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는 더 쓰고 싶었던 나의 식물 사랑 이야기. 나에게는 해도 해도 끝이 없을 것 같은 이야기라서 조금 천천히 마음이 편안할 때 포스팅하고 싶었는데... 일단 그냥 잡히는 데로 생각을 꺼내 본다.
어디에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내가 왜 식물을 키우게 되었던 건지... 그 아이들을 왜 나는 그렇게 사랑하는지...
지금까지 살다가 보니 나쁜 일은 꼭 연달아 일어났다. 그리고 그렇게 계속 이어지는 연타에 나는 조금 아주 많이 아파야 했다. 사람이 그렇게 어둠으로 몰리게 되니까 나는 무슨 생존본능이 생겼던 것이었을까? 왜 식물이었을까? 말을 안 해도 되니까 그랬을까? 내가 옮기지 않는 이상 조용히 내가 놔둔 곳에 가만히 나를 보고 있으니 그랬을까? 아니면 늘 식물을 돌보시던 아빠가 그리워서였을까? 늘 채소를 키우시던 엄마가 그리워서였을까?
감나무에 열린 감을 따서 잘 말리시던 아빠. 그렇게 잘 말린 감을 내 손에 쥐어 주셨던 기억. 지금도 현관문을 열고 나가면 아빠가 감을 따서 말리고 계시던 모습이 눈에 보여서 한참을 멍하니 감나무만 보고 서 있기도 한다. 어릴때 아빠 고향에서 본 대추나무에 열린 대추를 처음 보고 너무 신기했었다. 대추 나무가 상당히 크게 자라는 것에 놀랐었고, 그 큰 나무에 대추가 주렁주렁 열렸던 것에 놀랐었다. 아빠랑 먹던 풋대추. 언니 오빠들은 마른 대추도 잘 안 먹는데 그러고 보니 우리 집에서 마른 대추를 먹던 사람은 아빠와 나 단둘 뿐이었다. 아빠랑 같이 심었던 작은 밤나무. 언제 밤나무가 자라서 먹을 수 있는 밤이 열리는 건지 너무 궁금했었던 기억. (그 밤나무가 지금은 없는 것이 마음 아프다.) 조그마한 곳에서 늘 우리들이 먹을 수 있는 채소를 키우셨던 엄마. 내가 먹는 채소가 내가 보는 곳에서 자라는 것이 너무 신기했다.
내가 왜 식물을 키우기 시작했는지 모르겠다. 어쩌면... 까맣게 타버린 내 심장에 생명이 필요했던 것인지도...
그리고 그 생명을 줄 수 있는 건 사람이 아닌 식물이었는지도...
그 무렵 나는 사람들과는 말을 하지 않았다. 내가 하는 말은 내가 키우는 식물에게 하는 두 마디가 전부였다.
사랑해 그리고 고마워
물을 주면서 "사랑해"
해를 보여 주기 위해 블라인드를 걷으면서 "고마워"
그리고 조금 지나 식물이 잘 자라지 않거나 아프면 "미안해" "용서해" 라는 말도 했다.
식물에게 하는 말이었을까? 아니면 나에게 하는 말이었을까? 아직도 잘 모르겠다. 어쩌면... 아빠에게 하는 말이었는지도...
키우는 화분이 점점 늘어났고, 식물들에게 하는 말도 조금 늘어나기 시작했다. "안녕, 오늘은 날이 참 좋다. 오늘도 잘 자라줘. 사랑해" 저녁에는 "오늘도 이쁘게 자라줘서 고마워"
키우는 식물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평온해졌고 잡념이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그런 평온함은 나를 잠시 다른 세상으로 옮겨 놓는 것 같았다. 바라보고 나와 함께 있는 것이 그저 좋았다. 예뻐서 좋았고, 잘 자라줘서 좋았고, 무엇보다도 평화로와 보이는 그 아이들이 너무 좋았다. (사실 나는 식물이라고 하지 않고 "내 아이들" 이라고 표현한다.)
