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PEN클럽 공모전 <봄날의 일기>에 응모하고 싶어서 일기를 썼다. 어제...
어젠 짧은 글을 두번이나 포스팅하는 바람에 또 포스팅을 하는게 부담스러워 가지고 있다가 오늘 아침에 되서야 이렇게 포스팅 한다. 어제의 시점으로 읽어주시면 좋겠다. 하지만 응모를 할지는 아직 미지수... 다시보니 너무 길어서 이 글은 응모 포기.
마지막으로 언제 머릴 잘랐는지 정확히 기억이 나질 않는다. 아마 작년 8월 전이었으리라. 오호가 8월생이니 출산 이후론 미장원을 간 적이 없다. 애를 낳아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출산 전엔 머리가 잘 빠지지 않다가 출산 후 100일정도가 되면 머릴 감을 때 마다 한 웅큼씩 빠진다. 아이의 배냇머리도 빠지고... 내 머리도 빠지고...
우린 여자들만 다섯이라 바닥엔 기다란 머리카락이 늘 있다. 치워도 치워도 바닥에 모근이 있는 것처럼 늘 머리카락이 있다. 다 모으면 가발을 하나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아무튼 그렇게 머리가 빠지고 다행히 다시 난다. 난 주로 앞 쪽이 많이 빠지는 듯 하다. 사실 뒤쪽은 내가 볼 수가 없어서 잘 모르겠다. 어쨌든 거울에 보이는 모습은 앞머리 밖에 보이질 않으니 그 걸 볼 때마다 또치의 머리처럼 숭숭 난 짧은 머리카락을 보게 된다. 참 보기 싫다. 그래서 거울도 거의 보질 않는다. 이때까진 밖에 나갈 일도 별로 없고 귀찮기도 하고 해서 길어진 머린 그냥 질끈 묶고 또치 같은 짧은 앞머리는 머리띠로 고정시키고 다니다가 복직을 하게 되면 아무래도 그렇게 다닐 순 없을 것 같아 이번 주 내내 벼르고 벼르다 오늘에서야 미용실엘 갔다.
오호를 어린이 집에 데려다 주고 나오는 길에 미용실에 전화를 해서 15분 뒤에 간다고 예약을 하고 차를 타고 갔다. 가는 길에 라디오에서 정상회담에 대해 방송을 하고 있었다. 아. 감격이.. 중간에 들어서 누가 말하는지 모르고 들었는데…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목소리일 것이라곤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생각보다 북한 사투리 억양도 강하지 않았고, 목소리도 나쁘지 않았다. 평양 냉면을 가져 왔다란 내용의 이야기였다 김일성, 김정일의 목소릴 들어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 이렇게 북한 지도자의 목소릴 라디오로 듣는다는 것이 너무나 신기하다고 생각하며 미용실에 도착했다.
대구로 이사온 이후로는 거의 그 미용실을 갔다. 대구에 있는 전문대학교 헤어과(?) 교수님이라는 남자분이 원장님으로 계신다. 처음 그곳을 갔을 땐 사호를 임신하고 있을 때였다. 그때도 일을 하고 있어서 머릴 잘랐던 것 같다. 경상도 남자 같지 않게 상냥한 말투를 가진 머리를 파마하신 분이었다. 생긴 것도 나름 귀엽게 생겼다. 호감형이라고 해두자. 불룩한 배를 안고 앉아있는 나에게 나긋나긋하게 첫째냐고 물었던... 아니라 했더니....그럼 둘째? 아니라고 했더니... 원장님의 눈이 점점 커져간다. (많이 크지 않은 눈을 가지고 계신다.)
아... 그럼 셋째?
아니요...
네에~!!!!! 그럼 넷째예요??
아하하하하하하…
라고 놀랐던 원장님이었는데 그 원장님을 다섯째를 낳고 또 보고 있다. 오래 살고 볼 일이다. 그분의 기억 속엔 내가 아이가 몇째까지 있는 건 기억 못할지 몰라도 임신을 했었단 사실은 기억하고 있는 듯 했다. 오늘도 내가 머릴 자르러 왔다니깐 처음 고준희 머릴 해줬던걸 기억하면서 그렇게 자르려면 앞머리가 좀 있어야 하는데 출산 후 머리가 많이 짧아서 커트를 할 수 있을 지 모르겠다고 고개를 갸웃거린다. 뭐 굳이 내가 고준희가 될 필요는 없으니깐 머리가 안 묶이게만 잘라달라고 했더니 일단 샴푸를 하고 보자고 한다. 샴푸를 하려고 누워서 얼굴에 수건을 올려놓으니 어떤 유머 사이트에서 봤던 게 떠올랐다.
샴푸할 때 손님에게 수건을 올리는 이유는 못생겨서라고... 잘생기면 수건 올리지 않는다며...
내 얼굴을 수건으로 덮는 것을 보니 나도 어지간히 못 생겼나 보다... 생각했다. 스팀잇 이웃들한테 미남이라고 뻥 쳤는데...
