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프라하 성에서 마셨던 필스너 우르켈(Pilsner Urquell)
여행지에서 맛있게 먹은 음식은 평생의 기억으로 갑니다.
일례로 Sakara Gold라는 이집트 맥주가 있습니다. 냉정하게 따진다면 이 맥주는 CASS급의 맥주입니다. 스타일도 같고요. 하지만 그 술 구하기 어려운 무슬림 국가에서 더운 날 땀 삐질삐질 나서 너무나도 갈증 날 때 이 맥주를 마셨다면 이 맥주는 인생 맥주가 됩니다.
음식과 음료는 어디서, 어느 때, 어느 상황에, 누구와 마셨는지 그 상황이 사실은 제일 중요합니다. 저는 체코 여행 때 프라하 성에서 마신 필스너 우르켈이 제일 기억에 납니다.
밀코(Mlíko)
필스너 우르켈을 찬양(?) 하기에 앞서 디스를 우선 해보겠습니다. 어느 수제 맥주집에 갔는데 맥주가 이렇게 나온다면 기분이 어떨까요?
뭐 따위 가게가 다 있어! 하면서 문을 박차고 나가겠죠. 우리나라에서 후배가 거품 가득 따르면 따스한 다독임죽빵이 날아올 수 있습니다. "선배님! 거품의 부드러움을 느껴보시라고 일부러 거품을 많이 드린 겁니다."라고 아무리 변명을 해봐도 우리나라에서는 선배를 납득시킬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맥주 거품은 혐오의 대상입니다. 거품이 맥주의 꽃이라는 건 다들 동감하지만 왜 이리도 거품을 싫어하는지는 참 미스터리 합니다. 거품을 많이 따르면 맥주도 못 따른다는 핀잔을 듣기 일쑤입니다.
하지만 체코에서는 좀 다릅니다. 어찌나 거품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지, 거품만 마시는 서빙 방식이 있습니다. 바로 이 사진인데요. 밀코(Mlíko)라고 합니다. 우유처럼 부드러운 거품을 느껴보라는 것이지요. 마셔보면 알겠지만 거품밖에 없습니다. 참 우리가 보기엔 괴랄(?)한 서빙 방식입니다.
2014년 이태원에 필스너 우르켈 팝업 스토어가 생긴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이 매장에서 밀코를 판매했던 적이 있었는데 아무도 주문을 하지 않자, 일반 맥주를 하나 받으면 1+1으로 주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사람들의 반응은 싸늘했죠.
체코에 가시면 딱 한 번만 드셔 보시길 바랍니다.
아! 그리고, 목숨을 보전하는 팁을 드리자면, 맥주 거품을 왕창 따랐을 때는 "선배님! 체코 맥주 중에 필스너 우르켈이라고 있는데 거기에 밀코라는 방식이 있습니다..." 로 운을 떼어 위기를 모면해 보시기 바랍니다.;;;
사츠 홉(Saaz hop)
필스너 우르켈에 사용하는 홉입니다. 사츠(Saaz) 홉은 체코의 도시 자텍(Žatec)에서 유래된 홉입니다.
홉은 맥주에 있어 맛(Aroma)과 향(Flavor)을 내는데 필요한 중요한 재료입니다. 다른 라거와는 달리 필스너 우르켈은 상당히 쓴데, 이 사츠 홉이 다른 홉에 비해 많이 쓰기 때문입니다.
노블 홉(Noble Hop)
홉에 왕후장상의 홉이 따로 있겠습니까만은 사츠 홉에는 Noble hop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습니다. 고귀한 홉이라는 의미지만, 꼭 고귀한 것만은 아니고 고품질 또는 맥주 만들기 적합한 홉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노블 홉은 5가지 정도 됩니다.
- 미텔프뤼(Hallertauer Mittelfrüh) : 독일 할러타우 지역
- 슈팔트(Spalter Spalt) : 독일 슈팔트 지역
- 테트낭(Tettnanger Tettnang) : 독일 테트낭 지역
- 사츠(Czech Saaz) : 체코의 자텍(Žatec) 지역
- 헤르스부르크(Hersbrucker Hersbruck) : 독일 헤르스부르크 지역
유일하게 사츠만 체코 산입니다. 체코의 자랑이죠. 우리나라 맥주 가운데 한정판으로 사츠 홉을 쓴 맥주가 있었는데... 홉만 좋아도 안된다는 멋진 사례를 남겨 주었습니다.
필스너 우르켈(Pilsner Urquell)
독특하게도 머그잔이 있습니다.
맥주 전용잔 가운데 가장 깨지기 쉬운 잔입니다.
거품이 매우 풍성합니다. 강한 탄산의 영향으로 보입니다.
빛깔은 황금색 필스너의 정석입니다.
향이 참 라거치고 향긋합니다.
맛은 보기보다 매우 씁니다. 쌉싸래한 맛입니다. 기름진 음식을 먹을 때 입안의 느끼함을 깔끔히 날려줘서 피자나 파스타, 타파스 같은 음식에 매우 잘 어울립니다.
청량함은 여름에 마시기 제격입니다.
목 넘김은 매우 깔끔합니다.
4캔 만원에 오리지널 필스너를 맛볼 수 있는 것은 대단한 행운입니다.
스타일: 체코 필스너(Czech Pilsner) 또는 보헤미안 필스너
분류 : 하면 발효(Lager)
도수 : 4.40%
가격 : 2,5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