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먼 과거에

lekang(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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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의 날은 흰 눈이 소복소복 쌓이던 겨울으로 기억한다. 이년, 혹은 사년 전? 가게는 내게 닻이었기 때문에 가게가 사라진 이후의 기억들은 정확하지 않다. 사장님이 이민간 이후로 취생몽사 몽생취사의 삶을 살고 있다. 며칠 전엔 4년동안 드나들었던 친척집의 비밀번호를 까먹어 삼촌에게 전화를 걸었다. 삼촌은 내게 갑자기 바보가 된 게 아니냐고 물었다. 방금 전에도 컴퓨터의 핀 번호를 까먹어 친구에게 물어봤다. 갈수록 표류하고 있다.

맨 처음 닻을 내렸던 건 봄이었다. 이것도 사년, 혹은 이년인지도 모른다. 길가를 걷다가 사장님이 말을 걸었고 나는 얼떨떨하게 '아, 네...'라고 반응했다. 길가를 걷다 웃는게 이쁘단 말을 들으면 누구라도 나처럼 반응했을 것이다. 싫진 않았다. 자주 찾아갔다. 사실 자주 찾아갔단 말만으로는 다 설명할 수 없다. 매일 갔다. 문학적인 표현이 아니라 사실의 기록이다. 7살 차이나는 후배에게 고백하고 사귀고 일주일만에 깨졌던 날 단 하루 빼고는 매일 갔다. 내 몸이 수원 안에 있던 한은 항상 찾아갔다. 학교에 가기 전, 어디로 가기 전, 꼭꼭 약속을 하듯 도장을 찍듯.

이 날도 사장님은 카운터 너머에서 주문을 받았고 나는 기계를 돌려 츄러스를 엿가락처럼 뽑아내었으며 가게 안은 따뜻하고 향긋한 냄새로 가득했다. 가게를 가득 채웠던 계피설탕의 냄새. 그리고 가게 앞의 캐노피에 눈은 소복히 쌓였다. 나는 이 순간이 영원할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건 내 착각이었고 남은 것은 사진 한장밖에 없다.

만날 사람은 언젠가 꼭 다시 만나게 되어 있다. 누나는 내게 그렇게 말했다. 만나기 전까지 부끄러운 삶을 살지 말자. 그러자.

-뭐든 살아 있는 건 말이지, 사랑이 가장 중요해. 김중미, [모두 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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