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토끼를 위하여

megaspore(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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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릴 적에는 너무나 조용해 괴롭힘을 당한 적이 있고 고등학교 때는 너무나 조용해 꿀 먹은 벙어리라는 별명을 얻은 적이 있다.

사람들은 나를 그냥 잘 웃는 그저 ‘마냥’ 착한 사람으로 여기지만 세상에 그저 마냥 착한 사람이 있을까. 나는 그저 마냥 착한 사람처럼 ‘보이는’ 사람이 더 무섭다고 생각한다.

세상에 깜짝 놀랄 무서운 범죄를 저지른 사람을 보면 주위에서 그 사람 참 법도 없이 살 사람인데……. 참 조용하고 착한 사람이었는데…..하는 경우가 무수히 많다. (그렇다고 내가 범죄를 저지를 거라는 건 아니다)

사람의 속에는 무수한 여러 모습의 자아가 있으며 착한 사람처럼 보이는 사람은 반대의 자아를 억누르고 있거나 아니면 뼈를 깍는 부처와 같은 단련을 통해 자신의 착한 자아를 조금 더 키워낸 사람에 불과하다.

나는 천성적으로 또 환경적으로 그렇게 키워진 조용한 사람이지만 어떤 사람들은 나를 아주 시끄러운 사람 너무나 활발해 부담스러운(?) 사람으로 기억하기도 한다. 그 어느 것도 다 내가 맞다. 또한 그 어느 것도 다 내가 아니다.

예전에는 내가 보이는 이러한 여러가지 모습 때문에 내가 사이코패스인가 혹은 다중인격자인가 심각하게 고민도 했지만 삶을 살아가면서 또 여러 책들을 접하면서 나같은 사람도 꽤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들 드러내지 않을 뿐.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편 참고.
https://steemit.com/kr/@megaspore/31szc

암튼 나의 이런 잘 웃고 착해 ‘보이는’ 성격 덕분에 지금의 나쁜 남자인척 애쓰지만 사실은 본성의 착함을 숨기지 못 하는 순두부 내 남편을 만났으며 훗날 남편은 나에게 자신은 속은거라 했다………….

어찌 됐건 나는 조용했다 활발했다 착했다 이기적이었다 긍정적이었다 부정적이었다 명랑했다 우울했다를 무수히 반복하며 오늘날까지 살아왔으며 이것은 내가 죽기 전까지 반복될 무한궤도 같은 것이다.

이렇게 반복되는 무한궤도 속에서 나도 나만의 내 살길을 찾았는데 그것은 ‘모 아니면 도’의 인생 방식이다.

나는 이제 진짜 나의 인생 가치관에 어긋나지 않는 이상은 사람들에게 최대한 잘 하려 한다. 최대한 나의 최선을 보여주려 한다. 이건 그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오로지 못난 나, 사실은 나쁜 마음을 많이 갖고 있는 나를 진실로 아름답게 만들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꽃이 아름다운 것은 당신 안에 꽃이 있기 때문입니다”라는 법정 스님의 말처럼 말이다. 나는 하루하루 예쁘게 꽃씨를 심으려 한다. 언젠가는 내 안에 아름다운 꽃이 활짝 피어 세상의 모든 것이 꽃처럼 보일 날을 위해서 말이다.

<이게 최선입니까>편 참고.
https://steemit.com/kr/@megaspore/56cdbn

하지만 내 자유를 침해 받았거나 내가 생각하는 나의 행복을 침해 받고 억압 받았을 때 또 그것이 나의 인생 가치관과 너무나 어긋나는 것일 때 나는 약해 보이는 평소와 달리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엄청나게 저항한다. 마치 나한테 귀신이라도 들려 다른 사람이 내 몸에 들어온 것처럼 말이다.

이렇게 몇번 미친년이 되어버리면 그 후로 대부분은 나의 행복을 침해받지 않는다. 나의 영역을 침해 받지 않으면 나는 다시 순한 양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다시 최대한 최선을 다 하려고 한다. 내가 할 수 있는 영역에서는. 아직까지는 이 ‘모 아니면 도’의 인생 방식이 나한테 꽤 잘 맞는다고 생각한다.

지금 시부모님과 살고 있다. 둘째 아이를 임신하면서 입덧하는 나를 도와주기 위해 고향에서 올라오셨고 많은 도움을 받았다. 참 감사한 일이다. 하지만 마음이 자유스럽진 않다.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게 있는 법이다.

