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포스의 돌의 위대함

megaspore(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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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부모님이랑 같이 살고 있다.

성인이 되고 나면 부모님하고 같이 사는 것도

맞지 않을 때가 많은데 시부모님은 말할 것도 없다.

우선, 모든 일을 할 때 내 부모와 달리 편하지가 않다.

몇십년동안의 정이 쌓인 내 친부모와 형제나 아니면

나와의 어릴 적 추억이 깃든 오랜 친구

혹은 허구헌날 싸워도 그래도 이 사람밖에 없지 하는 생각이 드는

남편이 아니고서야 하루종일 같이 있는 것은 정말 생각보다 더 쉽지 않다.

차라리 아예 모르는 남이면 나을지도 모르겠다.

바라는 것도, 요구하는 것도 없을테니...

중국남편과 홍콩에서 살고 있는 나는

남편회사에서 가족에게 비자를 제공 안해주는 관계로

꼭 일을 해서 워킹비자를 받아야 하는데

그래서 그런 연유로 시부모님께서 아기를 나 대신

봐주기 위해 올라오셨다.

나는 어제 홍콩에 있는 한 한국 물류회사에 면접을 보고

오늘 다음주부터 출근하라는 전화를 받았다.

암튼 이래저래 해서 시부모님과 함께 지내고 있는데,

여러 불편한 점 때문에 지금까지 크고 작은 트러블들이 많았는데

나는 이제 마음을 열기 위해 시부모님의 장점을 탐색해보곤 한다.

예전엔 시어머니의 잔소리와 간섭,

집에서는 없는 나의 개인 생활 등

단점만 눈에 보이고 내 인생이 결혼 후 이렇게 변한 것 같아

좌절과 절망에 빠지기도 했었지만, 여러 각도에서 살펴본 후

이렇게 아기 봐주실 시부모님이 있는 것을 부러워하는 아기 엄마들도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겪어보니,

아무도 도와주는 이 없이 엄마 혼자 아기를 키운다는 것은

굉장히 외로운 일이다.

암튼, 잃는 것이 있으면 얻는 것이 있다고

나도 출근하여 나의 커리어를 키울 수 있는

자유를 갖게 되었기에 이제는 시부모님의 장점을

종종 탐색하여 나의 생활에 만족하는 법을 배우려 한다.

예전처럼 계속 인생에 불평 불만을 하다가는 시간만 가고 나도 괴롭고

상대도 괴롭고 이도 저도 아니기 때문이다.

기왕 이렇게 된 바에 나는 여기에서 누릴 수 있는

모든 장점을 누리려 한다.

그리고 시부모님도 여기에서 누리실 수 있는

모든 장점을 누리시면 좋겠다.

길지 않은 또 짧지도 않은 인생을 살면서 느낀 점은

우리는 "윈윈"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만 좋아도 안 되고,

나는 괴롭고 상대만 위해도 안 된다.

나와 상대와 동시에 좋은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 방법이 쉽게 보이지 않더라도 그 방법을 모색하고 또 모색해야 한다.

그리고 분명 "윈윈"할 수 있는 방법은 있다.

내가 요즘 찾은 시어머니의 장점은

(시아버지는 원래 장점이 많으시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진짜 끊임없이 같은 돌을

올리고 떨어진 돌을 또 올리고 하는 일처럼 느껴지는

일상생활을 모범적으로 참 꾸준히 잘 하신다는 것이다.

우선 아침에 일찍 일어나셔서 아침 요리를 준비하시고

아침을 드신 후 장을 보러 시장에 나가신다.

(장도 거의 매일 보신다. 나처럼 미리 많이 사놓고 냉동시켜놓지 않으신다)

장을 보고 오신 후 조금 휴식을 취하신 후에 또 점심을 준비하신다.

점심을 드신 후 휴식을 취하며 잠시 낮잠을 주무신다.

낮잠 후 집안일을 하시거나 손녀를 데리고 공원에 산책을 가신다.

그리고 또 저녁을 준비하신다. 저녁을 드신 후에는 밖에 나가

산책을 하시거나 아니면 공원에서 같은 또래 분들과 춤을 추신다.

(중국에는 공원에서 나이 드신 분들이 단체로 모여 춤을 추는 문화가 있다)

춤을 추시고 오셔서는 손녀와 좀 놀아주다가 10시나 11시쯤 되면

일찍 잠자리에 드신다.

그리고서는 매일 매일 이 하루가 반복된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시어머니의 생활은 말그대로

돌을 올렸다가 또 내려오면 또 올리고 또 올리는 시시포스의 돌이다.

