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잠시 엉뚱한(?) 게임 이야기를 하려 합니다.
게임을 할 때 두 가지 정도의 주된 플레이 방식이 있는 것 같습니다. 게임을 즐기고 싶어서 하는 일반적인 유형과 게임을 투자라고 생각하는 유형입니다.
게임을 즐기고 싶어서 하는 일반적인 유형
일반적인 RPG 게임의 경우 캐릭터를 육성하고 게임 콘텐츠를 소비하는 데에 목적이 있습니다. 물론 노가다할 시간이 부족한 경우 여유가 되면 현질을 통해 장비를 맞추고 강화를 시도합니다. 이는 현질의 목적이 게임을 더욱 재미있게 플레이하기 위한 목적입니다. 이로써 금전적인 이득을 얻는다면 그건 부가적인 가치일 뿐이겠지요. 이러한 게임 유저를 이하 플랑크톤이라고 부르겠습니다.
게임을 할수록 캐릭터 레벨은 올라가며 이런 레벨 파워를 이용하여 자신의 렙업도 꾸준히 하고 콘텐츠도 소모해서 돌고래 레벨로 올라가더라도 본능적으로 이러한 유저는 다른 초보 유저에 대한 연민(?)이 있습니다. 자기도 길을 헤매고, 어떤 스킬을 올려야 할지 막막했던 초보였던 시절이 있었거든요. 게임 내에서 초보들에게 가방을 맞춰주고, 스킬 포인트나 공략법에 대해 알려주고, 사냥터를 안내하는 도우미 같은 역할을 자청합니다. 비록 현질을 많이 하지 않더라도 이런 유저는 게임의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됩니다.
게임을 투자라고 생각하는 유형
목적이 금전적인 이득이든, 자기 과시 욕구든 이런 유형의 플레이어는 초반부터 아낌없이 투자합니다. 이러한 유형을 고래상어라고 하도록 하겠습니다.
현질을 해서 아이템을 맞추고, 장비를 강화하고, 경험치 물약을 마시며 캐릭터를 육성합니다. 일반적인 플레이어에 비해서는 상당히 빠르게 레벨업을 하며, 다른 플레이어에게 선망의 대상이 되곤 합니다. 지나가다 남는 아이템 하나만 떨궈줘도 신같이 추앙을 받을 수 있습니다.
만렙이 되고, 최고의 플레이어 순위에 들면, 이제 고래상어 플레이어는 투자금 회수를 시작합니다. 게임도 어차피 사람이 하는 거라서 여기도 작은 사회나 마찬가지입니다. 사람과의 소통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이런 고과금 플레이어는 대부분 투자금 회수가 목적입니다. 어떠한 만행(?)이나 비난(?)도 개의치 않습니다. 생때같은 내 돈이 들어갔는데 남이 뭐라고 해도 개의치 않습니다. 또한 레벨이 깡패니까 어느 정도의 빅보이스입니다. 억지를 부려도 너무 심하지 않으면 용납됩니다.
이들에 대한 비난이 적거나 없으면 이러한 유형의 플레이어는 자기 사람을 끌어 모으기 시작합니다.
자기를 옹호하는 사람에게 적절한 보상을 주어 든든한 후원자를 만듭니다. 그런 다음 특정 재화나 콘텐츠를 독점합니다. 사냥터를 독점하고 멋도 모르고 들어온 선량한 유저를 PK합니다. 억울한 유저가 항의해봐야 그들은 PK도 게임의 일부라며 개의치 않습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혈맹, 조직, 문파, 클랜은 서로에게 투자합니다. 서로의 레벨업을 도와주고, 서로의 이익만 도모합니다. 그리고 상대 세력의 성장을 방해하고, 탄압합니다. 더 이상 적이 없어지면, 그 게임의 모든 콘텐츠를 독점하고 투자자본을 회수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의 플레이는 항상 분란을 유발합니다.
리니지의 그 유명한 바츠 해방 전쟁을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이러한 역사는 대부분의 RPG 게임에서 비일비재합니다.
역사가 돌고도는 건 사람이 변하지 않는 생물이기 때문이지요.
게임이 망해가는 과정...
신규 유저가 꾸준히 유입되어야 게임은 활기를 띕니다. 그들의 현질은 미약하더라도 게임을 홍보 하는데는 큰 도움이 됩니다. 한번 하면 필요 없는 초보자 가이드나 초보자용 콘텐츠를 게임 회사가 공들여 만드는 것도 그러한 이유입니다. 게임회사가 잘 만들어 주지 않으면 이타적인 돌고래가 나타나 가이드를 만들고, 공략집을 만들고, 커뮤니티를 주도합니다.
신규 유저가 나중엔 고수가 되고, 애착이 생긴 유저가 현질도 합니다. 이러한 순환구조를 아는 게임회사는 신규 유입의 저하를 큰 위기로 봅니다. 그렇다면 신규 유저나 초보 유저 풀이 적은 게임은 어떻게 될까요? 흔히 말하는 고인물 게임이 됩니다. 하는 사람만 하는 게임이 되는 것이지요. 진입 장벽이 너무 높거나, 유저가 들어와도 금방 높은 장벽을 깨닫고 GG를 치고 나가게 됩니다.
