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의 밤] 할 말이, 많은데 -3-

lekang(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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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사람들은 아무 것도 하지 않았지만 나를 가장 아프게 했습니다. 욕하지도 않고 무시하지도 않았건만 왜 이렇게 가슴이 아픈지요.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고 팔 사이에 얼굴을 묻었습니다. 어두컴컴하고 아프지 않은 조용한 공간. 지금 나갔다가 과대를 마주치기라도 하면 너무 부끄러워서 창문 밖으로 뛰어 내릴지도 몰랐습니다. 얼굴이 가라앉을 때까지, 잠깐만 있어야지.

사람들이 다 나가고서야 교실을 나설 수 있었습니다. 뒤이은 수업이 없는 게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집까지 가는 동안 고개를 푹 숙였습니다. 혹시 길거리에서 우리 과 사람을 마주치진 않을 지 걱정도 했지만 기우였습니다. 산동네까지 걸어서 삼십 분. 애초에 이쪽에 사는 사람도 거의 없겠지요. 길고 긴 언덕길을 걷는 동안 발 밑이 무거웠습니다.

왜 동기들이 고개를 저었을까. 왜 날 보고 모른 척 했을까. 내가 재미가 없어서? 키가 작고 못생겨서? 옷을 못 입어서? 온갖 의문들을 꾹꾹 눌러가며 날 바꿀 수 있을 지 생각했습니다. 통장 잔고는 십 오만원, 접객에는 잘 안 맞아 보인다고 알바 거절당한 적도 두세번. 상하차 일 하면서 삼일만에 바이저가 한숨 푹 쉬고는 '영진 씨는 좀 힘들 것 같아요' 라고 하던 약골...

어느 새 발걸음이 멈춰 있었습니다. 한솥 도시락의 유리창에 비친 나를 잠시 쳐다보다가 다시 도로를 봤습니다. 붕붕 지나가는 봉고차, 다마스, 마을버스. 그리고 흐리멍텅하게 서 있는 나. 어쩌면 그냥 여기서 모든 게 끝나도 괜찮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머릿속에 끈적하게 달라붙는 생각을 떨어낼 이유가 없었습니다. 나무들이 혼자인 것을 깨닫고 시들어 버리는 것처럼, 영혼의 뿌리가 서서히 말라가고 있었습니다. 발 아래로 펼쳐져 있는 회색 빛 도시에 뿌리를 내릴 곳은 없었지요. 오직 나 혼자만이 괴롭고 고통스러운 느낌이었습니다.

방에 어떻게 걸어왔는지 모르겠습니다. 몇 번이고 차도에 뛰어들고 싶은 마음과 굳이 오늘이 아니어도 되겠지 하고 엇갈리던 생각들. 그 날도 씻지도 않고 이불을 두르고 가라앉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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