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자로 거듭나자

megaspore(68)
Published in
#kr
Words
380
Reading
2 min
Listen
Play
8y

참 이상하다는 생각을 한다.

우리 엄마는 딸들 때문에 산다고 하셨다. 그리고 그 말이 진심이라는 것을 안다. 하지만 나는 엄마의 그러한 나를 향한 깊은 사랑 때문에 내가 행복하다고 느낀 적은 없었다.

왜 그랬을까.

한 남자의 나를 향한 진실한 눈빛은 세상에서 숨고자 했던 나를 살렸고, 그를 꼭닮은 두아이의 나를 향한 애정의 눈빛과 나를 찾는 손길은 내가 살아갈 가치가 있음을 확신시켜주었다.

한때 서로를 필요로 했던 우정도 이제는 추억 속에만 남아있고 내가 이기적이라며 떠난 그들을 원망한 적도 있지만 지금은 내 인생의 젊은 날을 예쁘게 채색해준 그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이다.

나의 치부를 다 알고서도 나를 떠나지 않고 나를 결국 안아주는 나의 가족들 때문에 나는 오늘도 내가 행복하게 살아야함을 느낀다.

김수환 추기경께서 돌아가시기 전에 이 한 말씀을 남기고 돌아가셨다고 한다.

“사랑하세요.”

사랑하라... 참 간단한 것 같으면서도 어려운 이 말씀..

우리는 사랑 받고 사랑하길 원하면서도 왜 서로에게 이리 실망하고 서로를 할퀴는지..

사람은 자신이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느낄 때, 즉 자신이 누군가를 사랑할 줄 아는 ‘힘’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을 느꼈을 때 자신에게 자신이 생기고 활력이 생기는 것 같다.

나는 엄마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내가 그것으로 행복함을 느끼진 못했다. 오히려 내가 내 아이들에게 사랑을 줄 수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그때 비로소 내 존재의 의미를 찾았던 것 같다.

이제는 안다.

나는 설사 누군가에게 사랑을 받지 못하더라도 그에게 사랑을 줄 수 있는 힘을 가진 존재라는 걸. 내가 가진 사랑의 힘이 나를 더 향기롭게 만들고 내 주위까지 향기로 물들인다는 걸.

나는 내가 마땅히 사랑받아야 할 사람이라고만 생각했지, 내가 사랑을 줄 수 있는 ‘힘’을 가진 사람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었다.

나는 그저 내 자신을 사랑을 줄 힘이 없는 약자로만 생각했던 것이다. 그래서 세상의 누군가를 만나도 나에게 사랑을 주길 갈망했고, 채워지지 않는 갈망은 나를 절망하게 했다.

언제나 무기력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혹시 스스로를 나는 받아야만 하는 사람이라고, 나는 줄 만한 힘이 없는 약자로 스스로를 생각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나는 이제 약자가 아니고 강자이기 때문에 스스로에게 비로소 자부심이 생기는 것이다. 나는 이제 받아야만 하는 사람이 아닌, ‘줄 수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이제는 나도 나를 사랑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물론 알고 있다.

내가 지금 줄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된 것은 누군가가 조건 없이 나에게 먼저 주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그러니 나에게 먼저 주었던 그 사람들의 공을 잊지 말고, 이제는 나도 그들에게 줄 수 있는 존재임을. 나도 더이상 받아야만 하는 약자가 아님을.

새해에는 조금 더 부드러운 힘을 가진 강자로 거듭났으면 좋겠다. 우리 모두 더 발전하고 발전한 나와 너를 보며 또 한해를 뿌듯하게 마무리하는 그날을 꿈꿔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