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아 걷는 길_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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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strojeriz to Frómis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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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쌤은 누룽지를 준비해 오셨다. 나는 전혀 생각해 보지 못한 아주 좋은 생각인 것 같다고 생각을 하며, 알베르게에 준비된 아침을 간단히 먹는다. 한의쌤, Y언니, S군, C양, K군 그리고 나. 오늘은 이렇게 모두 아름다운 새벽길을 발맞춰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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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김없이 아름다운 여명...오늘따라 유난히 더 아름다운 여명이다. 잠시 눈을 감고 하얀 새가 되어 저 아름다운 하늘로 날아가는 상상을 한다. 자유로움과 평화가 가득하다.
해와 달이 각각 동쪽과 서쪽 하늘에...일출을 보기 위해 자꾸 뒤를 보게 된다. 너무너무 아름다워서 걷는 길이 아까울 정도다. 하루 중 가장 사랑스럽고 행복한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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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도 꽤 아름다운 경치가 이어지고, 오늘 우린 어떤 이유에서였는지 공립 알베르게를 가지 않았다. 마을 초입에 있는 식당과 함께 있는 알베르게에 들어갔을 때는 다른 순례자들은 아직 한명도 도착하지 않은 상태였다.
한명이 샤워을 하면 따뜻한 물은 조금 기다려야 나오는… 언제 부터인가 알베르게에 따뜻한 물이 콸콸 나오면 너무 행복해지는 나를 발견했다. 정말 너무 단순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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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쯤 지났을까… 알베르게 주인이 나이가 조금 있는 캐나다 아주머니 2명과 함께 들어왔다. 캐나다 순례자들이 우리보다 나이가 많으니 1층 침대를 써야 한다며 우리 보고 한 명 2층으로 올라가라고 하고… 우리 모두는 놀라서 아무말 못 하고 있는 사이 주인은 1층 침대에 놓여 있는 S양가방을 집어서 이층 침대로 옮겨 놓는 거다.
S양은 사실 그동안 컨디션이 썩 좋지 않은 상태였는데, 그 사실을 알고 한의쌤은 S양과 침대를 바꿨다. 한의쌤도 그다지 좋은 컨디션은 아니었는데...

이런 상황을 보고 있던 Y언니 갑자기 소리를 높이며 이런 경우는 없다고 따지기 시작. 그 언성이 하도 높아서 다들 놀라는 가운데.. Y언니 굉장히 심각하게 사태를 받아들이고 더 소리를 높여 싸운다. 아마 그곳에 있던 모든 사람이 다 놀랐을 거다. 조용히 이야기 해도 되는데….
Y언니는 감정이 더 격해져서 인종 차별이라고.. 박근혜 때문에 이 꼴을 당하는 거라고 … 굉장히 상황을 크게 부풀리고, 캐나다 애들은 우린 알베르게 주인이 침대를 정해줘서 쓰는 것이니, 자신들의 선택이 아니고 주인의 선택이었다. 그러니 자기들은 잘못 없다고 나오고.. Y언니 더 열받아서 더 크게 따지고…
그러다가 짐을 싸서 나가자. 환불하자 라는 말까지 나오고...

한참 목소리 높여 싸운 Y언니는 이제 우느라 정신이 없고… 난 울며 하소연하는 언니 이야기 들어 주고, 위로 하고…
사실 Y 언니는 이곳에 오기전에 좀 안 좋은 사건이 있었는데.. 그 사건과 이번 사건은 완전히 다른 사건이었음에도 불구 하고, 그 안 좋았던 사건의 기억과 괜히 이 사건과 연결을 시켜서 더 크게 부풀려진 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인종차별 전혀 아니었고.. 박근혜.. 순례길에서 나올 필요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사건은 상상 이상으로 완전히 커져 있었다. 우는 Y언니 하소연 들으며 달래 주고, Y언니는 캐나다 애들과 알베르게 주인이 잘못을 하고도 사과를 하지 않아서 더 회가나 못견디겠다고 계속 울고...나는 그런 Y언니를 보며... 그럼 사과를 받으면 다 풀리겠냐고 라고 물으니.. 당연히 그렇다고 대답을 하는 Y 언니.
아… Y 언니의 대답에 나는 순간 잘못된 판단을 하게 되니 그것은… 스페인어를 하시는 한의쌤에게 알베르게 주인을 만나 사과해 달라고 말해 달라고 부탁을 한것. 그리고 조마조마한 가슴을 안고 캐나다 애들을 찾으러 다녔다. 겨우 찾은 그녀들에게 알베르게 주인이 침대를 정해 줬어도 그 침대는 다른 사람이 이미 쓰는 거였고, 그 침대를 쓸 사람은 너희들이지 알베르게 주인이 아니다. 결국 이유가 어떻든 다른 사람이 이미 쓰고 있던 침대를 뺏어서 너희가 쓰는 것이다. 만약 너희가 이 상황에 대해 미안하다고 생각이 들면 내 친구에게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해 주기를 진심으로 부탁한다. 라고 말하고.. 캐나다 애들 내말 조용히 듣고 있다가 미안하다고 하겠다고 한다. 나는 고맙다고 말하고 알베르게 안으로 들어왔다.