이 상황에서 신기하게도 돌고래도 게임을 떠납니다. 그토록 공을 들인 게임이어서 그런지 자기가 잘못한 것 같습니다. 자기가 얻은 미미한 이익에 엄청난 죄책감에 시달립니다. 나 때문에 게임이 망한 것 같습니다. 플랑크톤을 볼 면목이 없습니다. 정작 부끄러워 해야 하는 것은 고래상어인데도 말입니다.
물이 고이기만 하면 다행인데 물은 고이면 썩게 마련입니다. 고래상어 캐릭터에 붙어서 아이템 하나 바라는 빨판 상어도 생기고, 고래상어의 입장을 대변하는 스톡홀름 플랑크톤 마저 생깁니다. 사람 사는 사회의 축소판인데 올바름이나 명분, 이해와 타협보다는 독재, 강압, 무력만 추앙받습니다. 즐거움을 느끼려고 하는 게임이 더 스트레스만 줍니다. 하는 사람도 어쩔 수 없이 하는 게임이 되어 버립니다.
게임은 보통 이렇게 망합니다.
해결 방법은?
방법은 없을까요? 망해가는 게임이 다시 부활한 케이스는 없을까요? 안 망하고 장수하는 게임은 없을까요? 시스템을 완벽하게 만들면 될까요? 대부분의 개발자들은 흠결 없는 시스템에 대한 로망이 있는 것 같습니다. 시스템을 아무리 정교하게 만들어도 허점은 있습니다. 그 허점을 고래상어들이 가장 잘 알고 있습니다. 교묘하게 그물을 빠져나가 다른 물고기들을 학살합니다.
소통의 힘
다시 부활한 게임의 케이스를 든다면 테일즈런너를 들 수 있겠고, 안 망하고 장수하는 게임을 들자면 20년 된 바람의 나라를 들 수 있겠습니다. 두 게임의 공통점은 유저와 개발자 간의 끈끈한 유대관계와 적극적인 소통 그리고, 튼튼한 커뮤니티 덕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바람의 나라의 경우는 게임 내 버그를 A/S센터처럼 신속하게 해결해 줄 수 있는 서비스 센터를 마련해 달라는 유저들의 요청에 바람 서비스 센터를 실제로 개설했고 전담 인력을 두어 현재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테일즈런너는 스마일게이트로 넘어온 뒤 운영인원을 대거 투입해서 소통을 늘렸고, 과금 구조도 개선했죠.
GM의 노력
게임에서는 게임 마스터(GM)의 역할이 큽니다. 그들은 일개 고객 서비스 부서 직원입니다만, 게임 내 유저에게는 신과 같은 존재입니다. 그리고 유저가 소통할 수 있는 가장 훌륭한 채널이지요. 하지만 그들이 없거나, 그들의 권한이 약하다면 소통은 어렵습니다. 유저들은 끊임없이 개선을 요구하는데, 이를 묵살하거나, 개발자에 전달할 권한이 없다면 유저와의 소통은 물 건너갑니다.
어느 게임, 어느 SNS, 어느 플랫폼에 GM에 해당하는 서비스 직군이 없다면 당장 만들어야 합니다.
만들기 어렵다면 개발자가 그 역할을 해야 합니다. 외국계 게임이라면, 유저의 소리를 전달할 대행자가 있어야 합니다. 이런 대행자를 이하, 증인이라고 부르겠습니다. 증인은 적절히 올바르게 플레이하지 않는 유저에게 제재를 가해야 합니다. 유저의 개선 사항을 논의하고, 이를 반영해야 합니다. 꾸준히, 계속해서 말이죠.
그렇게 한다면 죽어가던 게임이 살아나고, 고인 물에 새로운 정화식물이 뿌리를 내리게 됩니다. 한 명의 상냥하고 열일(?)하는 GM이 한 게임을 살린 예도 참 많습니다. 그만큼 GM은 게임 안에서는 큰 가능성을 가진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GM이 놀면 게임은 망하는 거고요.
마치며...
지금까지 게임을 플레이하는 유저의 유형과 게임의 흥망성쇠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게임을 망하지 않게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간단히 요약해 볼까요?
플랑크톤 - 하던거 한다. 돌고래가 되도록 노력한다.
돌고래 - 자책하지 않는다. 더 열심히 플랑크톤을 돕는다.
증인 - 소통한다. 소통하고 소통한다. 일한다. 내가 할일이 아니어도 일한다.
고래상어 - 다른 더 먹음직스러운 먹이를 찾아본다.
결론은 뭐 식상하게도 소통이 필요하다네요. 이상 스팀잇 뉴비이자, 스팀잇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맥주 좋아하고, 게임 좋아하는 맥아당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