샴푸를 하고 다시 자리에 앉았다. 역시나 원장님이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그냥 단발로 가자고 한다. 알겠다고 하고 앉아서 거울을 보고 있는데... 칙칙한 피부 톤과 다크 서클, 왼쪽 볼에 난 뾰루지… 보고 싶지 않아 눈을 감았다. 그리고는 원장님의 예술이 시작되었다. 이분은 참 특이하게 머릴 자를 때 처음에 바리깡(?)을 사용하신다. 머리 길이를 일정하게 맞추려고 하는 것 같다. 그러고는 세밀한 가위질로 5분만에 자를 머릴 20분은 걸리는 것 같다. 시계를 보지 않아 정확하진 않으나 결과물에 비해 시간이 이상하게 많이 걸리는 것 같다. 우리집 사호가 밥을 먹는것 처럼 깨작거리는 가위질 때문에 처음엔 답답했으나, 2년의 세월이 날 적응 시켰는지 이젠 그러려니 한다. 오래 다니고 볼 일이다.
점점 예술이 진행되어가는 동안 중간에 감고 있던 눈을 떠서 보니..
어? 이거 뭔가 예감이 안 좋은데?
내 생각보다 머린 길었고, 가운데 가르마를 하고 물어 젖어 축 쳐져 있는 잘려진 내 머리카락을 보고 있으니 누군가가 떠올랐다.
아… 아닐꺼야…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닐꺼야….
그러고는 세밀한 가위질이 더 있으리라 기대하며 눈을 다시 감았다. 그러나 나의 불길한 예감은 어김없이 들어 맞았다.
원장님이 가위질을 멈추고
자~ 다 됐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상냥하게)
아… 아니… 내가 분명히 머리가 안 묶이게 잘라달라고 말했는데… 그냥 눈으로 보기엔 묶일 것 같다. 자르는 중간에도 내가 뭔가 찜찜해서
이 정도면 안 묶이는거 맞죠?
라고 재차 확인까지 했건만 나한테
단발로 자를 겁니다. 꽁지 끝이 조금 묶일 순 있지만 단발이에요. 단발 말 그대로 단. 발.
이라고 단호하게 내 말을 잘라 드셨는데..
‘수고하셨습니다’ 라고 했는데 더 잘라달라고 하면 날 혼낼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이게 단발입니다. 단.발.
이라며.. 이분의 헤어 예술은 뭔가 이상한 듯한데 말려 놓고 나면 또 나름 괜찮아지는 것이 있어 일단 믿고 머리를 말려보기로 했다. 두 명의 여자분이 내 머리에 붙어 가운데 가르마를 중심으로 열심히 머릴 말려주셨다. 그래. 머리가 젖었을 때 보다는 낫긴 하지만 여전히 그분이 떠오르는 모습이었다. 정중앙 가르마에 똑단발…(최야….ㅇ…) 아.. 신랑이 뭐라고 놀릴지 눈에 선하다. 그래도 머리 자르고 나니 자르기 전보다 더 예뻐 보이는 것 같았다.(예뻐진 최양ㄹ…..)
계산을 하는데… 가격이 올랐다. 다음부터는 이 미용실을 안 오리라 다짐하며 웃으며 인사하고 나왔다.
스팀잇에 Kr-title 로 하여 글을 올리고(그냥 페이스북에 하듯이 글을 올렸다.) 아무 생각 없이 집으로 와서 보니 댓글들에 압박을 받아 이리저리 사진을 찍어 보았다. 어찌하면 이웃들을 재미있게 해줄까 고민을 하다가 아이들이 올 시간이 되는 바람에 못 올리고 말았다. 사실 아직도 궁리 중이다. (이 글은 어제 새벽에 쓴 글이라 중간에 사진을 올렸다)
그러다 뭘 잘 못 먹었는지 계속 설사를 하는 아이들을 위해 죽을 끓이면서 남북정상회담 생중계를 보았다. 아.. 정말 오래 살고 볼 일이다. 난 반공 교육을 받았었다. 거의 끝물이긴 했던 것 같지만..
공산당이 싫어요. –이승복 어린이-
똘이 장군, 마루치 아라치라는 만화.
삐라.
