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낙엽이 오고있다
어제 샹보르성 여행기를 쓰다가 요즘 내가 훈련에 너무 빠져있다는 것을 알았다. 성 안의 이중나선계단 그림을 보면서 쿤달리니 에너지를 떠올리고, 불을 뿜는 상상 속의 동물 살라맨더의 부조를 보면서 이것은 매일밤 호흡훈련을 더 집중해서 하라는 계시가 아닐까,라는 가정을 하고는 은밀한 기쁨을 느꼈던 것이다. 심지어 그림을 거꾸로 돌려보기도 했다. 쿤달리니에너지라니! 여행을 하고 있을 당시에는 전혀 몰랐던 단어다.
-아래와 위의 방향을 바꾼 이중나선계단
그나마 다행인 점은, 훈련때문에 중단된 일과중에서 필사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삼 대째 살고 있는 마콘도 집에 있는 우르슬라는 죽음을 앞두고 불개미가 갉아먹지 않도록 조심하라고 말하고 있는데, 대구의 한 건축현장에서 불개미가 나타났다는 뉴스가 하필 그날 방송되었다. 무엇이 현실일까. 나에겐 하루 30분동안 머무르는 마콘도와, 내가 실제로 경험하고 있는 이 세상과 자각몽 속 세상이 모두 동일한 질량으로 다가온다.
다용도실 쪽에서 카레냄새가 솔솔 나기 시작한다. 미쉘양은 고기를 굽거나, 김치찜 같이 냄새가 많이 나는 음식을 주방에서 끓이면 집 안에 냄새가 밴다고 좁은 다용도실의 가스렌지를 이용하곤 한다. 미쉘양은 졸업작품 준비를 하느라 오늘도 늦게 집에 돌아왔다. 냉장고에서 주섬주섬 양파와 당근을 꺼내길래 밤에 왠 요리냐고 물었더니 추석 때 본가에 가져갈 카레를 끊이겠단다. 미쉘양의 어머니가 카레를 싫어하셔서 미쉘양의 아버지는 일 년에 한 두번 미쉘양이 만들어간 카레를 드시곤 한다. 이렇게 살뜰한 미쉘양이 하우스메이트라니, 그리고 내일 아침메뉴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소고기카레라니 감사하고 또 감사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