나는 결혼 후 결혼을 이루는 대부분의 생활이

시시포스의 돌처럼 느껴져 이 생활에 회의를 느낀 적이 많다.

나는 밥 먹으려고 태어난 것이 아니다.

그렇지만 결혼 후 여자의 생활은 온통 밥으로 이루어진다.

아이가 없을 때는 남편에게 밥 차려주기,

아이가 있을 때는 남편과 아이 밥 차려주기.

그리고 쓸고 닦기.

끊임없이 나오는 빨래 돌리기,널기, 개기.

계속 돌을 올리고 또 올려야 한다.

도대체 언제까지 올려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또 내가 이걸 왜 계속 올려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이런 생활을 계속 하다 보면 목적이 전도가 된다.

옷을 입기 위해 빠는 것이 아니라,

꼭 빨기 위해 입는 것처럼 여겨진다.

생활을 하기 위해 밥을 먹는 것이 아니라,

밥을 먹기 위해 생활을 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나는 더 큰 충만감을 느끼기 위해 사는 건데

이 매일의 일상생활은 나를 가두었다.

도대체 왜 계속 내가 이걸 올리고 있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생각.

올려봤자 또 내려와서 또 올려야 한다는 생각.

그 생각에 나는 오랜 결혼생활을 회의를 느끼며 보냈다.

그 결과로 남편도 많이 괴롭혔다.

그런데 시어머니를 유심히 관찰한 결과,

그 시시포스의 돌을,

어차피 올려도 또 내려와서 또 올려야

할 돌을 참으로 순간순간 열심히 올리신다.

이제 이 돌이 또 내려올 것을 알지만

어차피 또 내려올건데 왜 내가 올려야 해

이렇게 불평하지 않으신다.

그냥 하루하루 충실히,

올리는데 충실할 뿐이다.

그리고 열심히 올리고 나면

흐르는 땀을 닦고,

힘쓴 자신에게 박수를 보내고,

또 다시 내려온 돌을 올리는데 힘쓴다.

나는 이제

일상생활의 그 끔찍하리만큼 반복되는

지루함을 이겨내는 사람이

진정 위대한 사람이라는 것을 안다.

그 지루하고 지루한

일상생활 속에

그 순간순간에

바로 위대함이 있다.

바로 그것이 인생이다.

요즘 느끼는 것은,

우리가 보기에 어쩌면 하찮게,

보잘 것 없이 보이는 반복되는 일들을

매일매일 수행하시는 분들,

항상 같은 곳을 깨끗하게 청소하시는 분들이라던지,

매일 식당에서 반복되는 일을 열심히 수행하시는

분들이라던지,

이런 분들을 보면 예전엔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혹은 그저 힘드시겠다... 하는 생각만 들었는데

이제는 저렇게 시시포스의 돌을 계속

열심히 올려주시는 분들이 있기에

우리가 이렇게 어떤 방면에서 편하게

내 일을 하며 살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내 주위에서 열심히 서비스해주시는

분들이 없었다면,

내 인생은 아마 지금처럼 편하지 못 했을 것이다.

나는 돈을 냈으니까 이건 당연한 서비스지.

라는 생각도 참 오만인 것 같다.

만일,

내가 돈이 아무리 많아도

아무도 시시포스의 돌을 올리려 하지 않는다면

나는 돈이 있어도 택시를 탈 수 없고

돈이 있어도 식당에서 음식을 먹을 수 없을 것이다.

깨끗한 쇼핑몰과 화장실도 이용할 수 없을 것이다.

다 눈에 보이지 않게

돌을 올리고 또 올리는 분들의 땀이 있기에

우리가 이렇게 어느정도는 우리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 수 있는 것이다.

그런 분들이 진정 위대한 사람들이란걸

조금 커가면서 느꼈다.

그리고 그 속에

진짜 인생이 있다.

인생은 대단한 것이 아니다.

그저 어떠한 나름의 신념을 가지고

내려오는 돌을

올리고,

또 올리는 것이다.

우리는 중간중간

자신에게 박수를 쳐주며

이렇게 꾸준히 돌을 올리고

또 올리는 자신을

격려하고 또 격려해주자.

기왕이면

누군가와 같이

으쌰으쌰 하며

올리면

힘든 세상,

더 기운이 날 것이다.

우리 모두 화이팅하자.

각자 조금씩 차이가 있을 뿐이지,

아주 행복해 미칠 것 같은 사람도,

아주 불행해 미칠 것 같은 사람도 없다.

우리는 다 비슷한 사람들이다.

고로,

우리는

알고보면

혼자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