대북방송
땅굴 견학
이것들이 내 기억 속에 있다. 아버지가 직업 군인이셔서 휴전선 근처에서 근무하셨을 때, 대북 방송도 들어보고, 대남 방송도 들어봤다. 망원경으로 북한사람들이 사는 곳도 보았었고, 삐라를 주어오면 공책을 준다고 했었던 것도 같다. 아.. 제 3땅굴로 친척들이 오면 놀러 갔었던 것도 같다. 그러다 부산으로 이사를 가면서 반공교육은 더 받지 않았던 걸로 기억한다. 후방이라 그랬을지도..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노래 부르며 국군 아저씨들에게 편지를 쓰며 자라던 어느 날 1994년 김일성… (나이가 많은 사람이고 돌아가신 분이라 이름만 쓰긴 뭐한데… 그렇다고 호칭을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겠으니 그냥 이름만 적어야겠다.) 의 사망소식을 듣고 이게 꿈인가 생신가… 그 사람도 죽는구나.. 오래 살고 볼 일이다… 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그러곤 개성 공단에 교회 오빠가 일하러 간다 해서 북한에 남한 사람들이 가서 일도 할 수 있구나… 참 오래 살고 볼 일이다. 라고 생각했었고, 그러다 김정일….분 사망할 때도 어안이 벙벙한 채로 내가 참 오래 오래 잘 살고 있구나… 이러다 통일 되는 것도 볼 수 있겠다 생각했었는데, 갑자기 이도 저도 안되고 곧 전쟁 날 것 처럼 해서… 아.. 내가 살아생전에 통일은 못보고 잘하면 전쟁을 경험할 수도 있겠구나…. 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사람은 호칭을 알기에…)이 핵 던지고 니 죽고 내 죽자 하면 난 어떻게 해야 하는 건가를 가끔 고민하며 살고 있었다. 그러다 며칠 전 신랑에게서 종전이 된다는 말을 들었다. 뭐? 종전?? 처음에는 신랑이 장난하는 줄 알았다. 늘 장난을 치기에 그날도 날 놀려먹으려고 장난을 치는 줄 알았는데 진지했다. 그러곤 주식을 샀어야 했는데 못 샀다고 (돈이 없어서 못 사는데 마치 타이밍을 놓친냥 아쉬워함.) 그러길래 아.. 오래 살고 볼일이다. 휴전이 아니고 종전이라니… 이제 예전에 말하던 주적은 없어지는 거네.. 하고 내 친구 투럽맘도 만나고 글도 쓰고 애들도 보고, 복직하기 전에 화유기를 끝내야겠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봤더니 뉴스 따윈 보지 않았는데.. 머릴 자르러 가는 길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목소리를 라디오에서 듣게 되었다.
아… 진짜 오래 살고 볼일이다.
어릴 적 그렇게 간절히 노래 부르고, 그림을 그리고, 표어도 만들고 했던 통일이 곧 실현될 것 같았다. 아직 이것 저것 해결해야 할 일들이 많겠지만 저녁에 본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모습을 보면서 통일에 대해 잊고 살았던 세월이 길었지만 뭉클해지는 마음을 주체할 수가 없어서 일호에게 엄청난 일이라고 말해줬다. 일호는 잘 모른다. 북한이 뭐냐고 물었으니…
우리 아이들이 맞이하는 통일과 내 또래가 맞이하는 통일, 그리고 우리 부모님 세대가 맞이하는 통일이 다 다른 느낌으로 다가올 것 같다. 일호는 통일을 잘 모르고, 나는 뭔가 희망차고, 아버진 두고 봐야지 또 어떻게 나올지 모른다 라고 반응을 하는 걸 보니… 참 세대 차이가 난다. 차근차근 통일이 되어 그때도 오래 살고 볼일이다. 란 말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회담의 감격도 잠시 더 감격스럽게도 엄마 찬스를 쓰고 인피니티 워를 심야로 볼 수 있게 되었다. 내 피부에 와 닿는 감격은 이것이 더 크다.
사랑합니다. 엄마. 늘 고마워요.
아이들을 다 재워 놓고 엄마가 집에 오시자마자 출발했다. 나가는 길에 신랑에게 내 머리가 어떻냐고 물었다. 신랑도 분명히 내가 쓴 글을 읽었으리라. 헌데 말이 없길래 물어 봤더니…
머리는 잘랐네…
라며 그저 웃는다. 비웃고 있다. 그러곤
다시는 그 미용실에 가지 마.
라고 한다. 어짜피 비싸서 안 갈거다. 신랑은 그냥 이쁘다고 해주는 적이 없다. 곧 죽어도 바른 말만 한다. 아마 조선시대에 태어났으면 귀향 여러 번 갔을 듯.
마블 시리즈 영화를 이렇게 일찍 보게 된다는 감격에 비해 찝찝한 기분을 안고 집으로 돌아왔다. 일단 만경관은 너무 작았다. 프리미엄이라고 해서 봤는데 의자도 불편하고 다음부터는 이용을 안 할 생각이다. 그리고 보는 데 다른 사람들 안 웃는데 나만 혼자 영화 소리와 맞먹게 낄낄대고 웃는다고 신랑에게 한 소리 들었다. 나중에 왜 웃는데 뭐라 그러냐 그랬더니. 내 웃는 소리가 너무 시끄러웠고 다른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 할까봐 나의 사회적 지위와 체면을 위해 그랬단다. 왜 사람들은 그 장면에서 안 웃었을까? 정말 웃긴 장면이었는데… 쳇. 어짜피 안볼 사람들인데 좀 웃으면 어떻다고… 그리고 논란의 번역된 자막이 별로인 건 인정.
마블 시리즈는 뭔놈의 캐릭터들이 그렇게 많은건지... 무한대로 영화가 나올 수 있을 것 같다. 그거 다 보려면 오래오래 살아서 나중엔 아이들이랑 다 같이 심야 영화를 봐야겠다. 7명 다 보려면 영화관 자리 한 줄은 차지하겠지? 오래오래 잘 살아야겠다.
난 이렇게 2018년 봄날에 머리도 자르고, 남북정상회담도 보고, 어벤저스-인피니티 워도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