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미러라는 드라마가 있습니다. 넷플릭스에도 올라와 있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보셨을거라 생각됩니다. 영국식 블랙유머를 띄고 있는 이 옴니버스 드라마는 여러 에피소드에 걸쳐 디지털 기술과 그로 인해 벌어질 현대 문명의 불편한 면을 비추고 있습니다. 블랙미러의 모든 에피소드는 각 편마다 뚜렷한 메세지를 담고 있고, 목적에 충실한 연출과 장치를 갖고 있기에 어떤 에피소드 부터 시작 하셔도 큰 무리는 없습니다.
두번째 시즌까지는 시종일관 블랙유머의 냉소를 담았다면, 시즌3의 첫번째 에피소드, <추락Nosedive>부터는 보다 너그러운 유쾌함과 함께 더욱 날카로운 통찰을 자아냅니다. 전반적인 스토리는 물론, 배우들의 연기와 의상, 미술까지 감칠맛 나는 몰입을 자랑하며, 스토리의 중요한 축으로 작동되는 <SNS평판시스템>의 정보그래픽과 인터페이스디자인까지 거침없는 조화를 이룹니다.
그림 1 - 블랙미러 세번째 시즌, 3화 <추락>의 타이틀 시퀀스 중 (source: pogdesign.co.uk)
<추락>은 SNS를 통해 별점으로 매겨지는 평판으로 신용등급이 매겨지는 사회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자신이 생산하는 컨텐츠 —이를 테면, 음식인증샷, 셀카— 를 올리면, 사람들이 주는 별점에 따라 자신의 신용등급이 상승하거나 하락합니다. 네. 인스타그램이죠. 저는 이것을 —<♥️좋아요 재화財貨>— 라고 부릅니다. 유명 인스타그래머들이 받는 여러 종류의 스폰 금액이 얼마인줄은 잘 모릅니다만, 이미 인스타그램의 시스템은 자신의 유명세가 일정부분 이상이 되면 돈을 버(ㄹ수도 있)는 구조입니다. 그저 눈에 안보일 뿐이죠.
주인공은 사진을 올리는 일에도 열심이지만, 커피샵의 웨이터든, 엘리베이터보이든 그 누구를 마주하던 간에 항상 친절과 미소를 마다하지 않습니다. 주인공은 평판을 얻기 위해 안간힘을 씁니다. 누구든 실시간으로 본인에게 평점을 부여할 수 있기 때문이죠. 어떤 사람이 맘에 안들면, 그냥 <⭐️별>을 날리면 됩니다. ‘저 녀석은 뭔가 날 깔보는 듯한 느낌적인 느낌인데? 내 기분이 안 좋으니 1점이나 받아라⭐️.’
그림 2 - 주인공이 카페직원에게 평점을 주는 모습 (source: medium.com)
주인공은 자신보다 높은 점수를 가진 사람에게는 알아서 굽신 거리며, 그 반대인 경우에는 그 상황을 즐기면서 알게모르게 상대를 깔봅니다. 평범한 인간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심리, 그대로의 전철을 밟습니다. 더욱 그럴 만한 이유가 더 있는 것이, 자신에게 점수를 주는 사람의 점수가 높을 수록 가중치가 붙는 시스템인 것이죠. 네. 스티밋의 <스팀파워>와 <평판> 등의 개념과 유사합니다. 제가 이글을 쓰게 된 계기입니다.
(스티밋에서의 <평판reputaion> 개념은 이 글을 참조하세요.)
인스타그램이 <♥️좋아요 재화>를 만들어내고 팔로윙을 통해 평판을 만들어내는 것은 소셜네트웍서비스 개념의 아이디어와 영향력 안에 있습니다. 저는 <♥️좋아요 재화>라는 개념을 추적 하면서, 향후 어떤 구체적인 방법으로 재화의 체계가 갖추어질 지에 대한 예측을 그려보곤 했습니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같은 소셜플랫폼이 갖고있는 관계성과 영향력에 대해선 의심의 여지가 없으나, 실제 재화로 이어지는 고리 부분에 대해서 만큼은 항상 상상력의 한계에 부딪혔습니다.
그런데 맙소사, 스티밋에서는 이미 콘텐츠 품질의 측정 부터, 어느정도의 학습이 필요한 진입장벽, 개인의 평판, 그리고 그것을 실제 스팀달러라는 재화까지 연결하는 생태계를 구축한게 아니겠습니까. (게다가, 친절과 미소의 댓글들로 넘쳐납니다. 네. 저도 (미디엄 같은) 다른 플랫폼에 글을 쓸 때는 평어체를 씁니다만, 스티밋에 글을 쓸 때는, 경어체를 쓰고 있습니다 —<강요되는 친절과 그 재화>라는 개념도 연구(?)하고 있습니다만, 다음 기회에 한번 써보겠습니다—).
시대에 어울리는 플랫폼과 기술이 있습니다. 10년 전으로 돌아가보죠. 한 때 이천만 이용자를 돌파했던 <미니홈피>서비스에서 가장 사람들이 받아 들이기 쉬운 지점만 간단하게 나열하면 이런 것들입니다 —도트그래픽, 배경음악, 사진첩, 일촌평— 등이죠. 이 것들을 기술적으로 혹은, 블랙미러적(?)으로 다시 말하면 이렇습니다 —모니터 해상도가 떨어지니 도트그래픽으로 하면 더 깔끔하게 보이고, 자신의 음악적 취향을 과시하고 싶고, 최신 피처폰에서 찍은 320×240 해상도의 사진을 자랑하고 싶고, 가까운 이들에게 인정받고 싶고— .
다시 <추락>으로 돌아와보죠. 과시와 친절이 <평판reputation>이라는 타인과의 관계성을 규정짓고, <신용credit>이라는 개인과 사회의 재화까지 직간접 적으로 관여되는 시스템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우리를 둘러싼 기술 속에서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그들 중 하나는 바로 인정받고 싶은 욕구일 것입니다. 세상에 <변화하는 것>과 <변화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우리는 기술을 통해, <변화하는 것>을 따라 잡으려 <변화하지 않는 것>까지 바꾸려 드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스티밋에서 만나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그림 3 - <추락> 마지막 시퀀스 중의 일부 (source: screenertv.com)
다음 글은 도박만화<카이지>와 가상화폐에 대한 글을 써볼까 생각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