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의 필사]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lekang(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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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은
사람의 입에서 태어났다가
사람의 귀에서 죽는다.
하지만 어떤 말들은 죽지 않고
사람의 마음속으로 들어가 살아남는다.

박준,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곘지만

  1. 살아남는다고 해서 그게 좋은 일은 아니다. 잊는 게 좋은 말들도 많았다. 어떤 말들은 죽지 않고 내 마음 속으로 들어와 나를 괴롭혔다.

  2. 그러나 나를 일어나게 하는 말들도 있었다. 글을 잘 쓴다는 칭찬, 밝다는 칭찬, 같이 있으면 즐겁다는 칭찬. 사람을 키우는 것은 비난이 아니라 사랑과 칭찬이다. 예전에 내게 애정을 쏟아주던 사장님이 있었다. 카페에 들른 내게 '길을 걸을 때 항상 웃고 있어서, 우리 가게에 언제쯤 오나 - 그런 생각을 했어요'라고 인사한 사람이었다. 1년간 뻔질나게 가게를 드나들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이민을 갈 거라며 카페를 닫고 사라졌다. 1년에 한번 정도 연락이 닿았다. '언젠가 처음 만났던 것처럼, 멋지게 나타나 줄게'란 말을 믿고 열심히 살았다. 당신 덕분에 잘 살 수 있다고 자랑하고 싶었다.

  3. 한달 전 쯤, 페이스북의 카페 계정을 들춰 보자 제주도로 주소가 바뀌어 있었다. 처음부터 제주도였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여름쯤에 한 번 제주도에 가 볼까 싶다. 말은 사람의 입에서 태어났다가 사람의 귀에서 죽지만, 어떤 말들은 죽지 않고 마음 속으로 들어가 살아남는다. 살아남은 말들은 어두침침하게 나를 찌르는 것도 있다. 하지만 기억하고 싶은 말들은 따뜻하게 마음속에 남아 나를 데운다.

  4. 이야기를 쓰는 사람은 현실의 구체성에서 보편적 인간 경험을 들어올려 자신만의 이야기로 채울 수 있어야 한다. 대부분의 지루한 포스팅들은 이와 반대 노선을 택한다. 자기만 재미있는 이야기에 상투적인 문법으로 지루한 이야기를 쓴다. 그러고 싶지 않다.

  5. 회사에서 우노를 했다. 이기고 나서 '왜 저렇게 플레이하는지 이해가 안 가요'란 말을 했다. 좀 무례한 말이었다. 내일은 사과를 해야겠다. 나도 모르게 가끔 독하게 말할 때가 있다. 삼촌의 깐족거림을 물려받아서 그런가?

  6. 원하는 걸 아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운다고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으니까. 결국은 노력하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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