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아 걷는 길_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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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ariquiegui to Puente la Rei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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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도 뜨지 않은 이른 아침 깜깜한 길을 아리조나 아주머니와 서로 밝히며 같이 용서의 언덕에 올랐다.

무엇을? 누구를? 왜 용서해야 하는 걸까?
어쩌면 우린 다른 사람을 용서하기 이전에 나 자신을 먼저 용서하고 용서 받아야 하지 않을까?
다른 사람이 내 인생을 살아주는 것이 아니니까…. 내가 먼저 나를 용서하고, 용서받고 그렇게 꼭 나 자신을 안아줘야 하지 않을까?
그동안 나를 힘들게 해서 미안하다고…. 용서하라고…. 그리고 사랑한다고…. 그래서 고맙다고….
I am sorry. Please forgive me. I love you. Thank you.

어쩌면 누구에게 내가 상처를 받았는지, 어떤 상황에서 왜 내가 힘들었는지 그건 중요하지 않을수도…
어쩌면 중요한 것은, 나는 힘들었고, 나는 상처 받았고, 결국 몹시 아프다. 그래서 내게 필요한 것은 치료다.

사람은 누구나 용서하지 않을 자유와 용서할 자유가 있고, 다른 사람의 자유를 내가 강요할 수는 없으니까…
나는 그저 나에게 집중해서 나의 상처를 치료하면 되는 것이 아닐까?
그러하기에 내가…. 나를 먼저 용서해야 하는 게 아닐까 하고 생각해 본다.
그러다 보면 당연히 나를 힘들게 한 상황도 그 상대도 용서할 수 있는 용기가 생기지 않을까 한다.
그래서 나를 먼저 사랑해 주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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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여러 가지 생각 들로 한참을 용서의 언덕에 서 있었다.
그 언덕에서는 반대편 저쪽으로 내가 걸어온 길을 볼 수 있었고, 내가 걸어가야 할 멀고도 먼 길도 까마득하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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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의 언덕에 올라 사진을 찍은 후 애리조나 아주머니는 급히 내리막길을 내려가셨다.
어찌 보면 순례길에서 너무도 당연 할 수 있는데…
갑자기 저 멀리 쌩~ 하고 내려 가시어 희미한 모습 마저 보이지 않게 되자 나는 어제 부둥켜안고 같이 울은 우리가 맞나? 하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그래... 어젠 어제고, 오늘은 오늘의 새로운 길을 걸어 가는 거니까... 그래도 마음은 묘하다. 페트리시아 생각도 나고.. 부산 청년 생각도 나고..

까미노의 내리막길은 참으로 어렵다. 정말 무릎에 무리가 많이 가는 내리막길이다.
발목 보호대는 챙겼는데...무릎 보호대를 챙기지 못한 것이 엄청 후회 되는 순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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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ente la Reina 공립 알베르게에 도착해 침대를 맡아 놓고(짐을 침대 위에 놓고), 허전한 마음을 달래려 잠시 밖에 나갔다 들어왔는데…
내가 맡아놓은 침대를 다른 외국 순례자가 말도 없이 내 짐을 내려 치워 놓고 자신의 짐을 올려놓은 것이 아닌가…. 아…
그냥 말까 하다가 기분도 안 좋고, 내가 먼저 맡은 침대였다고 말을 하고 다시 침대를 되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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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비의 다리)
낯익은 순례자들은 단 한 명도 없고…. 다 새로운 얼굴이다…. 갑자기 혼자가 된 것이 괜히 쓸쓸해진다. 어차피 혼자 온 길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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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쓸쓸한 마음으로 주방으로 갔는데 꺅!!! 미겔이 주방에 있는 것이 아닌가. 순간 너무 반가워 소리를 지를 뻔 했다. 미겔 또한 아는 얼굴의 순례자가 단 한 명도 없어서 좀 심심해하고 있었다고 한다. 반가워하는 그의 모습이 너무 고마웠다. 토마토 달걀 샐러드를 먹던 그는 양이 많으니 나 보고 먹으라고 건네준다. 순간 난 염치도 없이 포크를 가져와 미겔이 만든 샐러드를 먹기 시작 한다.
결국, 그 샐러드는 내가 거의 다 먹었다. 그날 저녁도 미겔이 만들었는데, 다른 순례자들이 냄새가 너무 맛있다고 비법을 알려 달라고 난리였다. 물론 맛도 아주 좋았지. 그 파스타의 비밀은 블루 치즈에 있다. 치~~~~

저녁을 먹고 미겔은 아몬드를 깨야 한다며 돌을 주워 왔다. 알베르게 밖에서 둘이 마주 앉아 커다란 돌로 미겔이 주워온 아몬드를 깬다. 내가 순례길에서 또 생아몬드를 깨서 먹을 줄이야…, 역시나 견과류를 깰 땐 힘 조절이 중요해. 그렇게 앉아 아몬드를 깨고 있으니 미겔과 친분이 있는 독일인 순례자가 와서 또 한참을 이야기한다. 독일인 순례자는 그날이 마지막 순례길이었다. 그날 이후 그는 사랑하는 연인에게로 돌아갔다.

Puente la Reina 여기 알베르게에서 였다. H 언니를 처음 본 날이... 언니는 일행이 있었고, 서로 많은 이야기는 하지 못하고 그 당시에는 그냥 인사만 하고 헤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