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사흘 전 쯤의 일입니다. 우리 게스트하우스에서는 매니저 두명이 근무하고 있습니다. 저, 그리고 주말 매니저인 Y씨(편의상 앞으로 Y라고 칭하겠습니다). 그 날은 월요일 저녁이었고, Y는 카지노에 근무한다는 여자친구를 만나러 갔었습니다. 월요일 치고는 좀 바빠서, 아침에 버렸어야 할 쓰레기를 저녁에 정리하고 있는데 바깥에서 노랫소리가 들렸습니다.
[Y씨 왔어요?]
저는 재활용 봉투를 묶으며 물었는데 아무 대답도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눈을 힐끔 들어 보자 매니저의 신발과 바로 옆에 서 있는 여자친구분의 다리가 보였습니다. Y씨의 물 빠진 청바지, 그리고 여자친구분의 검정 스니커즈와 청멜빵 바지, 스트라이프 티가 보였죠. 봉투를 마저 정리하는 동안 여자친구분은 Y를 보다가 2층으로 올라갔고, 매니저는 그 자리에서 몸을 흔들고 있었습니다.
[매니저님, 캐네디언식 악수!]
Y씨는 음악을 듣고 있었습니다. 악수를 하며 손을 한번 잡아 주고, 오늘 잘 놀았어요? 하고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Y씨, 오늘은 내가 옥탑방 가서 잘게요. 여자친구분이랑 트윈룸 쓰세요 ㅋㅋㅋㅋ]
그런데 Y씨는 무슨 소리를 하느냐고 제게 물었습니다.
[매니저님 무슨 소리 하시는 거에요 ㅋㅋ. 여자친구는 집에 들어갔는데요? 내일 출근해야 되가지고.]
Y씨도 무서운 이야기를 진짜 좋아하는 사람이라 나를 놀리는 건가, 했죠.
[뭐에요. 아까 같이 왔잖아요. 검은색 스니커즈랑 청멜빵 바지에, 스트라이프 티 입고. 내가 2층으로 올라가는 거 봤는데. 옆에서 Y씨 쳐다보다가 쓰윽 올라가고. 얼굴은 기억 안나지만.]
그러자 오히려 Y씨가 놀랬습니다. 매니저님 저 좀 소름돋았어요. 지금 이거 저 놀리는 거 맞죠? 골목길에서부터 저 혼자 걸어왔는데요. 여자친구랑은 낙성대에서 헤어졌는데요. 옷도 달라요. 손님이랑 착각한 것 아니에요? 진짜 얼굴 기억 안 나요? 말 해 주시면 손님인지 아닌지 알아볼 수 있잖아요. 오늘 이러면 무서워서 잠 못 자요 ㅋㅋㅋ.
착각할 리는 없었습니다. 그 날 2층에 투숙하신 손님은 없었거든요. 하지만 그 때는 둘 다 대수롭지 않게 넘겼지요. 밤에 침대에 누워 벽에 걸린 거울을 보며 아까 있었던 일에 대해 얘기했습니다.
[매니저님, 혹시 한밤에 거울 보면 막 침대에 스트라이프 티 입은 여자 앉아있는 거 아니에요? 머리는 길었어요 짧았어요? 피부 하얘요?]
[소름돋는 소리좀 하지 마요. 기억 안 나요.]
우리는 그렇게 잠들었습니다.
그리고 날이 밝았죠. 가위 눌린 것도 없었고 특별한 일도 없었습니다.
이 일을 제 친구한테 얘기해 줬습니다. 그러자 친구는 짧게 말했습니다.
[머리가 없는데 얼굴이 기억날 리 없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