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우여곡절을 이야기하다 보면 그 어느 인생도 각자의 무게만큼 무거운 게 없을 것입니다. 그만큼 우리네 인생살이는 쉬운 법이 없지요. 오늘은 가슴 아픈 제 인생의 한 부분을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
저에게는 엄마가 둘이나 있습니다. 한 분은 낳아주신 어머니, 그리고 또 한 분은 길러주신 어머니.
전 현재 두 분 중 누구와도 함께 살고 있지 않습니다. 평생 자식들을 위해 인생을 바친 아버지와 어린 동생들과 함께 살고 있지요.
5살 때 친어머닌 집을 나가셨습니다. 아버지도 날 버리고 서울로 가셨고, 그래서 할머니 손에 크게 되었고, 10살 때부턴 새엄마, 아버지, 할머니 이렇게 함께 살게 되었네요. 그 뒤로 나이 차이 많이 나는 동생들이 줄줄이 생겼고, 막내와 저의 나이 차이는 21살.
아버진 그래도 열심히 사셔서 돈을 좀 벌게 되었는데, 한때 꽤 잘나가시기도 했죠. 하지만, 새어머니의 잘못된 소비습관 때문에 사채를 엄청 쓰셨고, 당시 집이 풍지박산 났습니다.
아버진 그래도 좌절하지 않고 열심히 사셨고, 저도 열심히 살았습니다. 새어머니의 거짓말 때문에 제 돈 2억 가량을 털리고, 계속 돈이 필요하다 하셔서 그거 대주느라 정말 힘들었습니다. 급기야는 길거리에서 통화하다가 절규하면서 나한테 왜 이러냐고 울부짖기도 했었지요. 한 번은 쌓였던 게 터져... 집에서 울며, 소리 지르다가 기절하기도 했습니다. ^^
새어머닌 집을 나가신 지 8년 정도 된 것 같네요. 전 집안일을 도맡아 했고, 동생들 용돈, 학비 등을 책임지며 살기도 했습니다. 시간이 꽤 오래되었는데, 동생들에게 들어간 용돈만 1억 정도는 되더군요. ㅎㅎ
여전히 동생들은 성장 중입니다. 전 솔로지만, 바로 아래 두 명은 이제 결혼도 했고요. 기특합니다. ^^
이제부터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입니다.
34년 만에 친어머니를 찾았습니다. 당시 난 죽을 생각을 했었고, 죽기 전에 날 낳아주신 어머니를 그래도 한번 찾아뵙고 싶다는 생각을 했네요. 동사무소 직원이 (그래선 안 되지만) 저의 딱한 사정을 듣고 도와주셨습니다. 편지를 썼고, 겨우겨우 연락이 닿아 만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경상도 출신인데, 지금 전라남도에 살고 계셨습니다. 제가 있는 서울에서 너무 멀리 계시지요. 새로 결혼하신 아저씨의 고향이고, 그곳에도 동생이 있습니다. 아저씨, 동생 모두 저를 반겨줬습니다.
가족의 재회가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경우가 별로 없다고 합니다. 하지만, 친엄마는 매일매일 되찾은 아들을 위해 기도하시고, 여전히 애타게 그리워합니다. 너무 멀어 자주 찾아뵙지 못하거든요. 그래서, 매일 전화를 드립니다. 매일 1시간 이상 통화합니다. 할 이야기가 딱히 없는데도, 1시간이 짧습니다. 다시 만난 지 몇 년이 흘렀는데도 말이죠. 지난 수년 동안 딱 하루 빼곤 통화했네요.
한쪽 눈이 보이지 않으십니다. 나머지 한쪽 눈도 공사판에서 일하시다가 다쳐 잘 안 보이십니다. 그래도 그곳에서 낳은 아들 잘 키워서 장가보내고, 지금은 뇌졸중으로 고생하시는 아저씨 병수발을 하며 지내시네요. 다시 찾은 아들을 너무너무 사랑해주셔서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그런 사랑을, 그렇게 애타게 갈구했지만, 저와는 거리가 멀었거든요.
오늘도 출근하며 50분 통화했습니다. 아마 퇴근하며 또 통화하겠지요. 자주 뵙지 못해 늘 죄송스런 마음뿐입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좀 더 일찍 찾을걸...
새어머닌 저보다 10살 많습니다. 아마 제가 너무 애타게 사랑을 갈구했나봅니다. 간, 쓸개 다 빼줄 정도였으니... 여전히 철이 없으신 분이지만, 이제는 그래도 스스로 돈을 벌어 먹고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큰아들에게 미안하다는 이야길 가끔은 하십니다. 돈 많이 벌어서, 큰아들한테 꼭 잘해주고 싶다며....
동생들은 자신의 친엄마지만, 마음을 잘 열지 않습니다. 가끔 집으로 왕래하고, 반찬도 가끔 해주시곤 하지만... 어릴적 아이들이 받은 상처는 참 컸지요. 저도 20대까진 친엄마를 미워했습니다. 이런 동생들의 마음이 조금씩 열리고는 있지만, 온전히 열릴 수 있기를 늘 바라고 있습니다.
수년 전 엄마가 둘이 되면서... 나를 애타게 사랑해주는 친엄마, 뒤늦게 큰아들을 사랑해주는 새엄마. 가끔은 혼란스러울 때가 있습니다. 과분한 사랑을 받는다는 느낌도 많이 들고요.
나를 버린 친엄마, 내 인생을 망친 새엄마. 이 수식어는 이제 잊으려 합니다. 그리고, 두 엄마를 위해 효를 다하고 싶네요. 사랑해주고 싶고, 안아주고 싶고, 늘 한결같이 좋은 아들이 되어드리고 싶습니다. 그래서 어색함은 아직 있지만, 난 엄마 부자니까... 그래서 더 마음이 넉넉해야 한다며, 나 자신을 토닥토닥해주곤 합니다.
제 삶에는 수많은 희노애락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야깃거리도 참 많은 것 같네요. 내 살아온 이야기를 어딘가에 써 본 적은 거의 없는데, 이곳에 종종 쓰면서... '행복'은 그래도 늘 내 곁에 있다는 걸 여러분께 이야기해드리고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