상추, 콩, 토마토... 내가 먹을 수 있는 것들이 자랐을 때는 "건강히 내가 먹을 수 있게 해줘서 고마워. 작은 화분에서 잘 자라느라 힘들지? 열매 맺어줘서 고마워. 덕분에 잘 먹을게"
(다른 사람이 보면 마치 정신병자 같을까? 혹시 내 집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하고 나의 행동을 보면 정말 정신병자 같을지도...)
식물이 있는 창문으로는 늘 달이 정면으로 비추었다. 저녁이 되면 나는 늘 그렇게 사랑하는 화분 창문에 걸린 달과 별을 멍하니 바라보며 시간을 보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내가 식물을 키운 것이 아니라 어쩌면 식물이 나를 키운 것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까맣게 탄 내 심장이 생명을 잃지 않게 식물이 나를 돌봐주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나는 지금도 내가 키우는 아이들에게 물을 주거나 내 시선이 그 아이들에게 멈출 때면 여전히 "사랑해! 잘 자라줘서 고마워! 너를 보는 것이 행복해" 라고 말한다.
더 쓰고 싶은 내용이 많은 거 같은데... 역시나 어떻게 마무리를 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오늘도 그냥 뚝 잘라요.
누군가가 저에게 식물을 어떤 방법으로 키우냐고 물어보면 저는 그냥 사랑과 관심을 많이 주라고 말합니다. 식물도 다 듣고 알고 있으니 많이 사랑해 주라고요.
사실 많이 사랑하는데도 죽은 식물이 많이 있습니다. ㅠㅠ 그건 아마도 제가 그 식물을 사랑하는 법을 잘 몰랐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식물마다 사랑하는 방법이 달라야 하는 거 같아요. 어떤 식물은 정말 예민해서 같은 양의 햇빛에도 금방 지쳐 하고 또 어떤 식물은 같은 양의 물에도 금세 뿌리가 죽기도 하거든요. 꾸준한 사랑으로 그 식물의 상태가 어떠한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계속 놓치지 않고 잘 살피면서 돌봐야 하는 거 같아요. 정말 아차! 하는 순간에 아파하고 회복이 불가능해질 때는 너무 마음이 아프거든요.
제가 정말 많이 사랑하는 오레가노켄트뷰티라는 아이입니다. 구하기도 너무 어려웠어요. 정말 보고 있기만 해도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던 사랑스러운 아이예요. 마치 팅커벨 요정이 살고 있을 것 같은 모습을 하고 있어요. 잎이 꽃처럼 피어납니다. 수줍은 듯 고개 숙인 그 연한 잎 사이사이로 연 보라색 꽃이 피어나면 정말 너무 아름다워서 감동이 밀려와요.
햇빛의 양이 많아지면 제일 위의 잎들이 분홍색으로 변하고 다시 아름다운 분홍색 꽃이 잎 사이사이로 피어납니다. 너무 강한 햇빛에는 금세 말라 버리기 때문에 잘 조절해 줘야 합니다. 아름다운 꽃이 오래가지는 않지만, 잎 자체만으로도 너무너무 예쁘죠. 뿌리로 번식을 해서 그런 건지, 연약한 모습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생명력이 강합니다. 그러나 추위에 약하고, 햇빛이 없으면 살 수 없는 아이예요. 햇빛이 있어야 꽃을 볼 수 있습니다. 일정량의 햇빛이 없으면 절대 키울 수 없는 아이죠. 너무너무 사랑스러운 아이인데 지금 제가 사는 집은 이 아이가 살 수 있는 햇빛을 공급할 수 없어서 키울 수가 없음이 슬프네요.
@dianamun님
@meitaya 님께서 식물은 처음입니다 이벤트를 진행하고 계셔서 저의 부끄러운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이 혹시 작게라도 도움이 될까 싶어서 용기내어 올립니다. 좀 더 현실적인 정보를 올려드려야 하는데 그러지를 못해서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