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ente to Opedruzo
산티아고 입성 전날....
걷는 마음이 모랄까.. 묘하다. 이제 정말 끝나간다는 마음에 슬프기도 하고 서운하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고... 그러면서도 또 이제는 됐다고 인정하는...
오늘 길은 유난히 평화롭고 아름다웠다.. 끝없이 이어지는 숲길 속 투명한 공기를 마시며 아쉬움을 달랜다.. 걷는 한 걸음 한 걸음이 유난히 더 소중하게 느껴졌다.
어제에 이어서 K는 라이브 음악을 계속 선물해주었다. 나는 취미로라도 K가 계속 음악을 하면 좋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혼자 해 본다.
새로 만나 걷는 L은 걸음이 무척 느려서 어쩔 수 없이 생장에서부터 만나 걷던 친구들을 모두 먼저 보내고 혼자 걸어야 했다고 한다. 다시 생각나는 나의 바욘 순례자들….
큰 오빠 같았던 안젤로는 혼자는 위험하다고 자기 옆에서 꼭 잘 따라서 오라고 했었는데... 엄마같이 따뜻한 마그레트는 내 손을 잡고 놓지를 않았었는데... 너무 보고 싶어진다. 마음 아픈 페트리시아... 장난꾸러기 게이타노... 듬직한 부산청년... 어김없이 생각나는 그들...
생장 친구들과 같이 산티아고에 들어가려고 나와 K처럼 무리해서 가는 L의 그 마음이 나는 완전 이해가 된다. 그렇게 K와 함께 셋이 옮기는 발걸음은 우리 모두에게 행복이었다. 진심으로 감사하고 소중한 시간들.
Opedruzo 이곳에서 한의쌤을 제외하고 모두 모였다. L은 헤어짐의 아쉬움과 더 많은 시간을 함께하지 못하는 미안함을 남기고 친구들에게로 돌아갔다.
잠시 같이 걸었던 S군과 C양도 이미 도착하여 식당에서 음식을 먹고 있었고, Y언니도 버스를 타고 미리 도착해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한자리에 다 모였으나 반가움도 잠시 여전히 서로 불편한 공기가 떠돈다. C를 제외하고 이미 모든 사람으로 부터 왜 Y언니와 불편한지를 다 들어서 알게 된 나는 한편으론 이해도 되기에 더 이상 이 어색함이 나의 마음을 무겁게 하지는 않는다.
잠시 혼자 나와서 마을을 돌다가 Y언니와 싸운 캐나다 아주머니 두 분을 우연히 만났다. 나를 보고 너무 반가워하는 그들이 너무 고마웠다. 너무도 좋은 많은 말씀과 함께 지금처럼 앞으로도 내가 잘 살아갈 거라 하시며 나를 따뜻하게 꼭 안아 주신다. 나도 두분의 우정과 건강을 바라며 꼭 안아드렸다. 그분들과 이렇게 따뜻하게 헤어질 수 있음에 너무 기쁘고 감사하다. 역시 시작이 안 좋았다고 해서 끝까지 않 좋은 건 아닌가보다.
물론 뭐 그 반대의 경우도 많으니까…
아주머니들과 헤어져 알베르게로 돌아오면서 Y언니를 생각했다. 언니는 나와 캐나다 아주머니 사이의 일을 모른다. 물론 말하지도 않을 거다. 모르는게 약 이란 말의 편리성을 사용하고 싶다.
그리고 지금 언니에게는 아직 해결되지 않은 다른 더 중요한 문제들이 있다.
나는 그저 언니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언니에 대한 걱정이 앞서고 알수 없는 약간의 부담이 살짝 스미고 괜한 책임감이 더해진 묘한 감정들이 내 어깨에 살며시 얹혀지는 것을 느낀다. 언니를 안전하게 한국으로 보내기전까지는 당분간 이렇게 내 어깨에 살포시 있을 것 같다.
이런 생각을 하며 알베르게에 느리게 걸어오는 동안 어느덧 시간은 낮 동안의 주문이 풀리고 새로운 주문이 시작되기 전 신비한 마법의 시간이다. 내가 여명만큼이나 사랑하는 아름다운 시간.
오늘은 유난히 마법의 시간이 길고 아름답다. 밖에 나와 있는 모든 순례자들은 그 아름다운 시간을 사진에 담기 바빴고, 나는 이제 내일이면 산티아고에 들어간다는 아쉬움에 한참을 따뜻한 오렌지색 가로등 아래 서서 그 황홀한 마법의 시간을 즐겼다.
쓸쓸함도 아닌 것이 또 아쉬움이 다가 아니고, 서운함도 아닌 것이 슬픔이 다가 아닌 모라 표현할 수 없는 묘한 감정의 소용돌이를 “행복” 이라는 두 단어가 따뜻이 감싸 주는 것 같은 아름다운 시간.
“사연없이 이 길에 선 사람이 어디 있겠노” 라고 말씀 하셨던 대구 할아버지 말씀 처럼 아마도 많은 사람이 수많은 사연을 가지고 이 길을 걸었을 거다. 걸으면서 만난 많은 순례자들 그리고 그들에게 들은 소중한 사연들….
L과 함께 나누었던 대화처럼 어쩌면 아픔의 무게는 같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우리들의 성별이나 나이에 상관없이….
그 모든 이들이 이 길 위에서 행복해졌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그리고 앞으로 더 행복해지기를…
그래서 그들과 함께 하는 이들이 다 같이 행복해질 수 있기를…
그렇게 “행복"이 퍼져나갈 수 있기를 …
나에게서 너에게로 우리에게서 모두에게로….
아름다운 이 시간도 그리고 이 길을 걸은 모든 순례자들도 영원히 가슴에 남는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