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촌의 집에서 깼다. 07:30분에 깨서 다시 잠들지 못했다. 술을 마신 다음날은 아침 일찍 눈이 떠지지만, 소금에 절여진 것처럼 몸이 아프다. 엔진에 기름 대신 모래를 넣고 달리는 자동차가 된 기분이다. 엎드려서 폰을 뒤적이며 끙끙대다, 어젯밤 일들을 기억해낸다. 누군가와 통화를 하며 들어갔고, 삼촌에게는 인사도 제대로 못했고, 술을 꽤 많이 마셨고 양꼬치를 먹었으며 소주와 맥주 이과두주를 섞어 먹었다. 술에 취해 많이 짖었다. 으르르릉. 재미있긴 했다. 어제 술을 사 주신
@no1smile님에게 감사의 인사.
내가 보는 기쁨이의 얼굴
남이 보는 기쁨이의 얼굴.
어제 입었던 옷을 똑같이 입고 출근하기 싫어서 삼촌 집에 모셔놓은 내 양복을 입었다. 삼촌 집에서 이사하기 전에 세탁소에 맡겼었는데, 찾는 걸 깜빡해서 삼촌이 대신 받았다. 그런데 나는 분명히 돈을 선불로 냈던 것 같은데, 세탁소는 돈을 받지 않았다고 하며 삼촌에게 돈을 받았다. 삼촌은 무슨 죄를 지었길래 나같은 조카가 있는 것인가?
삼촌 집에서 회사까지는 걸어서 30분이 걸린다. 라고 기억하고 있었다. 그런데 20분동안 걸었는데 4km중 2km밖에 못 왔다. 내 기억력이 제대로 일을 하지 않는 것 같다. 그럼 세탁소를 욕할 수 없지. 중간에 버스를 타고 출근했다.
열심히 테이스팀의 문구를 썼다. 글은 끊임없이 나오는 것인 줄 알았는데, 갈수록 말라간다. 책을 읽지 않으면 글이 마른다.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 언어가 마른다.
점심시간에 밥 먹은 후 우노를 했다. 회사 동료에게는 위에서 한 장, 나한테는 밑에서 한 장. 근데 패를 섞을 때 잘못 섞었는지 자꾸 똥패가 들어왔다. 덕분에 커피를 사줘야 했다. 다음번에 더 크게 뜯어먹기 위해 잠시 쉬는 거라고 생각하자.
테이스팀의 문구를 쓰고 문제점을 찾고 설문조사를 만들었따.
퇴근하면서 한강의 '흰'을 읽었다.(5600번 버스의 자리가 많이 남아서 기분 좋게 자리에 앉았다) 자신이 본 흰 것들에 대한 글이었다. 흰 대문, 흰 구름, 24시간동안 지속되는 낮, 물이 잔뜩 섞인 눈, 무대에서 강렬하게 내리쬐는 스포트라이트. 배내옷, 그 외의 수많은 흰 것들. 책은 얇디 얇았지만 문구를 이해하기 위해 같은 지점을 몇번씩 다시 읽었다. 입 속에서 소설의 문장을 굴리고 굴렸다.
난 아무것도 아끼지 않아,
내가 사는 곳, 내가 매일 여닿는 문, 빌어먹을 내 삶을 아끼지 않아.사는 집의 문을, 못으로 긁어 녹이 슬도록, 301호라고 새기는 사람은 자기 둥지를 사랑하지 않은 것이겠지. 나는 내 양복을 사랑한다. 다른 옷들은 가끔 던져놓고, 구겨져도 신경쓰지 않지만 양복은 다르다. 곱게 세탁소에 맡기고, 찾아다 정성스레 걸어 놓는다. 내가 직접 가게에서 치수를 재고, 테일러가 나를 위해 옷을 만들어주고, 구두를 해 주고, 몇 번이고 수선해 줬으니까.
집에 와서 재활용 쓰레기들을 버리고 청소를 하고 책상을 정리하고 설거지를 했다. 여동생이 집에 와서 더 피곤하길 바라지 않으니까. 내가 쓰레기 사이에 파묻혀 글을 쓰는 걸 원하지 않으니까. 나를, 여동생을 사랑하니까. 여동생이 어제 빨래를 돌려놓고 너는 걸 깜빡했다며, 세탁기좀 다시 돌려달라고 할 때 한숨을 푹 내쉬긴 했지만 어쩌겠는가. 이미 일어난 사고에 대해 화를 내는 건 무의미한 일이니까. (그니까 내가 전기장판 켜놓고 가도 좀 봐줘)
하지만 빨래를 개며 괜히 심통을 부렸다. 오리너구리처럼 '카악-'하고 소리를 낸다던가, '왜 이렇게 다 이것저것 부숴버리고 싶지' 하고 여동생에게 투덜거린다던가. 세상이 내 마음대로 돌아가지 않는 것에 대한 분노다. 음, 정말 무의미하군!!
약속 잡은 게 깨져서 투덜거렸다. 세상에는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들이 많다. 분명히 내가 바꿀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고, 내 마음만 바꿀 수 있는 것인데. 제발 손을 놔 달라고 간청해 보지만 사실은 내가 붙잡고 있는 것이다!
밝고 유쾌하게 살고 싶은데 잘 안된다!!
오리너구리 꽥꽥!!!!!!!!!!
다들 좋은 밤 되세요.
오늘의 기쁜일 -
5600번 자리가 널널해서 흰을 읽었다
일 있던게 사라져서 독서 모임에 갈 수 있게 됐다
기침이 사라졌다. 만세!! 건강한 게 이렇게 좋을 줄이야!!
테이스팀 테스트가 문제 없이 잘 돌아가고 있다. 이예!!
통화했다!!
책상이 깨끗해졌다!
집안일을 반벽하게 해냈다(어느 정도 완벽한 상태를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