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8남매의 맏이로 태어나신 아버지의 첫째다.
할머니한텐 난 남자아이여야했다.
4년 후 태어난 내 동생이 만약 남자였다면 난 정말 대놓고 심한 차별을 받을 뻔 했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내동생도 여자로 태어났다.
그리고 동생이 태어날 때 어머니가 죽을 뻔한 사고가 생겨 더이상 난 동생들을 만나지 않아도 되었다.
그땐 할머니도 어머니가 사경을 헤메고 있으니 더이상 아이 안낳아도 된다고 하시며 수술하라고 했다고 한다.
그런데 화장실 들어갈 때 마음과 나올 때 마음 다른법. 어머니가 건강해지고 나신 뒤 할머닌 어머니에게 첫째 며느리 일은 다 시키고 역할을 바라고 어머닌 이씨 집안에 장손을 못 낳은 죄를 짊어져야했다.
어릴 때 어머니가 할머니 욕을 나에게 많이 했다. 직업군인인 아버지가 훈련때문에 집에 안들어오시는 날이 많아서 동생이 태어나기 전까진 어머니와 나 단 둘이 지낼때가 많았던것 같다. 하지만 그때 애기때라 기억나지 않고 동생이 태어나면서 셋만 있던 날이 많았고, 명절때 할머니댁에라도 다녀오면 늘 난 할머니 욕을 들어야했다. 어린 난 어머니가 전부였고, 어머니 편이었으니 할머니가 싫었다. 명절때만 가끔 봐서 다행이란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난 우리 외할머니도 싫었다. 그분도 아들 타령이셨다. 1남 4녀를 두셨는데 본인 아들만 최고였고 외삼촌의 아들만 보셨던것 같다.
양가 할머니들이 아들타령해서 싫었지만 할아버지들은 그다지 차별을 하지 않으셨기에.. 싫진 않았다. 사실 차별을 안한거라기보단 그냥 경상도 남자로 모든 손자 손녀에게 그다지 살갑지 않으셨다. 그냥 대 놓고 아들만 좋아하는 할머니들이 옆에 있었으니 상대적으로 괜찮다고 느껴졌을지도...
아빠의 동생인 큰삼촌한테는 아들이 둘이나 있다. 한 날은 할머니가 그 사촌동생들중에 맏이한테...
어이구 우리 장손...
이러는데 어찌나 듣기 싫던지...
내가 남자로 태어났어야 했는데 여자로 태어나서 화가났다. 나때문에 어머니가 대우받지 못하는 것도 싫었다. 그래서 난 할머니에게 복수했다. 인사도 안하고 말도 안하고 그냥 집에 왔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게 다였다.
그러다 내가 병원에 취직해서 명절때 할머니께서
병원에서 의사 하나 잡아서 결혼해라...
그래서 의사들 성격 다 개판이라고 날 그런 사람들한테 시집보내면 좋겠냐고 할머니한테 화를 냈다. (스티밋 의사들께 죄송... 울 병원 소아과 남자 레지던트들이 다 이상했었음을 밝힙니다.)
그랬더니 할머니가 뭐 그렇게 화내냐고 나 좋으라고 말 하는거지 라고 하시는데...
내 일은 내가 알아서 하겠으니 신경쓰지 말라고 하곤 말았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내가 여자로 태어난건 내 잘못이 아니었고, 할머니들이 아들아들 하는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고, 내가 어릴 땐 어머니도 같이 어렸으니 자식에게 할머니 욕을 하면 안 좋다는걸 모르고 그냥 자기 속상했으니 했던 것이었다. 그리고 할머니가 의사랑 결혼하라고 했을 때 하나 잡았어야 했는데 생각도 해본다. (신랑.. 농담이야..) 그땐 원래 의대를 가려다 간호대를 간거라 혼자만의 자격지심으로 화를 더 냈던것이었을지도...
하지만 내가 정말 남자였다면 어땠을까..
일단 애를 낳는다고 수술대 위로 올라가지 않아도 되었을것이다.
아무렇지 않은 척을 해오긴 했지만 차가운 수술대에 누워서 아는 사람이라곤 담당의사 밖에 없는데 생전 첨보는 사람들 앞에서 다 벗겨진 그 기분이란 뭐 같다. 그리고 수술 후 계속 달고 있는 통증 주사가 몸에 받질 않아서 시간 텀 두고 맞는 엉덩이 주사로 겨우 수술 후 통증을 버텨내지 않아도 될 것이다.
9개월 동안 허리아파가며, 맛있는 음식도 제대로 못먹고, 내 발톱을 내가 깎기 힘들고, 자도 잔것 같지 않은 그런 임신도 안해도 되겠지.
모유수유를 하며 내 영혼까지 아이에게 빨리는 그런 기분을 경험하지 않아도 되겠지.
그리고 혼자 어디든 돌아다녀도 좀 덜 무섭지 않았을까...
여자들을 상대로 들려오는 세상 흉흉한 소식을 들을 때마다 무섭다.
나 혼자 여행을 가본 적이 없다. 미국도 친구가 간다고 하니 따라갔던 거여서...
지금은 혼자일래야 혼자일 수가 없어서 답답하긴 하지만 다행이란 생각도 드는지라..
그래서 @springfield님이 참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megaspore님의 어제 글 처럼 한번 뿐인 인생 용기를 내서 혼자 여행을 가보고 싶은데...
아직 용기는 수영까지만... 일단 수영부터 끝내놓고...
과연 나 혼자만의 여행은 할 수 있을 것인가...
집에서 요리를 해야한다는 압박감을 안받아도 되지 않을까?
임신과 출산을 핑계로 신혼 초부터 신랑이 요리를 도맡아해왔다.
그런데 싫은 게 눈에 보인다. 매일 하는건 본인도 싫겠지. 그래서 휴직으로 집에 있는 나에게 엄마의 요리가 아이들의 정서에 중요하다는 둥 이런 저런 말로 둘러서 요리를 하라고 하는데... 왜 그게 그렇게 버거운건지...
난 요리에 정말 흥미가 없다. 사실 먹는것에 그닥 흥미가 없다.
그냥 배만 채우면 되는데 신랑은 아니다.
그래서 "내가 청소를 할테니... 너가 요리 하면 안될까? 우리 서로 잘하는 거 하자." 하면 씨알도 안먹히는 표정이다. 그래도 내가 요릴 안하고 버팅기거나 요릴 하는데 버벅거리고 스트레스 받아하면 결국 신랑이 요릴한다. 암튼 여러모로 요린 나에게 스트레스다. 잘 해보려하다가도 손을 놓게되는...
사실 뭐하다 이렇게 말이 길어졌냐하면...
@sexy46님이 pitu라는 앱으로 사진을 찍어 올린 포스팅을 보고 나도 깔아서 놀다가 장난삼아 남자사진으로 해봤는데....
남자가 더 잘어울리더라는...
신랑보다 내가 더 잘생긴듯..
그래서 내가 만약 남자였다면 어땠을까 생각을 하다 글을 쓴다.
그렇다고 남자들에겐 no offense.