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친께서 무척 아끼시던 낫이다. 내 기억속에 남아있는 선친께서 사용하셨던 아주 오래된 낫이다.
부러진 자루를 직접 맟추어 사용하셨다.
나도 저 낫을 좋아했었다.
날이 잘선다. 숫돌에 대충 쓱쓱 갈기만 해도 날이 잘 선다.
요즘 철물점에서 사는 낫은 저 낫처럼 날이 잘 서지 않는다.
저 낫을 무척이나 아끼셨던 나의 선친은 농업을 직업으로 삼으셨던분입니다.
선친께서는 농업이 직업이었지만 큰아버님과는 다르시게 노동을 무척이나 싫어하셨다.
선친의 유일한 꿈은 자식들이 농업에 종사하지 않는것이었고....
선친께서는 그꿈을 이루고 생을 마감하셨다. 그분의 자녀 4남매는 농업에 종사하지 않으면서 삶을 살고 있다.
나도 선친께서 하셨던것처럼
저 낫을 숱돌에 갈고 들깨 수확을 하려고 한다.
이것은 나의 오른손이다.
50대 중반의 농부 아들의 손치고는 내가 보아도 그닥 거칠지 않다.
선친께서는 내가 죽는날까지 고운손을 가지고 살기를 바라셨다. 그래서 내게 농사일을 도와달라고도 안하셨고 농사일을 시키지도 않으셨다. 모든 농사일을 어머님과 두 분이 하셨다. 나는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도 아니면서 그분들을 도우려 하지 않았다.(나는 참 못 되먹은 아들넘이었다)
선친께서 세상을 떠나신지 몇 해가 되어가다보니 이제 나는 가끔 농사일을 한다. 농사일이라고 해봐야 논농사는 기계가 하는 일이고 밭농사를 조금 아주 조금 직접하는 정도이다. 워낙 농사일이 서툴다 보니 이번 들깨 수확하는일도 베는데 3일 털어내는데 이틀이 걸렸다.(그나마 아내의 도움과 나의 잔머리 덕분에 일찍 마친것이다)
몇년간의 경험으로 내가 생각하는 그나마 조금 쉬운 밭농사가 들깨 농사이다.
그래도 농사일은 무척 어렵고 힘들다.
들깨의 시장가격이 얼마나 되나 찾아본다. 가루화하는 1차 가공을 거쳐서 1킬로그람에 29,000원이다. 구매자에게는 비싼금액이겠지만 판매자인 농민 입장에서는 허름한 가격이다. 내 입장에서는 팔고 싶지 않은 가격이다. 그만큼 농사일이 내게는 힘든 경험이다.
베어서 말린 들깨를 수확하는 과정은 복잡하고 어렵다. "도리깨"라고 불리는 전통 농사용 몽둥이를 이용해서 마구 두드려 패야 하는데 나처럼 근육이 빈약한 사람은 힘들다.
이렇게 두드려 패고나면 잡티와 함게 들깨가 모아진다.
과거 어르신들은 이 잡티를 골라내기 위해 "키질"이라는걸 하셨는데 나도 아내도 이것을 할 줄 모른다. 그래서 내가 잠시 고민을 한 후에 잔머리 신공을 발휘하여 키질을 대신할 수 있는 도구를 만들었다. 선친이 사용하시던 "지게"와 농산물 수거 상자(바닥에 구멍이 나있음)를 그네의 원리를 응용하여 급조해 만든 나만의 신형키다. 이것을 이용해 키질을 대신한다.
키질이 끝나고 나면 작은 먼지류와 뜰깨를 분리해야한다. 들깨는 기름성분을 함유하고 있어서 비중이 낮아 물로 씻어내기도 어렵다. 과거 어르신들은 "채"라고 불리는 도구를 사용하셨다. 직접해보니 시간이 많이 걸린다. 나는 다시 잔머리 신공을 발휘한다. 선풍기를 활용해 보려고 한다.
선풍기와 신형키(?) 덕분에 들깨 수확이 일찍 마무리 되었다. 당초 3일을 예상한 작업이 2일만에 마무리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