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치'에 본질이 있다고 생각했다. 일종의 절대적인 것이라고나 할까? 아무튼 누가 저걸 가치있다고 모두가 인정하는 건 저게 본질적으로 가치를 가지고 있어서 그렇다고 느꼈다. 무언가가 고평가 받았다면, 그건 그 대상이 지니고 있는 가치보다 사람들이 더 높게 생각하고 있는 거라고 생각했다. 저평가도 당연히 마찬가지다.
어느 순간부터 절대적인 것은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들어왔다. (있다면 아마 신의 존재가 아닐까?) 그렇지만 내가 가지고 있는 '가치'에 대한 가치관엔 그렇게 크게 균열이 나지 않았다. 절대성이 보편성이란 말로 이식됐을 뿐이다. 보편적으로 사람들이 생각하기에 본질적으로 가치가 높은 대상이 가치가 높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호불호가 갈려서 나한테 가치 있는게 남한테 가치 없을 수도 있지만, 나한테 가치 없는게 남한테 가치 있을 수도 있으니까 총량으로 따지면 일종의 쌤쌤이라고 생각했나보다.
암호화폐를 알게 됐다. 세상에나... 그 당시에 처음 암호화폐를 봤을 때, 나에겐 암호화폐에 아무런 본질적인 가치가 없어보였다. 그런데 가격이 계속 오른다? 대체 왜 오르지? 오르면 안될 게 오르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한 친구에게 가격이 왜 오르는지 물어봤다.
수요가 있으니까.
나도 그건 알아... 그니까 왜 수요가 있냐는거지.
가격이 오르니까.
그니깐 가격이 왜 오르냐고...
물론 지금은 암호화폐가 정말 아무런 기능이 없는 게 아닌 걸 알지만 저 당시에는 아니었다. 그래서 더 이해가 가지 않았다. 가치도 없는게 왜 가격이 오르고 사람들이 원하고 또 그게 가격이 올라가서 가치가 오를까? 그런데 단순히 이 현상에 대한 의문이 나에게 더 커다란 의문을 몰고 온다.
'그럼 대체 가치는 뭔데??'
그 순간 나는 가치가 순간 본질적인 게 아닌, 단순한 시장의 가격으로 바뀌어 보였다.
'아니야 단순히 가격만으로 가치를 따지는게 말이 돼? 너무 야박하잖아.' 사고의 전환을 애써 막아보려 했다.
그러다가 어째선진 모르겠지만 '믿음(신뢰)'이라는 키워드가 문득 머리를 스쳤다.
가치=가격+믿음(신뢰)
뭔가 말이 되는 것 같다.
사람들은 더 좋은(가치가 높은) 물건을 더 비싼 값을 주고 산다. 반대로 가격이 높으면 자연스레 가치가 좋을 것이라고 믿는다. 같은 물건이어도 사람들이 더 많이 알아주기 전에는 저평가를 받는다. 왜? 신뢰도가 그만큼 부족하니까. 애초에 아는 사람이 적으니까 쌓일 믿음 풀도 적은거다.
이것저것 떠올려봐도 뭔가 들어 맞는다. 그 당시의 코인 시장도 설명이 된다. 왜 가격이 오르냐고? 가격이 오를거라고 믿으니까. 가격이 오를거라고 믿어서 가격이 올라가면? 실제로 얻는 가치도 올라간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가치는 거의 믿음의 산물로(가격도 부수적인 것으로) 보였다.
괜히 아귀가 맞아 떨어진다. 부정하고 싶었다. 그저 실물이 없는 믿음과 신뢰, 그리고 가격표에 의존하는 '가치'를 믿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결국 내 마음속에 있는 '가치'에 대한 가치도
고작 나의 단순한 믿음의 산물일 뿐인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