 저와 사회적 이해관계에 있는 분이 있다면 조용히 채팅으로 알려주세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