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처럼] 헐벗어 성스러운 헬싱키 대성당Tuormiokirkko, 템펠리아우키오 교회 Temppeliaukion Kirkko / 비어 있어 여유로운 FINL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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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여행의 관광코스 중 도시마다 빼놓을 수 없는 곳이 성당, 교회, 사원이다.

빼어난 종교적 건물들은 유럽 사람들이 신념과 열정과 돈을 쏟아부어 만든 옛 자취의 정수이니, 그들의 찬란한 과거를 느끼며 궁전과는 또 다른 권력의 힘과 이상향을 향한 인간의 욕망을 한껏 구경할 수 있는 곳이 아니던가.
한국의 아름다운 절들은 주로 산속에 칩거해 계셔서 한 번 접해보려면 현지인인 우리도 머나먼 여정을 떠나야 하지만, 서양의 성당들은 항상 시가지의 중심에 떡하니 자리 잡고 도시의 이미지마저 좌지우지하고 있으니, 굳이 보지 않으려 해도 눈에 들어올 수밖에 없다.

헬싱키의 대성당 또한 에스 플라나디 Esplanadi 거리와 마켓 광장 주변을 어슬렁거리다 보면 “나 여기 있어요” 하고 너무나 청명한 소리를 낸다. 하얗고 뽀얗고 말간 얼굴이 높은 계단 위에서 파란 하늘을 등지고 우리를 부르는데, 도무지 그녀를 영접하러 가보지 않을 수가 없다.

과연 멋지고도 아름다운 종교의 부산물에 이 보잘것 없는 몸을 들여 놓으려면 어느 정도의 고난은 겪어야 하는 것인지, 계단을 올라가는 동안 세찬 바람에 나가 떨어져 지옥으로 직행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을 해야 했다. 헬싱키의 바닷바람은 평평한 곳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대단한 위력을 대성당에 다다르는 높은 계단 위에서 자랑스럽게 뽐내며 머리카락을 긴장시켰다.

바람과 한 바탕 사투를 벌인 후 성당과 가까이 조우하게 되면, 일단 그 눈부심에 감탄하게 된다.
이리도 하얀 성당이 있었던가... 그리스 정도에나 가면 있지 않을까? 눈이 시리게 파란 하늘이 원래 성당이 가지고 있었던 색을 모 조리 빨아먹어버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니 말이다.

정신을 차리고 선글라스의 능력에 감사하며 주변을 찬찬히 둘러보면, 서유럽의 성당들이 가지고있는, 하늘을 찌를듯한 첨탑과 다닥다닥 붙어 서서 벽을 떠받치고 있는 대리석 조각상들 대신 예쁘장한 기둥들과 옥색 돔형 지붕의 유유자적한 자태를 볼 수 있다. 중세 시대의 화려한 고딕 양식 대신 신고전주의 왕궁 양식을 채택한 성당은 조용하고 품위 있게 높은 곳에 앉아있다. 피부가 무기인 여자가 화장 따위 하지 않고 그 헐벗은 얼굴을 드러내듯, 나는 시끌벅적한 장식이 없어도 존재만으로 충분히 아름답거든? 하는 자신감을 가득 품고.

헬싱키에 있는 성당이라면 과연 이런 느낌이어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조용하고 여유롭고 비어있어 아름다운 그 도시에 당장이라도 큰 소리로 우리를 꾸짖을 것 같은 박력 넘치는 뾰족한 성당 대신 고운 바람 빛 옷을 입고 찬찬히 우리를 내려다보며 미소 짓는, 하얀 그녀가 있는 것 이 합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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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함께하는 헬싱키 종교 건물의 특성은 템펠리아우키오 교회에서도 심히 느낄 수 있다. '암석 교회’로도 잘 알려져 있는 이 교회는 건축가 겸 가구 디자이너였던 티모와 쿠오모 형제가 설계했다. 만화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귀여운 이름을 가진 이들 형제는 원래 그 자리에 있었던 암석을 쪼아 내 공간을 만들고 그 위를 원형 유리로 덮어서 자연광이 잘 들어올 수 있는 독특한 교회를 창조했다.

그 때문에 교회는 그 권위를 멀리에 서부 터 느낄 수 있도록 머리를 꼿꼿이 세우고 당당히 서있는 것이 아니라 저절로 땅에서 솟아난 것 같기도 하고 일부러 숨은 것 같은 느낌도 주며 조용히 엎드려있다. 자연상태 그대로 남겨 두었던 암석 일부가 교회 내부의 벽이 되어있어서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아! 내가 지금 판타지 세계의 어떤 동굴 같은 곳에 들어온 것은 아닐까? 저기 어딘가에 용이 잠자고 있는 것은 아니겠지? 하는 상상을 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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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을 이루고 있는 돌 표면의 자연스러움이 더욱 돋보이도록 최대한 단순하게 디자인된 실내의 의자와 장식들이 교회를 모던하면서도 신비롭게 만들고 있다. 피아노 연주자가 심혈을 기울여 연주하는 푸가를 들으며 암석 벽에 자연스럽게 흘러내린 촛농과 태곳적부터 거기에 자리를 잡고 있었던 듯 한 이끼, 그저 세워진 돌 위에 고여있는 맑은 성수를 구경하다 보면 종교란 본디 이런 모습이어야 하지 않나 싶어진다.

교회는 음향 전문가와 지휘자가 처음부터 건축의 설계에 적극 참여한 결과 음악회가 자주 열릴 정도로 뛰어난 음향시설을 갖추고 있다. 조신한 의자에 앉아 피아노 선율이 한 곡 끝날 때까지 시간을 보내는 헬싱키 표 여유를 맛보기에 딱 좋다.


Helsingin tuomiokirkko 헬싱키 대성당

Add :: Unioninkatu 29, 00170 Helsinki, Finland Tel 358 (9) 23406120
Open :: 시즌별 시간 확인 요망
Traffic :: 트램 Senaatintori Senatstorget역


Temppeliaukion Kirkko 템펠리아우키오 교회

Add :: Luthergatan 3, 00100 Helsingfors, Finland
Tel :: 358 (9) 2340 6320
Open :: 시즌별 시간 확인 요망
Traffic :: 트램 Sammonkatu Sampogatan역


FINLAND

비어 있어 여유로운

북유럽처럼


본 포스팅은 2013년 출판된 북유럽처럼(절판)의 작가 중 한 명이 진행합니다.

[북유럽처럼] 헐벗어 성스러운 헬싱키 대성당Tuormiokirkko, 템펠리아우키오 교회 Temppeliaukion Ki... | Ecenc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