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의 아침은 축축 쳐졌어요. 음... 그 날은 동기 모임이 있는 날이었거든요. 저희 학번이 유난히 동기끼리 친했어요. 사람이 많기도 했고, 과 대표가 활달하고 밝은 여자애였거든요. 예쁘기도 하고. 그래서 대표를 중심으로 많은 사람이 똘똘 뭉쳐 다녔어요.
물론 거기에 저는 없었죠. 저 말고도 몇 명 떨어져 나온 사람들이 있었을까요? 제가 보기엔 자석에 달라붙은 철가루처럼 모두 끈끈하게 붙어 다니는 것 같았어요. 저만 모양이 다른 모래 알갱이처럼 뛰쳐나와 있었죠. 행복해 보이는 사람이 많을 수록 저만 불행해지는 것 같았어요. 행복은 상대적인 거잖아요. 파도의 마루가 높아질수록 골은 깊어지는 것 처럼, 저는 그 날도 물 속으로 가라앉았어요.
교양 글쓰기 수업시간에 우리 과 애들은 삼삼오오 모여서 끝나고 뭘 마실지, 자리는 어떻게 할 지 얘기하고 있었어요. 저는 멀찍히 떨어져 있었죠. 눈에 띄고 싶기도, 눈에 띄고 싶지 않기도 했어요. 교수님이 들어오기 오 분 전의 시간동안 즐겁게 얘기하고 있었죠. 솔직히 말할게요. 나는 같이 가고 싶기도 했지만, 가서 내가 입을 꾹 다물고 멍청히 술만 마시다 올 것 같고, 엄청나게 겉돌 것 같았어요. 머릿속에서 수십가지 나쁜 생각이 맴돌았죠. 하지만, 그래도 같이 가고 싶긴 했어요.
그 때 과대와 눈이 마주쳤어요. 과대는 분명히 나를 봤어요. 나와 눈이 마주치자 '아, 쟤도 우리 동기였지'라는 표정을 지었거든요. 그리고 주변의 사람과 속닥속닥 이야기했어요. 무슨 이야기를 했는 지 알아요. 우리 동기인데 오라고 할까 말까.
주변의 사람들이 제 쪽을 흘끔, 흐으으을끔 보고 고개를 저었어요. 과대의 표정이 조금 복잡해졌죠. 저는 황급히 고개를 돌렸어요. 그리고 생각했죠. 나에게 와서, 같이 술 먹자고 하면 거절해야지. 저 표정들 좀 봐. 가 봤자 민폐만 끼칠 거야. 제기랄, 여기는 왜 봐가지고.
교수님이 들어오고 글쓰기 수업을 시작하셨어요. 뭐라고 뭐라고 말은 하셨지만 제 머릿속엔 하나도 들어오지 않았죠. 어떻게 하면 자연스럽게 거절할 수 있을지 생각했어요. 알바가 있어서? 친구를 만나기로 해서? 혹시 목소리가 삑사리나면 어쩌지? 막 떨리고 이상하게 들리진 않으려나? 내가 눈치채고 있었다는 거 티 내면 안되는데. 제발 몰라라. 제발. 한시간 십오분이 너무나 길었어요. 땀이 조금씩 흘러서 손이 축축해졌죠. 나는 내 바지에 땀을 닦으며 다리를 떨었어요.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하죠."
교수님이 오 분 일찍 끝내주자 몇몇이 감사합니다! 인사를 했어요. 나는 침을 꿀꺽 삼키고 기다렸어요. 내 쪽으로 과대가 오길, 그래서 내가 연습한 대로 거절할 수 있기를.
과대와 친구들은 그냥 교실을 나가 버렸어요.
얼굴이 새빨개졌어요. 울음이 나올 것 같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