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은 다 때가 있는 것일까

megaspore(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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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릴 때 이렇다 할 사춘기가 없었다. (겉으로는..)

요새는 중2병이라는 말이 있던데 나는 중학교 때 부모님의 불화로 마음은 힘들었으나 그때의 사진을 보면 나는 세상 환한 웃음을 짓고 있다.

안 그래도 아버지 때문에 정신적으로 괴로우시고 일 때문에 매일 피곤하신 엄마를 나마저 걱정을 끼쳐드린다는 것은 그 당시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기에 겉으로는 환하게 웃고 뒤에서는 몰래 절도를 하는 이중적인 생활을 했더랬다..

<이해할 수 없던 나의 과거의 실마리>편 참고. https://steemit.com/kr/@megaspore/7pzghl

힘들었던 마음을 밝은 미소로 감추고 또 웃음의 힘으로 이겨내려 했기에 십대 시절엔 딱히 겉으로 드러날만한 사춘기가 없었으나 (지금도 우리 엄마는 나에게 “너가 예전엔 정말 착했는데...”라며 과거를 그리워(?)하신다..)

풀리지 않는 내 인생을 둘러싼 의문들과 억눌린 감정은 언제고 풍선처럼 팍 하고 터질 수 밖에 없는 모양인지 나의 뒤늦은 사춘기는 20대 후반 결혼 후 찾아왔다..

중국 사람과 결혼 후 엄마도 친구도 직장도 없는, 갑자기 훅 하고 주어진 많은 시간들. 그리고 많은 방황들.

지금까지 눌러왔던, 또 이해할 수 없었던 나를 둘러싼, 나에게 발생했던 일들. 나의 운명.

해결하지 못한 나의 의문점들이 차곡차곡 쌓이다 못해 이제는 마음 속에 더 이상 저장 공간이 부족했는지 나란 사람은 이제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채 오류가 나기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물론 결혼생활도 순탄치 않았다..

뒤늦게 찾아온 사춘기에 나는 내가 아침에 눈을 떠야 하는 이유를 알 수 없었고 왜 삼시세끼 밥을 먹어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마음의 병이 몸에도 나타난건지 어느 날 이유 없이 몸 전체에 두드러기가 난 적도 있었다.

맛있는 식당에 가도 맛을 느끼지 못 했고 날씨가 화창해도 아름다움을 몰랐다. 그저 이렇게 때 맞춰 밥을 우겨 넣고 졸리면 자야 하는 내가 한심스러울 뿐이었다.

그 시절엔 무엇이든 답을 찾고 싶어 책이 보이기만 하면 있는 대로 사들이는 바람에 남편에게 책금지령을 받고 남편 몰래 까만 봉다리(?)에 책을 숨겨오다가 남편에게 들킨 적도 있다.

그 시절을 한마디로 축약하면

‘허무’

그저 존재하는 모든 것이 다 허무하게만 느껴지던 시절이었다.

<내가 오늘을 사는 이유>편 참고. https://steemit.com/kr/@megaspore/7ylsgu

결혼 후 뒤늦은 사춘기로 오랫동안 방황했지만 모든 것은 다 끝이 있는 모양인지 다행히도 영원할 것 같았던 나의 방황은 끝이 났고, 그토록 생기지 않았던 아이도 마음의 방황이 끝나면서 결혼 육년만에 자연히 나에게로 찾아왔다.

지금은 두 아이의 엄마로,
나의 글을 기다려주는 많은 고마운 분들이 있는 어엿한 작가로 새 삶을 꾸리고 있는 중이다.

요즘처럼 내가 중요한 사람이었던 적이 있었을까.

뱃속에서부터 부정 당했던 나.
오랫동안 풀리지 않았던, 나를 둘러싼 많은 이해할 수 없었던 것들. 억누르고 또 억눌러 결국은 터지고야 말았던. 그러나 그 고통스러웠던 분출로 인해 다시 새로 시작할 수 있게 된 나.

모든 건 다 때가 있는 것일까.

나에게도 때가 있을 거라고 믿는다면,
아주 굳건히 믿는다면,
누군가의 어두운 밤도 희망으로 비출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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