결혼한지 몇년 되지 않았을 때 아직 아이가 생기기 전 시어머니가 세달 동안 시아버지 없이 우리 집에 머문 적이 있었다. 다들 아이도 없는데 왜 시어머니가 시아버지도 없이 그렇게 오래 머무느냐 우리 엄마를 비롯해 모든 지인이 혀를 내둘렀지만 어쩌겠는가. 외동아들을 보고 싶은 어머니의 마음인 것을.

그 당시 나는 아이도 없었고 직장도 없었고 오로지 신랑이 출근 후 고부간 둘이서 아들과 남편이 퇴근하기를 기다리며 신경전을 벌이고 있었는데 그 신경전이란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시어머니가 나보고 간을 보라고 한다. 그래서 나는 간이 괜찮다고 하면 시어머니는 이게 아무 맛도 안 나는데 간이 괜찮은거냐고 뭐라고 하신다.

맙소사, 이렇게 사소할 수가…………
너무나 사소한 일인거 나도 알고 시어머니도 안다. 하지만 한 남자를 두고 신경전을 벌이는 세대가 다른 두 여자의 입장에서는 작은 일도 큰 일로 변하기도 한다.

내가 양치질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다가오신다. 치약 거품이 가득 묻은 내 입에 무언가 냄새나는 것이 쑥 하고 들어온다. 걸레다. 침대 맡에 먼지를 닦은 것이라며 먼지 좀 보라며 굳이 양치질하고 있는 그 순간에 내 코에 걸레를 들이미신다.

이런 일이 하루이틀 길게는 몇주까지도 억누를 수 있겠지만 시어머니와는 몇달을 같이 지내야 하는 상황이었고 나는 위염이, 시어머니는 고혈압이 심해지시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리고 남편은 힘들게 일하고 와서도 두 여자 눈치 보느라 집에서 편히 쉬지도 못하고 밥맛도 없어져 심장이 더 안 좋아지는 상황을 가져왔다..(남편은 그 당시 심장이 안 좋아 약을 먹고 있었다)

암튼 그 당시 나는 시어머니께 미리 말씀 드리지 않고 급히 한국행 비행기를 끊는 것으로 상황을 마무리 지었으나 도피가 끝나고 다시 홍콩으로 오는 날 시어머니와 남편에게 또 한바탕 지랄(?)을 했다. 내 성격이 지랄맞은 걸수도 있고 그 상황 자체가 지랄맞은 걸수도 있다.

암튼 시간이 약이라고 결혼 9년차에 들어선 오늘날 우리 고부는 평화협정을 맺었으나 바로 오늘 아침도 시어머니와 남편과 나는 또 지랄맞은 상황을 만들었다. 하지만 지랄맞은 상황도 여러번 겪다보니 서로가 어떤 식으로든 평화의 길을 찾는다는 것을 모두가 익히 알고 있기에 일상적인 지랄이 정말 볼쌍사나운 지랄로까지 이어지지는 않게 되었다. 다 이렇게 지랄을 하고 지랄을 받아주며 그렇게 투닥투닥 사나보다.

걸레를 내 코에 들이밀고 간을 보라 강요 받았던 이야기를 나중에 내가 중국어를 가르치던 홍콩에 살던 한국학생에게 해주었더니 평소 괄괄하던 그녀답게 명쾌한 답변을 해주었는데 시어머니가 아무 맛도 안 난다고 하면 네. 하고 바로 소금 한통을 다 부어버리라는 것이었는데... 그것은 나의 스타일과는 도무지 맞지 않아 실행해보지는 못 했다.

그 시절 시어머니와 같이 보내면서 내가 저항을 하고 나서 시어머니가 자기 아들한테 한 말씀을 내가 들었는데 이런 말씀이었다.

“토끼도 궁지에 몰리면 사람을 문다”

우리는 쥐도 궁지에 물리면 고양이를 문다고 하는데 중국은 토끼로 비유하나 보다. 암튼 졸지에 사람을 문 토끼가 되어버린 나는 사람을 문 죄로 위염에 걸려 한달간 위염약을 먹는 신세가 되었으나 그 뒤로 토끼에게 물려보았던 사람은 토끼를 예전만큼 궁지에 몰지 않았다.

‘자유는 쟁취하는 것이다’ 라는 엄청난 보석같은 구절을 책에서 보았다. 잊혀지지 않는다. 자유는 그저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쟁취해야 하는 것임을 살면서 많이 느낀다.

우리의 행복을 타인에게 전달해주기 위해서는 우리 자신이 먼저 행복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를 궁지에 몰아 우리의 행복을 침해하는, 본인이 강자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끽 하는 저항이라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꼭 ‘쟁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자유를.

우리의 행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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