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비가 왔다.
졸린 눈을 비비며 축 쳐진 몸을 이끌고 우산을 챙기려는데 내 우산이 없다.
누가 내 우산을 가져간 모양이다.
내 꺼라고 해서 당연히 아무도 안 가져갈 거라 생각했던 내가 어리석었다.
이리저리 꽂혀있는 우산 속에서 누가 내 우산을 구분할 수 있을까.
비가 많이 오는데, 주인도 모르는 우산들을 냅두고 비를 맞으며 걸어가는 것도 웃기는 일이다.
뭐, 그런 의미로 나도 남들 다 가고 나서 남는 우산을 쓰고 갔다.
돌이켜보면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당연하지 않았다는걸 최근에 자주 느낀다.
소소한 일상 속에서 말이다.
휴대폰을 쓸 수도 없는 상황에서 맞닥뜨린, 휴대폰 본인인증을 요구하는 쇼핑 사이트.
가입하고 나니 어느새 내가 사고 싶었던 물건은 판매가가 할인가에서 정가로 바뀌어있었다.
내가 가입할 때까진 당연히 계속 할인할 줄 알았는데.......
아, 얼마 전엔 당연히 나올 줄 알았던 따뜻한 물이 안나와서 찬물로 샤워를 했었다.
생각해보면 세상에 당연한 건 없는 것 같다.
뭐 이 세계를 관통하는 대법칙 정도라면 모르겠지만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세상을 이루고 있는 요소 요소가 과연 절대적인 것일지.
그저 보편적으로 받아들이고, 적응하고 익숙해진 것들일 뿐인건 아닐지.
반복되는 평범한 일상에 지루하다는 표현은,
오늘 하루도 나의 세계가 별 탈없이 무사히 버텨주었다는 사실에 무례한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오늘의 추천곡.
랄라스윗 두번째 앨범 [너의 세계] 9번 트랙,
'당연하지 않은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