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주식판에 계셨던 분이라면 한번쯤 들어보셨을 그 이름 중국원양자원! 1000원짜리 주식이 상한가 열번을 찍어냈고, 한 달 동안 열 네배가 올랐습니다. 사람들은 이성을 잃고 전세 자금과 퇴직금을 부어넣었죠. 저도 그 중 한명이었구요. 400만원의 저금 중 270만원을 헐어서 학교 앞 KB에서 주식계좌를 계설했습니다. 270으로 중원 같은 주식 몇 번만 타면 2억 7천 되는 건 순식간이겠지, 란 꿈을 가지구요.
차트가 높은 산 하나만 있고 계곡이 깊은 걸 보니 사람 여럿 죽어나갈 상이로다.
첫 날은 순조로웠습니다. 12800원에 주식을 샀죠. 최고가 14150원을 찍기 하루 전이었습니다. 12800원에 사서 13300원에 팔았다가, 13500원에 샀다가 13200원에 팔고, 끊임없이 거래를 했습니다. 그때는 단타를 치고 있다는 인식도 없었고, 그냥 룰렛을 돌리는 기분이었죠. 폰에 깔려 있는 영웅문을 같이 일하는 알바생들에게 자랑하며 '오늘만 8만원 벌었다~'라고 뽐냈습니다. 하루 종일 병원 안을 뛰어다니면서 환자를 모셔야 받을 수 있는 돈을 한시간만에 벌고 나니 가슴이 뛰었고, 세상이 다 제 것 같아 보였습니다.
세 시에 주식시장이 닫히기 전에 주식을 다 팔아버리곤, 하루 일당이 더 찍혀 있는 주식 계좌가 밝은 미래를 약속하는 것 같아 가슴이 뛰었어요. 아, 돈 벌기가 이렇게 쉽구나. 진작 주식을 알았다면 나는 완전 부자가 됐었을 텐데! 270만원으로 시작한 것을 조금 후회하다가도 아냐, 너무 욕심 부려선 안돼. 하고 저를 다독였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저는 마음이 좀 상했습니다. 3만원 정도를 잃었거든요. 뭐든 손에 들어왔다 빠져 나간 것 같으면 마음이 더욱 상합니다. 공짜 물건이든, 기회든. 분명히 밝은 미래가 있었던 것 같은데 어째서이렇게 됐는지. 저는 홧김에 중원 주식을 모조리 사 버린후, 내일이면 오르겠지, 근거 없는 희망을 품었습니다.
그리고 중원은 끝간 데 없이 추락했죠. 이틀간 저는 전전긍긍했습니다. 70만원 정도를 잃자 정말 무서웠어요. 내가 2주간 일해야 벌 수 있는 돈이 한 여름의 아이스크림처럼 녹아 사라지는 걸 보자 속이 쓰렸고, 끝없는 하한가를 맞을까봐 두려웠습니다. 잘 모르는 부분에 발을 함부로 내딛으면 안 됐었지만, 그 때는 아무것도 몰랐죠. 저는 추락 이틀째, 하한가가 잠시 풀렸을 때 탈출했습니다. 그 때 탈출한 건 정말 잘 한 일이었어요. 제가 탈출한 이후 다시는 그 가격대까지 올라간 적이 없었으니까요.
돈을 다시 딸 수 있다는 희망을 찾기 위해 게시판을 들락날락거렸지만 거기엔 비명만 가득했습니다. 회사 동료 말만 믿고 전세자금을 빼서 박았는데 잠도 안 온다, 날마다 술만 먹고 있다. 퇴직금 이거 어떻게 하냐. 남편 몰래 했다가 이천만원 잃었다. 지옥이 따로 없었습니다. 중원을 포기하는 수밖에 없었죠.
주식 시장을 도망칠 기회가 있었지만, 일확천금의 꿈이 쉽게 어디 가겠습니까. 시장을 어슬렁거리다 급등 종목 두개에 다시 들어갔습니다. 결과는 270만원이 90만원이 됐죠. 그렇게 주식을 그만뒀습니다. 하지만 주식을 만지던 3개월동안 제 가슴은 정말 빌딩 사이에 줄을 걸치고 외줄을 타고 있었어요. 그런 흥분이 다시 올 까 싶기도 하고. 지금은 건강한 취미를 찾았죠. 예를 들면 스팀 잇 보팅 액수 쳐다보고 있기라던가...
이런 똥글도 충분히 백일장에 참석 가능하다고 알려드리기 위해 써 봤습니다 ㅎㅎㅎㅎ추억의 중원 게시판은 여전하더군요. 거기서 사람들을 놀리고 있는 악마같은 놈들도 여전히...
제목: 요새 밤에 잠을 못잡니다 ㅠㅠㅠㅠ
내용: 열대야 때문에 너무 더워서요.... 중원 주주분들은 상폐될까봐 심장이 벌렁거려서 잠을 못 주무신다던데...ㅎㅎㅎㅎ
이런 마귀같은 놈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