조금 지나서 캐나다 애들이 들어와 언니에게 미안하다고 말을 했다. 나는 여기서 기겁을 하고 놀라는데…,정말 내 입을 막고 울고 싶었다. Y언니는 미안하다고 정중히 사과하는 캐나다 순례자들에게 화를 내는 것이었다. 그것도 아주 많이. 다시 싸우자고 덤비는 사자 같았다. 나는 순간.. 내가 무슨 짓을 한 것인가! 왜! 왜! 왜! 캐나다 애들을 만나 사과해 달라고 부탁을 했던 것인가! 내가 그런 말만 하지 않았어도 저 애들은 다시 또 저 봉변을 당하지는 않았을 텐데… 순간 내가 한 행동에 대한 후회와 캐나다 애들에게 너무 미안해서 얼굴을 들 수 없었다. 나로 인해 상황이 더 악화 된 것에 대한 죄책감… 정말 울고 싶었다.

이 황당하고 어이없는 상황을 다 지켜보신 한의쌤은 나와 옆에 있는 K 군을 보고 나가자는 빠른 눈빛을 주었고, 한의쌤, 나, K군은 이 어이 없는 상황에 피난이라도 가듯 빠르게 알베르게를 빠져나왔다. 나는 진이 다 빠져 나간듯이 온 몸에 힘이 없었다. 다리가 풀려 걷는 것 조차 힘들었으나 되도록이면 알베르게에서 멀리 더 멀리 가야 할 것 같은 생각에 무조건 한의쌤과 K군을 따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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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립 알베르게 앞 공원에 있는 작은 벤치에 앉자마자 눈이 감긴다. 너무 지쳐 아무 생각도 하고 싶지 않다. 그렇게 맥이 빠져 앉아 있는데, 왜 내가 이리도 지쳐 있는지 이해하지 못한 K군은, 왜 그러냐고 물으며 계속 다른 말 중이다. 아... 물론 설명할 기운 절대 없고 하고 싶지도 않다. 그때...한의쌤 갑자기 영화 이야기를 하신다.
그린마일 이라는 영화가 있는데… 치료사가 나오고, 사람들을 치료해 주는데 치료해줄 때마다 이 치료사는 자신의 에너지가 소비된다고…
난.. 이 말을 듣자마자 눈물이 핑 돌았다. 나오려는 눈물 때문에 고개를 못 들고 땅만 한참을 보고 있어야 했다. 한의쌤은 이해를 하시는 건가? 하는 생각도 들고…,그냥 한의쌤 말이 위로가 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너무 너무 외롭다고 느꼈는데, 그 한마디가 그저 너무 너무 고맙게 느껴졌다. 그런 한의쌤에게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었는데… 나는 이미 눈물로 앞이 흐려져 있었고… 떨군 고개를 들어 올릴 힘도 없었고… 무엇보다도 말을 할 기운이 없어서… 그저 그렇게 고개만 떨구고 있었다…오늘 너무 고마웠다고 말할 수 있는 날이 오겠지... 알베르게 주인에게 사과 하라는 말 하지 않으셔서, 알베르게에서 날 데리고 나와줘서, 또 나를 이해해 줘서 너무 감사하다고.
(아마도 이때 부터 였던것 같다. 한의쌤이 심적으로 많은 의지와 위로가 되었던 시점이...)

우리는 꽤 한참을 그곳에 앉아 있었다. 그렇게 앉아 있는 사이 공립 알베르게에 묵는 외국인 순례자가 와서 한국 노래 제목을 알고 싶다고 노래도 들려주고..


이곳에서 세월이가면을 듣게 될 줄은 당연히 몰랐다. 언제나 들어도 아름다운 노래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돌아가고 싶지 않은 우리들의 알베르게로 발걸음을 옮긴다.

이렇게 시끄러운 하루가 지난다…

하늘의 별들이 너무 많고 별똥별이 마구 떨어진다고 S군이 C양과 함께 알베르게에 돌아와 이야기를 한다. 내가 별을 얼마나 사랑하는데...예전 같았으면 당장 달려나가 그 아름다운 광경을 보고 맘껏 행복해 하겠지만 오늘 난 침대에서 꼼짝을 할 수가 없을 정도로 몸도 마음도 지쳤다.

그렇다. H언니 다음 이어진 Y언니의 연타에 난 넉다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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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을끄고 모두 잠이 들었다. 고요하다. 오늘 처음으로 맞이하는 고요함이다. 이 얼마나 오늘 원했던 고요함 이란 말인가. 침대에서 바라본 창문으로 달빛이 강하게 비친다. 달이 정말 밝다. 다행이다. 감사하다. 저리도 이쁜 달을 이곳 침대에서 이렇게라도 볼 수 있으니...

(이날 나는 한참을 그렇게 침대에 앉아 멍하니 저 달빛을 보다가 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