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내가 한 말이나 행동은 잘 잊어도 내가 그들에게 준 느낌은 절대 잊지 않는다.
-마야 안젤루
나는 말을 잘 못한다. 대화를 할 때도 상대방의 말을 듣느라고 표정을 놓치고, 표정을 살피다가 상대방이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을 못하는 경우가 많다. 상대방이 던진 말이 다른 연상작용을 일으키고 혼자 상상의 나래에 빠지는 바람에 길을 잃고 헤매기도 한다.
말의 '뉘앙스'를 해석하는 일은 또 얼마나 어려운지! 그래서 글을 읽고, 글로 표현하는 것이 말하는 것보다 더 편하게 느껴진다. 그런 내가 말을 잘 하고 잘 듣고 싶다는 욕망을 느낀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커피가게를 할 때 맞선 보는 남녀의 대화를 엿듣게 되는 경우가 간혹 있었다. 그런 종류의 만남은 추석이나 설날 연휴에 많이 있었는데, 타지에서 근무하는 자녀들이 부모님 성화에 못이겨 그 무렵 약속을 잡기때문이었다.
대부분 남자가 대화를 주도하게 된다. 나는 화자인 그들을 몇 년에 걸쳐 관찰하면서 모종의 법칙을 발견했다. 모든 경우가 다 그렇다고 말을 할 수는 없지만 남자의 말이 총 대화량의 몇 퍼센트를 차지하느냐에 따라 애프터 신청을 받을 지 안받을 지 결정이 난다. 그 때 알았다. 말을 하지 않는 대신 귀를 기울일수록 여자들의 몸이 앞으로 쏠린다는 것을.
남자쪽의 말수가 적을수록 커플이 되어 나타날 확률이 높다. 한편 대화 도중 일말의 공백도 허용하지 않았던 남자들은 다음 명절에 다른 여자와 맞선을 보기 위해 다시 우리 가게를 찾았다. 그리고 똑같은 자리에 앉아 똑같은 '무용담'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주식에 투자했다가 모아둔 돈을 다 날렸다는 얘기는 제발 하지 않으면 좋을텐데...
나 역시 대화의 여백을 즐기는 사람이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그 여백의 끝에서 예상치 못했던 화제로 전환된다면 더할나위 없다. 상대방이 나에게 관심을 기울이면 저절로 그 사람에 대한 관심이 커진다. 의자에 앉을 때의 자세, 크지 않으면서 분명한 목소리도 중요하다.
얼마전 [취향을 설계하는 곳 츠타야]를 읽다가 너무 공감가던 부분이 있었다.
"사람은 그 사람의 한 마디로 그 사람의 삶의 본질을 꿰뚫고 그 사람과 사귈 지를 정한다. 실언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말은 몸의 무늬다. 말에 헛됨이 없고 말에 힘이 있는 사람은 분명 그런 삶의 방식을 갖고 있다. "
결국 말은 몸이고 마음이자 태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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